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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원제 : S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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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내 정체성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 없는, 깨지고 상한 형제애의 세밀한 질감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지적이고 활기찬 소설이다. 이 시대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야스미나 레자는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내는 삶의 변주”에 대한 절대적인 귀를 가진 작가이다. 어느 작품에서나 그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들이 함께한 삶의 변주를 다채롭게 재현한다. 2021년에 발표한 이 소설 《세르주》에서도 레자는 트라우마, 복잡한 가족 관계, 중년의 위기를 우울하지만 눈물 어린 재미를 더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의 헝가리인 선조들이 돌아가신 곳을 우리 시대의 회한을 안고 찾아간다는 것”이 목적이었던 여행은 “가족다운 가족”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함을 깨닫는 것으로 끝이 나는 듯했으나, 레자는 그 흔한 드라마를 멋지게 마무리해냈다. 서로를 참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형제간의 통렬한 대화가 빛나는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

이 시대 최고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 소설
“기억과 기억의 문화로부터 우리가 끌어올려야 할 것들”

할머니의 묘지에서 손자가 읊조린다. “마구잡이로 설치한 가건물 같은 우리 가족, 그걸 지탱하고 있었던 건 할머니 당신이셨어요.”
이 작품은 육십 대인 세 남매가 함께 떠난 여행을 계기로 해묵은 갈등이 폭발하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소설이다.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야스미나 레자의 소설답게 세 남매가 서로를 향해 쏟아붓는 대사들은 거침이 없고, 그 속에 함축된 사유는 깊다.
〈아트〉 〈대학살의 신〉 등의 희곡으로 20대부터 몰리에르상ㆍ로렌스 올리비에상ㆍ토니상ㆍ세자르상 등을 석권한 최고의 극작가답게, 야스미나 레자는 이 소설에서 세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라는 블랙 코미디를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 보인다. 이 작품 《세르주》는 뮤진트리가 다섯 권째로 국내에 출간하는 레자의 작품들 중 가장 최근작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육십 대인 세 남매는 함께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유대인의 순례지 아우슈비츠이다. 이 소설에서 그 장소는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굳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대인인 그들은 자신들의 기원을 찾아보고자 그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했지만 사실 그 기원에 대한 동질감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뜬금없이 겸허한 여행은 역사가 만들어낸 공포의 기억을 되새기기보다 그들, 세 남매의 해묵은 갈등이 폭발하는 장이 되어버린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세르주는 이들 포퍼 가의 장남이다. 겉으로는 강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난데없는 폭력을 무던히 견뎌내는 척하지만 내면의 상처는 늘 탈출의 욕망과 허세로 표출된다. 작은 악당 노릇을 하며 ‘역마살’이 낀 그는 평생 탈출구를 찾고자 했으나 변변한 성공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 탓인지, 육십 대 성인 남자답지 않게 징크스에 민감하고 미신에 집착하며 매사에 부정확하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둘째인 장은 그런 형이 답답하면서도 안쓰럽고, 그래서 늘 자신이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산다. 어려서부터 형을 졸졸 따라다닌 터라 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일찍부터 집 밖으로 떠돈 형 탓에 무색무취의 삶을 제 몫으로 취한 면도 있다. 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가정을 꾸릴 의지가 없다. 대신 제각각인 가족 내에서 영원한 완충 장치를 자처한다.
세 남매의 막내인 여동생 나나는 부모님의 사랑스러운 딸이고 한때는 두 오빠의 히든카드였으나 빈털터리인 스페인 좌파 청년과 결혼하면서부터 포퍼 가와는 삶의 지향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빠들은 그런 여동생이 아깝고 못마땅하고 그래서도 동생을 그렇게 만든 제부를 한 톨만큼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동안은 의무로라도 매주 모여 가족애를 상기했지만, 이제 세 남매는 가족답게 소통한 지 꽤 오래됐다. 그래도 누군가가 바람을 잡은 덕에 모처럼 함께 아우슈비츠로 여행을 떠났으나, 이제 그들은 역사를 보는 시각도 좋아하는 것도 너무 다르다. 뭔가를 공유하는 가족이었던가 싶고, 수용소의 정적만큼이나 서로를 향한 마음은 황량할 뿐이다. 저마다의 시뮬라르크 속을 헤매는 세 사람. “우리는 같은 길을 뱅뱅 돌았다.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세르주는 차가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무감각하게 몸을 맡기고 있었고, 나나는 차창에 코를 갖다 대고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가 그 특별한 여행지에서의 그들의 모습이다.

관찰과 풍자 사이의 단단한 균형
야스미나 레자는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내는 삶의 변주”에 대한 절대적인 귀를 가진 작가이다. 어느 작품에서나 그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들이 함께한 삶의 변주를 다채롭게 재현한다. 이 시대 최고의 극작가답게 그녀의 대사에는 독보적인 음조가 있다. 세심한 관찰과 정확한 풍자는 그녀의 특기다. 이 소설에서도 레자는 트라우마, 복잡한 가족 관계, 중년의 위기를 우울하지만 눈물 어린 재미를 더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의 헝가리인 선조들이 돌아가신 곳을 우리 시대의 회한을 안고 찾아간다는 것”이 목적이었던 여행은 “가족다운 가족”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함을 깨닫는 것으로 끝이 나는 듯했으나, 레자는 그 흔한 드라마를 멋지게 마무리해냈다. 혈연으로 연결된 삶의 또 다른 기억을 촉발하는 순례의 이야기로. 그런 맥락에서 언뜻 극단적인 설정으로 느껴질 법한 아우슈비츠라는 장소는 최적의 배경이다.

“우리는 아무 데로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다. 우리는 폐허를, 추악하고 짓눌린 폐허를 봄 내음 속에서 볼 것이다.” _ 162p

이 소설에서도 레자는 독자를 웃게 하다가 동시에 마음 아프게 만드는 재주를 어김없이 발휘한다. 세르주가 쏟아내는 대사에는 미워할 수 없는 인간성과 수많은 아이러니가 있다. 나나의 대사에서는 도발적이면서도 공허한 속내가 느껴지고, 남 얘기하듯 던지는 장의 대사는 차분함과 우울함이 동시에 배어나 묘한 여운을 준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자극하고 싸우고 원망하지만, 레자는 그들을 하나로 묶는 사랑의 흔적과 공유된 기억을 소설의 곳곳에서 섬세하게 상기시킨다. 모두가 삶의 무의미함과 우울함, 노년의 쇠퇴, 끊임없이 기억을 빼앗아가는 시간의 위협에 나약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참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형제간의 통렬한 대화, 긴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신랄한 유머는 이 소설의 강점이다. 또한, 삶의 장애물들을 다루는 관점은 우울함 속에서도 활기를 놓치지 않게 한다. 나치의 역사, 불행의 흔적을 관광하는 여행 패턴, 추모의 문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평은 포퍼 일가의 역사에 우아하게 녹아들어 독자의 사유를 자극한다. 어떤 역사적 사실의 옳고 그름보다, 그 사실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관점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정확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그런 면에서, 레자는 역시 레자다.

본문중에서

라디오에서 어떤 참사 소식을 접했는데 희생자들이 육십 대라는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 참 안타깝게 됐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살 만큼 살았잖아. 그러고 나서 생각난 게 있다. 아니, 너도 육십 대잖아. 세르주, 나나, 다들 육십 대야. 그걸 몰랐어? 어머니 침대머리 탁자에는 우리 삼남매가 외바퀴 손수레 안에서 서로 얼싸안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멀미 나는 속도로 시간 속에 밀어버린 것 같았다. _ 32p

“내가 혼자 살 수 없게 되면,” 그렇게 말하는 세르주의 허리가 점점 더 구부러졌다. “새벽 다섯 시부터 말 많은 년들이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노인시설에 들어가게 되면, 아무도 날 보러 오지 못하게 할 거야.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확신이 필요해. 희망이 단 1그램도, 그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는 확신.” _ 91p

인간들은 순식간에 늙고 순식간에 서로 멀어진다. _ 127p

숲 저 너머에서 화물열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들판의 부드러운 침묵 속에서 들리는 옛날의 소리. 하지만 어느 옛날을 말하는 건가? 정신은 허깨비 같은 우연의 일치들을 만들어낸다. 이곳이 플랫폼으로 쓰이던 시절에는 침묵은커녕 혼돈과 악다구니가 가득했을 것이다. 장소들은 배신한다. 사물들이 그렇듯이._ 155p

“쟤, 저거 병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눈썹 손질이나 배우던 애가 오늘은 유대인 학살에 꽂혀서 난리를 치네. 자기 미친 짓은 자기가 알아서 하고 살라고 해. 그것도 그렇고, 쟤는 돈 필요하다, 집 필요하다, 할 때가 아니면 생전 연락도 없어.” _ 157p

저만치서 나나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애는 철로를 따라 왔다 갔다 했다. 차창 너머로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나나가 의미도 없고 짜임새도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나는 기억할 것이다. 다른 모든 이미지에 저 이미지가 덧입혀질 것이다. 넓적한 통굽 앵클부츠를 신고 빨간 가방을 가슴을 가로질러 맨 나의 여동생이 핸드폰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린 채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두 대의 객차 앞에서 서성대는 저 모습이. _ 156p

우리는 어느 시대에도 속하지 않는 길을 걸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 길로 이끌었는지는 우리 자신도 모른다. 형의 몸을 본다. 제일 좋은 양복과 회색이 된 머리. 예전처럼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 약간 절뚝거리며 걷는 것 같다. 어깨 패드가 과하게 들어가고 너무 펄럭대는 재킷을 입은 형은 메섕 거리에서의 아버지 모습과 똑 닮았다. _ 158p

굴뚝과 죽은 돌 사이의 이 길에서 나는 우리를, 형과 여동생과 나를 본다. 어쩌다 우리는, 같은 생을 산다고까진 할 수 없어도, 한집의 남매로 태어나 살게 됐을까. _ 161p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쟤는 역마살이 끼어서 늘 다른 곳이 좋아 보이지! 그런 꼴이 아버지에게 곱게 보였을 리 없다. 아버지는 형이 허세 때문에 한 가지를 진득하게 붙잡지 못한다고, 그게 다 미친 짓 아니면 병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늘 그게 단순한 부산스러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들은 정신이 나가서, 혹은 부산 떠는 병에 걸려서 그렇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새들은 더 나은 곳을 찾는데 찾지 못하는 것뿐이다. 모두가 더 나은 곳이 있다고 믿는다. _ 222p

한 사람을 고스란히 전달하기에는 단 하나의 이미지로 충분하다. _ 235p

저자소개

야스미나 레자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9

낭테르에서 연극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1987년 첫 희곡 '장례식 후의 대화'로, 1995년 '예술'로 몰리에르 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토니 상, 로렌스 올리비에 상, 다이 웰트(Die Welt) 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희곡 '예술'은 프랑스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작품 속에 담긴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은 대중을 매혹시켰다. 국내에서도 '아트'라는 제목으로 2003년부터 아홉 차례 공연되어 1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 되었다. 2008년에는 앙투안 극장에서 '살육의 신神'을 연출할 예정이다. 희곡으로 '장례식 후의 대화' '겨울나기' '예술' '우연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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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진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랭스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유혹의 심리학』, 『나르시시즘의 심리학』, 『욕망의 심리학』, 『비합리성의 심리학』,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 『굿바이 심리 조종자』 등 다수의 심리학 서적을 번역했고,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설국열차』 등의 소설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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