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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할 여자들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

원제 : Mother of Inv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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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희진 ㆍ 임소연 ㆍ 하미나 추천
“설득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매력적인 책이다!”

여행 가방에 바퀴를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전기차가 이미 100년 전에 유행했다고?
AI는 왜 체스는 이기면서 청소는 못할까?
나사는 어쩌다 우주복을 여성용 속옷 재단사에게 맡기게 되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우리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관련되어 있다.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통해 주류 경제학이 지워 버린 여성의 자리에 주목했던 카트리네 마르살은 신간을 통해 기술 발전의 역사에서 인류의 발목을 붙잡아 온 편견과 차별을 파헤치며 남성 중심의 과학기술사를 통쾌하게 뒤집는다. 남자는 무거운 짐을 직접 드는 것이 당연하고, 여자는 짐을 들어 줄 남자 없이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바퀴 달린 가방의 발명을 방해했다는 이야기, 전기차가 여성용 차라는 인식 때문에 휘발유차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졌다는 사실은 지금 들으면 실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편견에서 자유로울까?
이 책은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닥칠 혹은 이미 닥쳐 온 미래를 예측하며 대담한 제안을 던진다.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기후 위기에 지구가 불타는 미래가 당연해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해답을 찾으려면 여성과 기술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배제된 존재들과 지워진 아이디어들, 그래서 새로운 것들, 거기에서부터 미래를 구할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것이다.

출판사 서평

진정한 남자는 가방을 굴리지 않는다?

인류의 유서 깊은 발명품인 바퀴를 여행 가방에 다는 데 무려 5000년이 걸렸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캐리어’라고 부르는 바퀴 달린 가방이 등장해 전 세계 여행 산업의 판도를 바꾼 것은 1970년대가 지나서다.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고 지구로 귀환할 때까지도 손잡이로 짐가방을 들어 옮기는 것이 당연했다는 이야기. 고작 가방에 바퀴 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발명이라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 이 수수께끼에 매달린 로버트 쉴러나 나심 탈레브 같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조차 놓친 답은 바로 ‘진정한 남자는 무거운 짐을 직접 든다’ ‘여자는 짐을 들어 줄 남자 없이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라는 성별 고정관념에 있었다. 과거 서구 남성들에게 자신의 완력을 놔두고 바퀴로 가방을 굴린다는 건 모욕에 가까웠다. 그런 가방은 여자들이나 쓸 만한 것이지만, 어차피 여자 혼자 어딜 그렇게 가겠는가.
지금 들으면 유치하고 어처구니없는 이런 생각이 수천 년 동안이나 기술 혁신을 지연시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바퀴 달린 가방만이 아니었다. 약 100년 전에 휘발유차와 나란히 유행했던 전기차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나사(NASA)는 어쩌다 우주복 제작을 여성용 속옷 회사에 맡기게 되었을까? 인간만큼 집안일을 잘하는 로봇은 왜 아직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 역시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과 관련이 있다. 전작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 주류 경제학이 지워 버린 여성의 자리에 주목했던 카트리네 마르살은 신작 《지구를 구할 여자들》을 통해 이처럼 인류의 발목을 붙잡아 온 오랜 편견과 차별을 파헤치며 남성 중심의 과학기술사를 통쾌하게 뒤집는다.

바퀴 달린 가방에서 전기차와 AI까지
편견과 차별은 어떻게 혁신을 가로막는가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임소연(《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저자)과 하미나《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가 이 책을 읽고 나눈 대담에서 하미나가 말한 것처럼, 여성의 눈으로 과학기술을 본다는 것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접근한다.
첫째는 앞서 말한 바퀴 달린 가방(1장)처럼 성별 고정관념이 어떻게 기술 발전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가를 역사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 자동차(2장)다. 일론 머스크가 이 산업에 뛰어들기 한참 전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전기차는 이미 유럽과 미국 대도시를 달리고 있었다. 시동 걸기 힘들고 시끄러운 휘발유차가 남성을 위한 스포츠라면, 편리하고 안전한 전기차는 여성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이 ‘여성적’ 이미지가 잘나가던 전기차의 발목을 붙잡았다. 안락함을 원하는 건 여자들뿐이고, 남자들은 휘발유차의 크랭크를 돌리다 턱뼈가 나갈지언정(안타깝게도 캐딜락의 최고 경영자 헨리 릴런드의 친구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여성스러운 전기차에는 눈길도 안 준다는 것이 당시 자동차 산업의 판단이었다. ‘여성적’인 가치는 인간 보편적 가치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어떤 기술이나 상품이 ‘여성적’이라면 그건 ‘열등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결과 전기차는 휘발유차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졌고, 우리는 이 친환경적 이동 수단의 재발명을 100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제 와서 옛날 사람들의 고리타분한 생각을 비웃기는 쉽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우리는 비슷한 실수를 안 할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어린 시절 공상과학 만화에서 보았던, 집안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AI 로봇은 등장하지 않았다(8장). 그 이유는 또 다시 젠더와 연관된다. 그간 AI 연구자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남성 과학자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푸는 능력을 곧 지능이라고 여겼다. 그 결과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여러 능력들을 간과했는데, 그중 하나가 신체적 지능이다. 신체는 인간이 병들고 노화하는 취약한 존재이며, 타인에게 의존한다는 불편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가부장제는 여기에 ‘여성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무시하고 외면했다. 남성 과학자들은 AI가 혜성과 미사일 궤도를 계산할 수 있다면 청소나 설거지처럼 몸 쓰는 하찮은 일쯤은 자동으로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기술과 발명의 역사에서 로그아웃된 여자들

만약 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AI 개발에 참여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성의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두 번째 층위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기술 발전에 참여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스물한 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15년간 목발에 의지해 살아온 아이나 비팔크는 자신이 경험한 신체적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직접 보조 보행기를 만들었다(5장). 그가 발명한 것은 단순한 신체 보조 기구가 아니라 자유라는 삶의 비전 그 자체였다. 이 책이 많은 뛰어난 여성 인물들 중에서도 특히 비팔크를 내세운 것은, 그의 사례가 ‘여자도 발명했어, 남자들이 한 것 우리도 했어’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들이 기술과 발명에 참여할 때 어떤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이 열릴 수 있는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하지 않는 세상에 사는 사람은 그 세상을 개선할 방법을 더 쉽게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문제는 비팔크에게 돈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장애가 있는 여성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투자해 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비팔크는 싼값에 자기 아이디어를 팔았다. 집단의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돈과 경제적 기회가 더 적지 않은 국가는 지구상에 단 한 곳도 없다. 여성이 소유한 사업체의 약 80퍼센트가 필요한 신용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벤처 캐피털의 97퍼센트 이상이 남성 창업자에게 흘러 들어간다.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이 여성을 조직적으로 배제하는 이와 같은 방식은 자연스럽게 여러 아이디어와 발명 중 어떤 것이 실현되거나 실현되지 못할지를 결정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팔크의 이야기는 역사로라도 남았지만,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지워진 아이디어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것은 분명 여성들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손실이다.


인류 최초의 도구가 창이 아니라 뒤지개였다면?

여성과 과학기술의 관계를 다루는 세 번째 층위는 기술과 발명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데 있다. 우리가 인류의 발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유인원에서 진화한 수염이 텁수룩한 남성이 날카로운 나무 막대기를 창으로 만들어 주위에 겨누는 모습이다. 정말 그랬을까? 우리는 기술이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무기로부터 시작된다는 남성 중심적이고 폭력적인 서사를 너무 쉽게 믿었다. 이 서사는 현대에 와서, 전쟁과 군대로부터 온갖 과학기술이 발전한다는 스핀온/오프 이론으로 이어진다.
최초의 인류가 든 막대는 창이 아니라, 땅에서 고구마 같은 식물을 캐내는 뒤지개였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그 도구를 든 인간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을 확률이 높다. 창이 아닌 뒤지개가 먼저라면, 인류의 서사 전체가 달라진다. 기술과 발명이 언제나 지배하고 장악하고 착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성을 잃는다. 요리와 바느질, 돌봄을 위한 기술이 핵무기나 우주 탐사선을 만드는 것만큼 인류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의 달 탐사는 우주복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우주복은 나사가 기대한 군사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여성용 속옷을 만드는 재단사들의 손에서, 단단한 갑옷이 아니라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졌다(3장).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이런 기술을 정식 기술로 취급하지 않는다. 여성에 속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많은 기술이 사소하고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고, 그로 인해 정당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의 손에 묶인 밧줄을 끊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이 책은 이처럼 여성과 여성성을 무시하고 배제해 온 역사적 사례들로부터 출발해 플랫폼 노동(7장), 인공지능(8장/9장), 기후 위기(10장) 등 현재와 미래의 이슈들로 논의를 확장해 간다. ‘미래’라는 키워드 아래 놓인 마지막 두 장은 지금까지의 우리 삶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위기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다룬다. 과연 ‘제2의 기계 시대’가 도래하면 로봇과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수십억 명 인구가 유발 하라리가 말한 ‘쓸모없는 계층’으로 전락하게 될까? 산업혁명 초기, 기계의 힘이 남성의 근력을 대체하자 그 기계를 돌리기 위해 고용된 것은 여자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미래에 로봇과 AI가 인간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인 감정 지능, 관계 경제, 돌봄 노동 역시 우리가 여성적이라고 여겨 온 것들이다. 그렇다면 기술 디스토피아에 대한 대안은 ‘여성’과 ‘과학기술’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기술을 발전시킬지를 결정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것은 인간이다. 지금까지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과학기술이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곳이 탄소사회이고 불타는 지구라면, 이제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과 남성,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을 구분해서 무엇을 배제하고 무엇을 우위에 놓을 것인지 따위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역사 내내 젠더 관념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의 혁신을 방해해 왔다. 이는 “우리가 한쪽 손이 묶인 채 세상을 발명해 왔다는 뜻이다. 그 밧줄을 끊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 임소연이 말한 것처럼 “지금껏 배제되었던 것, 그래서 새로운 것, 거기에서부터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껏 과학기술의 영역 바깥으로 몰아냈던 여성과 여성적인 것을 다시 불러들여야 하는 이유다.

추천사

정희진(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여성학)
이 책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통념을 다시 쓴다. 발명의 어머니는 젠더다. 저자는 젠더 의식이 기술 발전과 발명의 전제가 되며, 여성주의는 모든 인류의 삶과 직결되는 보편적 세계관임을 증거한다. 읽는 재미와 새로운 시각 그리고 공동체에의 기여라는 책의 의무에 충실한 이 책은 기존 남성 문명사의 주장, 즉 전쟁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이론을 완전히 뒤집는 데 성공했다. 설득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매력적인 책이다.
성별을 떠나 젠더를 공부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사실을 이만큼 잘 보여 주는 글쓰기가 있을까. 여성주의를 공부하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은 창의력과 합리성의 핵심 원리가 어떻게 젠더에서 시작되는가를 보여 준다. 기존 개념이 현실 설명력을 잃은 지금 한국 사회에 제때 제대로 당도한 반갑고 흥미진진한 텍스트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임소연(과학기술학 연구자,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저자)
우리는 자꾸 여성들에게 무엇을 더 배우고 더 시도해 보라고 격려한다. 반면 남성들은 굳이 뭘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과학자나 공학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기술은 남성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기술로 대체되지 않는 인간의 자질에 주목하며 남성에게 부족한 것, 남성이 더 갖추어야 할 것을 말한다. 참신하면서도 아주 유용한 전략이다.

하미나(논픽션 작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
이 책은 우리가 기술을 남성적인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오랫동안 발전해 온 여성의 기술 혹은 여성적이라고 여겨진 기술을 정식 기술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 몸과 관련한 지식들이 그렇다. ‘여성다움’을 이유로 기술의 세계에서 배제된 것들을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사가 ‘남성다움’에 맞추어진 상당히 특정한 버전의 이야기였음을 알게 된다.

목차

〈발명〉
1장 가방에 바퀴를 다는 데 왜 5000년이 걸렸을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 아이디어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 진정한 남자는 가방을 굴리지 않는다?
2장 일론 머스크보다 100년 앞선 전기차의 발명
안락한 전기차는 왜 시끄러운 휘발유차에 밀렸나 / 숙녀를 위한 기술 /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기술〉
3장 브래지어와 거들이 인류를 달로 데려간 이야기
고무의 융통성 / 닐 암스트롱을 살린 우주복 / 창이 뒤지개보다 먼저 나왔을 거란 착각 / 누가 정한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
4장 그 많던 여성 프로그래머는 다 어디로 갔을까
피와 살이 있는 컴퓨터들 / 재주는 여자가 부리고 / 실리콘밸리가 영국에 없는 이유

〈여성성〉
5장 고래 사냥과 페이스북의 공통점
22억 달러 특허를 포기한 사연 /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 지워지고 배제된 아이디어
6장 인플루언서는 어떻게 해커보다 부유해졌나
쇼핑하는 여성, 타락하거나 해방되거나 / 새롭고도 익숙한 친밀감의 전략 / 분홍색 제트기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날지 않는다

〈신체〉
7장 인간을 닮은 기계, 기계를 닮은 인간
신은 기술로 인간을 빚지 않았다 / 팬데믹이 블랙 스완이라고? / 바이러스가 폭로한 긱 이코노미의 함정 / 한없이 취약하고 연결된 존재들
8장 체스는 이겨도 청소는 못하는 AI
테니스 서브에 담긴 폴라니의 역설 / 우리 엄마가 AI보다 잘하는 일 / 세상을 체스판으로 착각한 과학자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몸

〈미래〉
9장 엥겔스는 왜 메리의 안부를 묻는 것을 잊었나
기본 소득 줄 테니 로봇은 놔둬 / 잭이 메리의 양말을 꿰매게 된 사연 / 제2의 기계 시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감정, 관계, 돌봄이라는 미래 기술 /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미래가 당연하지 않으려면
10장 미래를 구하러 온 발명의 어머니
날씨가 나쁘면 여자 탓 / 지구는 어머니가 아니다 / 기후 위기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들 / 우리에겐 마녀가 필요해

해제: 여성의 눈으로 기술과 발명의 역사를 본다는 것은_임소연ㆍ하미나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본문중에서

1장 가방에 바퀴를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지금 돌아보면 명백히 괴상한 일이다. ‘진정한 남자는 가방을 직접 든다’라는 무척이나 자의적인 개념이 이제는 누가 봐도 명백한 혁신을 방해할 만큼 강력했다니? 남성성에 관한 지배적 견해가 돈을 벌겠다는 시장의 욕망보다 더 완강한 것으로 드러나다니? 남자는 무거운 짐을 들 수 있어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 때문에 전 세계 산업을 뒤집을 상품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다니?
바로 이 질문들이 이 책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공교롭게도, 세상은 특정 남성성 개념을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남자는 채소를 먹지 않는다’ ‘진정한 남자는 사소한 문제로 건강 검진을 받지 않는다’ ‘진정한 남자는 섹스할 때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 같은 믿음이 말 그대로 매일같이 피와 살이 있는 진정한 남자들을 죽이고 있다. 남성성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고집스러운 개념이며, 우리 문화는 종종 특정 남성성 개념을 보존하는 것을 죽음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성성 개념은 5000년 동안 기술 혁신을 방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진다.〈34~35쪽〉

2장 일론 머스크보다 100년 앞선 전기차의 발명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장거리 운행한 사람은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세상은 곧 여성이 남성만큼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은 모터 달린 철제 용기 위에 아무렇게나 내버려 둘 수 없는 생명체였다. 여성은 연약한 존재였고, 신은 여성이 코르셋에 묶여 15킬로그램에 달하는 페티코트와 챙 넓은 모자, 긴 장갑 차림으로 세상을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과학은 여성이 나약하고 소심하고 쉽게 겁을 집어먹는다고, 여성의 뇌에 가해지는 모든 자극이 포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6쪽〉

3장 브래지어와 거들이 인류를 달로 데려간 이야기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 볼테르는 “지금껏 여성 학자도 있고 여성 전사도 있었지만, 여성 발명가는 존재한 적이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물론 이 말은 전적으로 틀렸다. 심지어 볼테르의 여자 친구는 그가 엄청난 도박 빚을 지고 수감되자 그를 빼내기 위해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볼테르는 이 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가 말한 ‘발명’은 아마 ‘커다란 기계’를 의미했을 것이다. 〈93쪽〉

4장 그 많던 여성 프로그래머는 다 어디로 갔을까
경제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적게 버는 이유에 대해 주로 여성이 보수가 낮은 산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슬프게도 여성은 컴퓨터에 관심이 없다. 다모어 같은 사람들은 이것이 여성의 뇌가 생겨 먹은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여성은 그저 프로그래머처럼 사고할 능력이 없다. 아니면 고소득 프로그래머처럼 사고할 능력이 없거나. 그러나 프로그래밍이 저소득 직종이었을 때 여성은 분명히 그런 능력이 있었다. 〈130쪽〉

5장 고래 사냥과 페이스북의 공통점
고래잡이 논리는 남성적이다. 이 논리가 생물학적으로 남성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남성적인 것으로 코드화하도록, 그러므로 여성적이라고 코드화한 것보다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도록 배운 수많은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논리의 바깥에 있고자 하는 회사들은 똑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는 ‘여성적’이라고 묘사되는 가치들을 경제에서 배제해 왔다. 우리는 그 가치들을 사적 영역(‘돌봄’ ‘치료’ ‘도움’ ‘보존’이 허용되는 장소)에 속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심지어 당신이 여성이라면, 그러한 영역에 속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와 달리 시장은 ‘짓밟고’ ‘파괴하고’ ‘지배’하기 위한 장소다. 지금껏 살펴봤듯이 이와 같은 혁신의 정의는 많은 여성 사업가를 배제한다. 〈164쪽〉

6장 인플루언서는 어떻게 해커보다 부유해졌나
2018년, 미국의 잡지 《포브스》는 카일리 제너를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로 선정했다. 전에는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돌아간 타이틀이었다.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큰 부자가 되는 방법이 저커버그처럼 하버드대학교의 기숙사에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에서 제너처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기 어머니의 유명한 식탁에서 립스틱을 판매하는 것으로 바뀐 듯 보였다. 자본주의에서 인플루언서가 해커를 대상으로 승리를 거둔 것 같았다. 디지털 혁명이 우리를 이러한 현실로 이끌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171쪽〉

7장 인간을 닮은 기계, 기계를 닮은 인간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노동자를 로봇인 양 대할 수 없다. 마치 디지털 서비스의 일부인 것처럼 화면만 몇 번 터치하면 택배를 배달하거나 집을 청소하는 사람이 찾아온다 해도, 그 사람은 디지털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여전히 몸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신종 바이러스 앞에서 긱 이코노미의 모든 문제가 갑자기 탄로 난 이유였다. 이제 몸이 아프면 집에 머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였으나, 긱 이코노미의 노동자들은 그럴 수 없었다. 이들에게는 유급 병가의 혜택이 없었고, 보통은 발생한 문제에 책임을 지거나 최소한 손 소독제와 마스크 지급을 보장해 줄 인간 관리자조차 없었다.〈223쪽〉

8장 체스는 이겨도 청소는 못하는 AI
우리는 ‘인간적인 기계’를 만들고자 했지만 우리가 정의한 ‘인간’의 바탕에는 특정 유형의 이성적이고 학문적인 남성성이 있었다. 컴퓨터는 우리가 ‘도전적’이라 여긴 문제들을 맡았고, 우리 머릿속에서 이 문제들은 우리가 ‘남성적’이라고 학습한 활동과 호환되었다. 우리는 만약 기계가 이 ‘남성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나머지 세상 또한 지배하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기계는 그러지 못했고, 우리는 오랫동안 이 난관에 빠져 있었다.〈250쪽〉

9장 엥겔스는 왜 메리의 안부를 묻는 것을 잊었나
남성 미래학자들은 기계의 IQ가 더 높아지면 인류는 끝장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식 경제의 바탕에 언제나 미래학자들이 한 번도 제대로 주목한 적 없는 많은 요소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시된 것이 바로 ‘관계 경제’와 ‘돌봄 경제’다.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것은 인류의 근력과 이성적 사고력만이 아니다. 타인을 돌보고,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고, 다양한 상황과 사람에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모든 경제의 보이지 않는 일부다. 또한 거의 모든 직업의 매우 큰 측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소프트’한 것을 기술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여성적인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283~284쪽〉

10장 미래를 구하러 온 발명의 어머니
‘어머니 자연(Mother Nature)’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어감은 참 좋다. 그러나 가부장 사회에서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 불평 한마디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욕구는 전혀 없고 오로지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엄마는 우리의 기저귀를 갈아서 모든 오염 물질의 흔적을 없앤다. 매일 아침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면 부엌은 깨끗이 치워져 있고 바닥은 걸레로 닦여 있어서 우리는 다시 집을 치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아주 조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장난감을 마구 내던질 수 있다. 본질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우리가 어떻게 굴든 상관없이 우리를 돌봐 주고 사랑해 주는 여성이다. 현재 무슨 일이 있어도 지구를 빗대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이 어머니상이다.〈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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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카트리네 마르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웁살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의 편집주간을 지냈다. 현재는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에서 금융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 금융ㆍ정치와 페미니즘에 대한 기사를 주로 다룬다. 경제학과 가부장제의 관계를 논한 저서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는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책을 “여성, 경제, 돈에 관한 영리하고 재미있고 읽기 쉬운 책”이라고 평했다.

김하현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뒤 지금은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식사에 대한 생각》,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결혼 시장》, 《이등 시민》, 《팩트의 감각》, 《미루기의 천재들》, 《분노와 애정》, 《화장실의 심리학》, 《여성 셰프 분투기》,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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