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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수필집 [각도를 풀다]. 저자의 다양한 수필을 만날 수 있다. 독자는 그 속에서 개인의 삶을 넘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제 1 부 문門에서 문問으로

공룡은 살아 있다
각도를 풀다
문門에서 문問으로
다시 귀를 뚫다
꽃구경
이별에는 핑계가 필요하다
여우의 신포도
비밀의 섬, 오륙도

제 2 부 둥지

모기는 알고 있다
사이드미러
쥐포껍데기
오래된 목욕탕
코다리1
코다리2
잃어버린 후에야 보이는 것들
뽑기와 뽑히기 사이
둥지

제 3 부 그리운 원동역

숨바꼭질
그리운 원동역
화려한 퇴장
보호자
띄어쓰기
설렘도 익어간다
한끼의 온도
와이키키

제 4 부 터지지 않아도 불꽃이다

터지지 않아도 불꽃이다
떡 한 접시
룸메이트
그의 동굴
우물 밖으로 나간 개구리
괘릉의 호위무사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아직도 잊지 못한 그대에게

제 5 부 야구학개론

야구학개론
작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대타
벤치클리어링
아버지의 손
아홉울렁증

발문

명가수 하나 나오지 싶다

1.
수필가 일만 명 시대를 맞았으니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일만의 수필가들이 저마다 온힘을 다하여 더도 말고 딱 한 편씩의 히트작을 남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수필 강국이 될 것이요, 문학 강국이 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어찌 글을 쓰는 목적이 명작을 남기는 데만 있을 것인가. 하지만 우리 수필에서도 누군가 저 송대관의 ‘해뜰 날’과 같은 히트작을 냈으면 좋겠다. 온 국민이 입에 달고 다니며 정신을 바투 잡게 할 그런 수필 한 편을 만들면 좋겠다. 이선희가 핏대를 올려 ‘아름다운 강산’의 피날레를 부르는 대목에서 전율이 일듯이, 윤수일의 ‘아파트’ 처럼 전주만 들어도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그런 수필 한 편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 빠진 나는 한 신예 수필가의 《각도를 풀다》라는 책 한 권을 들고 감탄을 하고 있다. 멋들어진 화두 하나 잡았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친다. ‘ 각도를 푼다고!’ 한편으로 너무나 뻔한 스토리가 예상되면서도 그러나 처음 듣는 듯 너무나 신선하고 기발한 착상이 아닌가. 생각해 보라. ‘각도를 푼다’는 것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풀어내는 거대 담론이다. 세상사 중에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사람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미세하게 몸을 틀어도 각도를 푸는 것이고, 머릿속의 생각만 약간 바꾸어도 각도를 푸는 것이다. 우리 삶의 총체가 모두 이 각도를 푸는데서 비롯되고 진행된다. 수필의 본질도 ‘각도를 푸는 일’이 아닌가. 수필은 체험을 불러와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작업이다. 무엇인가를 저쪽에서 이쪽으로 가져와 다시 저쪽으로 옮기기 위해 풀고 틀고 바꾸는 작업이 수필이다. 그러니 수필의 길에 나선 이 신예 수필가 이혜경은 이번에 제대로 수필의 맥 하나를 건져 올린 셈이다.(하략) -홍억선(한국수필문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