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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개를 펴다』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감자 캐는 날〉, 〈늦은 때란 없다〉, 〈추어탕집에서〉, 〈그녀에게서 나를 보다〉, 〈시금치 판 돈〉, 〈왕버들이 전하는 말〉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신숙자는 성실한 작가다. 그는 글길을 차근차근 밟으면서 수시로 그의 길을 돌아보는 세밀함이 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인지 주변과 두루 어우러지면서 걸어간다. 만학으로서 문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다문다문 수상의 성과도 있었다. 그는 지금 수필가로서 제대로 바른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한 마리의 나비’라고 했다. 젖은 몸을 말리고 날개를 펴려는 한 마리의 나비이다. 나비는 곡선의 날갯짓을 한다. 벌처럼 오로지 직선을 날아가 꿀을 얻어서는 또다시 직선을 돌아오는 존재가 아니다. 팔랑팔랑 날갯짓으로 여유로운 선을 그리는 수필가가 신숙자이다. 그 여유로움으로 뭇꽃들에 앉아 향기에 취해 보기도 하고, 높은 담장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한 마리 나비의 아름다운 날갯짓 속에 담긴 세상 이야기를 그의 수필집을 통해 만나게 된다.

제 1 부 앉은뱅이

꽃묵을 쑤다 15감자 캐는 날 23사부자四父子 이어달리기 24늦은 때란 없다 27앉은뱅이 꽃 30풍장 36추어탕집에서 41그녀에게서 나를 보다 44마지막 수저 48

제 2 부 아버지의 혹한기

곳간 55청혼 59가마우지 64사름 69사관드리기 75육아 일기장 80설탁 84아버지의 혹한기 89매미성 93몸은 멀어도 97

제 3 부 우렁각시

시금치 판 돈 105왕버들이 전하는 말 110우렁각시 115벼랑 끝에서 118심장의 무게 123가을 은행나무 128한 벌의 옷 132생일 선물 137

제 4 부 장맛

단 집껴묻거리 145시시비비 150말무덤 154꽃살창 157부적 162장맛 단 집 165모녀 170궁채와 열채 174포로수용소를 둘러보며 179제 5 부 나비, 날개를 펴다가을 산 187삼십 센티의 공포 191중간 어른 196삼도 축제장에서 만난 인연 200골을 빼다 204곰배령 209겉모습 213구룡포 엿보기 217태산이와 복순이 222나비, 날개를 펴다 226

발문

■ 작가의 발간문
유년 시절, 마음에 돌부리가 걸리면 일기를 썼다. 학교 공부보다 집안일이 먼저였던 성장기에 일기장은 나를 견디게 해 주는 ‘버팀목’이요, 마음을 달래주는 ‘쉼터’가 되어 주었다.그렇게 살아온 게 전부였다. 일기 쓰기 외에 글이라고 써 본 적이 없던 내가 몇 년 전,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에 발을 들였다. 달큼했다. 뒤늦게 글밭에 뛰어든 초보 글짓기 농부는 지칠 줄 몰랐다. 아니 갈증이 났다고 해야 맞다. 밑거름용 퇴비가 될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하루빨리 튼실한 꽃대를 올리고 싶어 부지런히 땅을 파고 씨를 뿌렸다.어쭙잖은 농부가 좋은 꽃모종을 키우기는 어려울 터, 나 또한 이 모종 저 모종 가리지 않고 심었지만, 고랑과 이랑이 곧지 못하고 가슴에 박힌 큰 돌 작은 돌을 주워내기 바쁘다 보니 형식을 갖춘 수필보다 잡문이 대다수를 이뤘다. 하지만 깜냥만큼 글을 썼고 나로서는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기에 뿌려 놓은 글을 한 곳에 묶어 두고 싶어졌다.돌이켜보면 인생 오십 중턱을 지나도록 손 위에 올려놓고 만족하게 바라볼만한 결실물이 하나 없이 살아왔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쳐온 병마와 싸우면서 쓰기 시작한 잡문들이 손 귀한 집 자식 같다.절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부정과 분노로 몸서리치다 찾아낸 타협점이 수필 쓰기였다. 상처를 지면에 드러내자니 생살에 소금을 끼얹듯 쓰라렸다. 그러나 유년의 일기 쓰기가 그러했듯이 수필은 나를 견디게 해주는 치유의 수단으로 모자라지 않았다. 하여 앞으로도 지치고 힘이 들 때면 언제나 지금처럼 낙필落筆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