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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 이소호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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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소호
  • 출판사 : 현대문학
  • 발행 : 2021년 07월 25일
  • 쪽수 : 160
  • ISBN : 979119088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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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서른다섯 번째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의 대표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서른다섯 번째 시집 이소호의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를 출간한다. 2018년 시리즈 론칭 후 지금까지 총 서른네 권의 시인선을 내놓은 핀 시리즈는 그간 6개월마다 여섯 권을 동시에 출간하던 방식을 바꿔 격월로 한 권씩 발간하고 있다.
서른다섯 번째 핀 시리즈의 주인공은 2014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후 전위적이고 진취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소호 시인이다.
파격적인 형식과 거침없는 화법의 작품을 선보이며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캣콜링』으로 새로운 시인의 충격적인 등장을 알린 이소호는 이번 두 번째 시집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구조 속의 다양한 폭력적 상황에 놓인 여성의 삶을 지극히 사적인 고백을 통해 적나라하게 전시하는 한편, 미술작품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시적 표현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방식으로 이소호 스타일을 더욱 견고히 하는 신작시 33편과 에세이로 시집을 꾸렸다.

읽는 도록, 휴대 가능한 개인 미술관
이소호 시집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이소호 시집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는 전작의 실험정신과 전위적인 문법, 개성적 언어를 보다 밀도 있고 면밀히 다듬어, ‘읽는’ 시에서 나아가, 심리적인 이미지 등을 차용한 ‘보는’ 시로의 변화를 꾀하며 여러 실험적 기법들을 선보인다. 이 시집 안에서 문자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미술적·시각적 요소로 기능하며, 다양한 표현 방식(그림과 사진, 타이포그래피, 문자 자동완성기능, 아스키아트, 콜라주, 모스부호 등)을 두루 사용해 낯설고 독특한 형식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인은 이 시집을 ‘뉴 뮤지엄’이라는 전시회의 미술작품을 실은 한 권의 도록처럼 구성했으며, ‘가지고 다니는 작은 개인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마치 전시장에 초대된 관람객이 되어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독자들이 느끼게 되길 희망한다고도 덧붙였다.
그간 일관되게 드러내왔던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의 이야기를 이번 시집에서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삶을 구체화시키며, 폭력과 살해로 얼룩진 여성의 서사를 한 개인의 사건으로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만연해 있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무시와 억압, 그로 인해 황폐해지는 ‘여성’의 일상으로써 주목한다. 이 시집은 시인의 절규이자 외침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인만의 방식을 통해 시대와 세태에 대한 의문과 분노를 시적으로 분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잊을 수 없는 기억, 각인된 절망과 우울, 자해와 죽음의 자장 속을 헤매는 피해자이자 생존자이기도 한 시인은 침잠하고 고립되는 대신, 창작을 통해 과감하게 세상 안과 밖을 주시한다. 그럼으로써 사회가 강요하는 생존자다움에서 벗어나, 여성을 향한 무자비와 비정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애를 바탕으로 상처를 극복하려 애쓰는 시인의 독백은 시로, 예술로 승화된다.

출판사 서평

*이소호 시인이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

안녕하세요.
뉴 뮤지엄입니다.
이소호 시인의 두 번째 전시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에 오신 독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본 작품들은 기존의 전시와는 다르게, 의도된 여백과 아주 많은 각주가 붙어 있습니다. 여백은 작품 사이의 호흡을, 각주는 도슨트의 해설을 받아 적은 것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최초로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의 작품을 대하실 때는 오직 작품 자체에만 집중하여 읽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물론 각주 따위 무시하시고 읽으셔도 무방하나 한 번 완독하신 독자분들에 한해서 특별히 첨부된 도슨트의 해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각주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자정, 새벽 두 시, 오전 네 시로 한정하며, 회당 관람은 24시간을 넘기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도록을 소지하신 독자분들은 중복 입장이 가능합니다.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유의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부디 안전한 관람이 되길 바랍니다.

핀 시리즈 공통 테마 에세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에 붙인 에세이난은 시인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심도 있게 비춰주는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독자들과의 충분한 교감을 촉발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공통 테마라는 즐거운 연결고리로 다른 에세이들과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짧고도 개성적인 에세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시인 자신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 풍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핀 시선만의 특징으로 꼽게 된다. 이번 볼륨의 주제 혹은 테마는 ‘영화 속 대사’다.
이소호 시인의 에세이 「완벽한 실패를 찾아서」는 영화 「프란시스 하」에 나오는 대사 “뉴욕에선 부자 아니면 예술 못 해. 난 부자 아닌데 예술 하잖아. 넌 희귀종이고”를 모티프로 했다. 새로운 삶과 창작의 의욕을 가지고 떠났던 뉴욕에서 정작 타지에서의 위험, 이방인에 대한 차별, 경제적 곤란과 고단함, 소통의 부재, 폭력보다 두려운 외로움 등의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통해 예술적 삶을 영위하고, 시인으로서의 꿈을 지켜가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더없이 솔직한 날것의 문체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심적 고통과 절망감, 고독이 문장이 되고, 끝내 아름다운 시가 되면서, 시작(詩作)을 향한 시인의 결기를 돌올하게 드러낸다.
9월에 출간될 이후 vol. 6 핀 시집의 마지막 권도 같은 테마로 이어간다. 이번 볼륨의 마지막 주자 박소란 시인은 「그리즐리 맨」(9월 출간 예정)으로 창작의 열정과 고민에 대해 전한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강주리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특색을 갖춰 이목을 집중시키는 핀 시리즈 시인선의 이번 시집의 표지 작품은 최근 생태, 환경 등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관점의 드로잉과 설치를 통해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강주리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구성된 독창적인 시인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시편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시와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 강주리JooLee Kang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및 미국 터프츠대학교 보스턴뮤지엄스쿨 석사 졸업. 경기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미국 NAGA갤러리, 피츠버그 아트 뮤지엄, 대만 타이페이시립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 참여. 국립현대미술관, 홍콩 미라마그룹 등에 작품 소장. 〈Massachusetts Cultural Council 아티스트상〉 〈St. Botolph Club 신인 아티스트상〉 〈SMFA Traveling Fellowship〉 수상.

목차

B4 제 2전시실
하양 위의 하양 18
내가 가장 두려운 건, 어느 날 블랙이 레드를 삼키는 것이다 20
보려다 가려진 감추다 벌어진 22
그때, 감추어져 있어야만 했던 어떤 것들이 드러나고 말았다 28
공존 화장실 34
포토존 36
포토존 37
누구나의 어제 그리고 오늘 혹은 내일 38
판의 공식 46
존경하는 판사님께 48
공평하지 않은 싸움과 평등하지 않은 용서 50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54
7일 24시간 직경 3.4m 텍스트 긴급 대피소 58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64
1989, 세컨드 리허설[s?k?nd r??h?ːrsl] 66
밤과 방 그리고 두 개의 목소리 68
비밀리에 암암리에 70
죽음을 위한 습작 72
우수아이아 74
시간이 찍어낸 또 하나의 점 하나 80
중고나라 86
결말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서막 90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곳에 있는 무엇과
무언가 있어야 하는 곳에 없는 것 94
위대한 퇴폐 예술전 102
쉽게 읽는 속죄양 104
통곡의 벽 110
새천년 건강 체조 112
결말의 목전에서 소리 소문 없이 우리는 114
소호의 호소 116
自己嫌惡 藝術家 1人의 有言錄 120
일요일마다 쓰여진 그림 122
경진이를 묘사한 경진이를 쓰는 경진 128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림을 떠난다 138

에세이 : 완벽한 실패를 찾아서 143

본문중에서

우리, 아가,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란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나는, 폭력으로, 사랑을, 확인했다, 엄마가, 그랬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사랑한다면, 아낌없이, 줘야, 한다, 지독한, 상처를, 줘야, 한다, 영원히, 잊히지, 않, 을, 정도로, 사랑을, 상처로, 배운, 나는, 다정, 하지도, 못한, 늙고, 돈도, 없고, 재능도, 없어, 여러모로, 망한, 남자와, 진창에, 같이, 굴러, 빠질, 정도로, 착해, 빠져도, 나는, 언제나, 너에게, 썅년이, 되었다, 나는, 다, 주고, 다, 뺏겼다, 사랑하니까,
-「보려다 가려진 감추다 벌어진」 부분

이제 진정한 평화는 네 안에 있다 네게 강 같은 평화 꿀과 젖이 흐르는 나. 브래지어 안에 숨겨둔 불타는 가슴. 나는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뜨거운 이 가슴을 고스란히 너의 팬티에 바치겠다 무너지기 위해 태어난 장벽은 굳이 세우지 않겠다 백린탄을 쏘아 이 밤을 밝히지 않겠다 깊고 깊은 밤 네 땅이 내 것이라고 우기지 않겠다 너는 여러 차례 선을 넘어 나를 자주 갈라 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네 것이라고 우기지 않겠다 넘보지 않겠다 나는 그 자리에 있겠다 영원히 네 방, 구석에 있는 장롱처럼. 벌리라면 벌리고 닫으라면 닫겠다 나는, 나는 당신의 어떠한 폭력에도 굴복하는 평화주의자다
-「공평하지 않은 싸움과 평등하지 않은 용서」 부분

핑킹가위는 살인을 즐겼다 나는 핑킹가위를 든다는 것만으로도 예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아 초롱초롱 별을 빼다 박은 두 눈을 몇 개의 세모로 만들었다 턱은 보다 갸름한 편이 좋겠다 구석구석 모서리를 만들어놓았다 아아 그런데도 여전히 예뻤다 다이어트가 필요했을 뿐 엄지와 중지를 동그랗게 말아 발목이 가득 찰 때까지 잘랐다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지그재그로 썰린 발가락은 분홍 신을 신은 것 같았다 (……) 다음 날 나는 옆구리 실밥이 터진 옷을 입고 서랍에서 떨어져 죽었다 미미와 쥬쥬도 다들 그렇게 죽었다고, 언니가 그랬다
-「비밀리에 암암리에」 부분

세상 모두의 옛 애인 경진은 준상의 옛 애인이었다 어쨌든 옛 애인도 애인이니
기뻤다
모름지기 옛 애인이란 자니, 라는 닳고 닳은 멘트밖에
날릴 줄 몰라서 여전히 준상은
답장하지 않았다
(……)
흑백의 오후와 흑백의 그림자들 흑백의 쌓인 먼지 위에 남겨진 발자국들 흑백의 쓰레기통 버려진 흑백의 벤치에 앉아 추억하는 흑백의 눈동자 그 안에 남겨진 흑백의 경진이
-「중고나라」 부분

우리 모두의 서사
하루살이
알리바이
제 3세계의 법으로 깎은
엇갈린 환영 사이
번져가는 잉크를 바라보던
연필이 가져온
나쁜 소식
꿈에서 깨지 않는 한
내일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곳에 있는 무엇과 무언가 있어야 하는 곳에 없는 것」 부분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집안의 돈만 까먹는 아버지와 날백수 오빠 새끼가 비빌 언덕에서 엄마와 나의 생살을 뜯고 살아가요 이상하지요 개차반은 저들인데 어째서 고통의 몫은 우리인가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우리는 벌고 먹히며 매일 죽음을 경험합니다 그걸 누군가 거룩한 희생이라고 부르더군요 아버지는 집안의 기둥이니까 오빠는 미래의 기둥이니까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들이 무너지면 우리가 무너지는 거라고. 그래서 어제는 어제처럼 경건하게, 다리 사이에서 꿇고, 벌고, 벌리고, 호되게, 뜯겼습니다
-「쉽게 읽는 속죄양」 부분

어제를 펼친다
어제의 뭉치를 짓는다
어제는 각각의 층위를 지니고
어제의 이름으로 죽음조차 빛난다

나는, 검지에 엄지를, 엄지에 검지를 붙이고, 사이에 눈을 댄다 모든 곳이 그림이 된다

자기야. 여기 좀 봐 여긴 참 아름답다 내가 말하자, 그는 그건 착각이야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림이라 불렀던 것을, 그는 얼룩이라고 불렀다.
-「경진이를 묘사한 경진이를 쓰는 경진」 부분

“시인이 아니라면 그럼 너는 뭘 하는 사람이야?”
“나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
“시는 뭔데?”
“글쎄, 시가 뭘까. 이미지를 포착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 글씨로.”
(……) 이곳에서의 문학은 작고 너무 가벼워서 영영 미완성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기억.
약을 털어 넣고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 이야기를 한다. 의사는 비밀을 지킬 줄 아니까.
마크 로스코의 레드를 손목에서 건져내며, 나는 짓눌린 레드에 대해 생각한다. 고흐의 사라진 왼쪽 귀에 대해 생각한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척추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불행에 쉽게 의미를 둔다. 그러나 그것도 이름을 가진 자에게만 허락된다. 나의 불행은 나 자신이다.
(……) “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 시를 계속 쓰고 싶어. 그런데 그 시는 진짜 아름다운 시가 될 거야.”
“너는 분명 잘할 거야.”
그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에세이 「완벽한 실패를 찾아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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