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평설 중에서

생각에 따라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생활도 잠깐이고, 병들고 아픈 시간도 잠깐이고, 나이 들어 불편한 생활도 잠깐이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키우고 나름의 가정을 꾸리게 한 50년 세월도 잠깐이고 인생도 잠깐일까 느낌의 폭이 잠깐 좁혀진다. 참으로 무료한 하루를 보내면서 전신이 나른해지고, 목이 풀리고, 늘어지고, 사르르 눈이 감기고,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고, 다시, 뻣뻣해진 목을 주무르며 눈을 떴을 때 햇살이 이미 거실을 빠져나간 그 잠깐을 연상하며 시인은 또 허무를 끌어안았을까. 아니면 아들 생각에 잠겼을까. 답은 없어도 ‘나’를 대입해 본다면 아마도 그 공감의 폭이 크게 확대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잠깐〉이란 시는 이제 나이 든 사람들의 시이며 우리들의 시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용재(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

005 책 머리에

1부 아침

013 아침
014 조약돌
015 백자항아리
016 별
017 부음
018 초록비 내리는 아침에
019 오솔길
020 꽃병
021 꽃비
022 달력
023 가을편지
024 물가에서
025 담쟁이
026 꽃잎
027 입춘
028 징검다리
029 구피가 사는 어항
030 면벽面壁의 시간

2부 꽃잔디

033 꽃잔디
034 전망
035 무료無聊
036 상처 그 역설적 기도
038 몸살
039 잠깐
040 길
042 베란다 일기
044 건널목
045 폭염에
046 가슴
048 요양병원
049 죽음에 대하여
050 흔적
051 망각의 덫
052 무차茶
053 식탁에 앉아
054 꽃길을 걸으며

3부 진달래

059 진달래
060 강둑에서
061 놀이터 풍경
062 장미꽃
063 통증일기
064 퇴마루
065 수술대
066 퇴원
067 속병
068 병실에서
069 은총
070 보이는 척
071 그리움
072 어머니의 기도
074 성경을 필사하는 아내
075 열이레 달빛
076 채운역
077 발치拔齒

4부 자화상

081 자화상
082 발자국
083 적막
084 커피 한 잔
085 엽서
086 라일락
087 어머니의 선인장
088 사루비아
089 떠난 자에게
090 아무도 모른다
091 플랫폼
092 물결
093 길을 가면서
094 이사
095 장날
096 청보리밭
097 이팝나무
098 보문산

5부 식장산 일출

101 식장산 일출
102 천변길
103 눈
104 역병
106 다시 말하자
107 태극기
108 이산가족
109 회상, 6·25
110 B시인 떠나다
112 세상
113 채강 작별하다
114 설날의 추억
115 능소화
116 프리지어
117 패랭이꽃
118 금강
119 도시의 참새
120 12월
121 희망과 허무감각의 이중주｜평설｜김용재
136 崔松錫 略表

생성과 소멸 속에
도사린 허무

그 속에 존립한
작은 입자 하나

뗄 수 없는 것
詩라는 생체가 있어
드려다 보다가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 하고
긴 세월 푸념으로 지났다.

육신의 영역이
긴 터널을 가고 있다
벗어나는 곳이 어데일지

모두를 위해 기도하며
감사한다

2021년 初夏 최송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