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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 YA 퀴어 로맨스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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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꽃 피고, 비 오고, 바람이 불고…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사랑을 합니다
소녀들과 소년들의 여덟 빛깔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마음’에 주목하는
#퀴어 #로맨스 #청소년소설 #앤솔러지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는 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와 돌베개가 함께 기획한 ‘청소년 퀴어 로맨스 소설집’이다. 박서련·김현·이종산·김보라·이울·정유한·전삼혜·최진영(수록순) 등, 현재 한국문학의 중심에 선 작가부터 독립출판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신인까지, 여덟 작가의 신작을 한 권에 담았다.
기획 단계부터 이 책은 성정체성으로 인한 고통이나 커밍아웃 같은 장르 전통의 테마 대신 ‘사랑하는 마음’에 주목했다. 주지하다시피 사랑은 감정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히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일이다. 늘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우여곡절을 넘어 사랑에 도달하는 순간은 어떤 때보다 벅차고 감동적이다. 물론 실패한 사랑에서도 얻는 것이 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 주는 희로애락을 통해 깨닫고 성장한다. 퀴어 청소년도 이 일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 책은 퀴어 청소년들이 사랑에 빠진 순간 맛보게 되는 웃음과 눈물, 기대와 실망, 감탄과 탄식 등의 다채로운 감정들과 다채로운 사건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궁극적으로는, 퀴어 청소년들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나누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쁜 짓」(정유한)의 주인공 건휘가 마지막에 뇌듯이 사랑은 “절대 나쁜 짓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의 미래」(최진영)에서 ‘효주’와 ‘미래’ 커플은 비 갠 골목을 산책하다가 문득 질문한다. “우리는 어째서 사랑을 할까?” 곰곰 생각하던 그들은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 나간다. “비는 왜 내릴까?” “바람은 왜 불지?” “태양은 왜 빛날까?” “꽃은 왜 필까?”…… 그리고 마침내 대답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효주와 미래가 말하듯이, 이 책의 소녀들과 소년들은 꽃 피고, 비 오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사랑한다. 꽃 피고, 비 오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이들의 사랑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이 사랑은 조금도 남다르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저 ‘어떤 사랑’이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퀴어 청소년 당사자들을 위해 쓰였지만,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특히 퀴어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작품들은 내가 사라지면 혼자가 될지도 모를 사람과 나누는 간절한 감정들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누구도 우리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외면도 없이 존재와 직면하는 정직한 사랑 이야기다. 인물들은 자신의 무게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구르며 이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더욱 다정한 방향으로 간다.”
지금 이 순간 퀴어 청소년들이 꿈꾸고 경험하는 여덟 편의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을 혐오와 폭력에 물들지 않은 다정한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미움이 아닌 사랑이 살아남는 세계로.

출판사 서평

■ 여덟 빛깔 이야기가 담긴 종합선물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는 열어 보기 전까진 무슨 과자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는 ‘종합선물’ 같은 소설집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만히 깊어지는 사랑 이야기(「나의 미래」)가 있는가 하면, 사랑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남몰래 속을 앓거나(「사랑보다 대단한 너」), 사랑이 이미 끝난 뒤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솔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도 있다.
예민한 소년의 내밀한 독백이 고요한 강물처럼 흘러가는가 하면(「나쁜 짓」), 혈기왕성한 여자 중학생들이 농구 코트에서 땀범벅이 되어 목표를 향해 내달리기도 한다(「스틸 앤드 슛」).
현실을 다루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타임루프라는 초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싱싱한 방울토마토 같은 사랑이 열매를 맺는가 하면(「고-백-루-프」), 데이팅앱으로 만난 소녀들의 편지 두 통이 퀴어 청소년들의 현실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하울링」). ‘세월호’와 ‘코로나19’라는 당대의 역사가 퀴어 소년들의 사랑과 일상 속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 포착하기도 한다(「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

■ 지금 이곳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사랑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하고 부정해도, 퀴어 청소년들은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린 채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이 책에는 대단히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타임루프 설정의 「고-백-루-프」조차 수행평가와 학교 축제라는 생생한 일상 속에서 전개된다. 이 이야기들은 결코 판타지가 아니다. 소녀들과 소년들은 학교 교실과 도서관과 운동장과 학원과 집을 오가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학교 축제, 교내 농구 대회, 수행평가, 대학생 개인 과외를 함께 하면서 사랑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 속에서 성장한다. 사랑이 결코 나쁜 짓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사랑보다는 결국 자기 존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사랑이 끝난 뒤에도 서로를 지지하는 친구로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의 사랑이 영원하거나 장구할 가능성은 사실 크지 않다. 그러나 이토록 솔직하게 사랑해 본 경험은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한 만큼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해피엔딩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 수록 작품 소개
ㆍ「고-백-루-프」(박서련)는 타임루프 설정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기술가정 시간에 ‘방울토마토 관찰일지’ 수행평가를 함께 하게 된 평범한 고등학생 ‘현지’와 전교생의 선망을 받는 밴드부 보컬리스트 ‘지현’이 학교 축제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속에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되풀이한다.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이 또다시 찾아온 축제일, 무대에서 노래를 마친 지현이 열렬한 함성을 뚫고 외친다. “네가 좋아.” 이에 대한 현지의 대답은?
ㆍ「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김현)는 사진과 글을 결합한 ‘사진-소설’을 쓰는 ‘철희’와 축구부 에이스 ‘수호’의 연애담이다. 섬세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철희는 훈련 때문에 자주 늦는 데다가 자꾸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수호에게 내심 섭섭하다. 1년 기념일을 챙기자고 먼저 말한 건 수호인데, 막상 당일이 되자 이번에도 철희는 하염없이 수호를 기다리는 처지다. 학교 친구들이 모두 죽는 것으로 설정된 철희의 재난소설이 사이사이 삽입된다.
ㆍ「사랑보다 대단한 너」(이종산)는 단짝 ‘수이’를 짝사랑하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재명’의 이야기다. 어느 날 수이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수이 자리에 모여서 ‘그놈’과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캐묻고 화장을 고쳐 준다며 법석을 떤다. 수이는 천진하게 재명에게 연애 상담을 하고, 재명의 속은 타 들어간다. 재명은 수이가 사랑 때문에 기뻐할 때도 슬퍼할 때도 마냥 괴롭기만 하다.
ㆍ「하울링」(김보라)은 데이팅앱으로 만난 여고생 ‘유영’과 여중생 ‘수영’의 이야기다. 오프 후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쓴 유영의 편지와 2년 뒤 뒤늦게 편지를 발견한 수영의 답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자기를 마주한 순간부터 하울링을 했을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나를 닮은 이들을 찾으려고 떠돌아다녔을 거고요. 내가 긴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도 언니는 알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거요. 그리고 언니와 같다는 걸요.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안심할 수 있어요.”
ㆍ「스틸 앤드 슛」(이울)은 전교 농구대회에 출전한 신계여중 2학년 2반 ‘주경’과 ‘다인’의 사랑 이야기다. 주경과 다인의 활약으로 2학년 2반은 우승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애틋한 마음도 점점 무르익는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6반 선수이자 도서부 ‘민서’가 주경에게 관심을 보이자 다인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민서가 주경에게 무지개색 배지를 건네며 비밀 동아리 가입을 권유한다. 지켜보던 다인이 끼어든다. “주경이가 들어가면 나도 들어갈래.”
ㆍ「나쁜 짓」(정유한)은 엄마와 함께 엄마의 오랜 친구 현선 이모가 사는 헝가리로 여행 온 ‘건휘’의 이야기다. 현선 이모의 아들 ‘라슬로’와 한 방을 쓰면서 건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깨끗한 피부에 탄탄한 가슴, 겨드랑이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매끈한 곡선, 같은 남자지만 낯선 라슬로의 몸. 이혼 후 건휘의 가족은 엄마뿐이다. 엄마에게 내 존재에 대해 얘기할 날이 올까? 내 사랑은 나쁜 짓일까?
ㆍ「솔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전삼혜)은 한때 연인이었던 바이섹슈얼 ‘아라’와 레즈비언 ‘유진’의 이야기다. 성소수자 청소년 모임에서 또래친구 상담 도우미를 할 만큼 당당한 유진에 비해, 아라는 소심하고 생각이 많다. 게다가 바이섹슈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전 연애를 실패했던 경험이 아라를 지레 위축시킨다. 아라는 결국 유진에게 먼저 결별을 선언한다. 사랑이 끝난 뒤에 아라와 유진은 예상 못 한 사건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ㆍ「나의 미래」(최진영)는 과외를 함께 하면서 ‘특별한 사이’가 된 중학교 2학년 ‘효주’와 ‘미래’가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헤어졌다가 여러 해가 흐른 뒤 재회하는 이야기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깊어지고 성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깊은 감동과 여운을 안겨 준다. 이 책의 제목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는 효주와 미래가 나누는 대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추천사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통해서 나를 사랑하게 되고 그 관계를 끌어안으면서 사랑의 실체를 부드럽게 확인하곤 한다. 그가 거기 있고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어떤 낙관적 전망보다 정확하고 큰 힘이다. 이 책의 작품들은 내가 사라지면 혼자가 될지도 모를 사람과 나누는 간절한 감정들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누구도 우리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외면도 없이 존재와 직면하는 정직한 사랑 이야기다. 인물들은 자신의 무게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구르며 이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더욱 다정한 방향으로 간다.

목차

여는 글(무지개책갈피) 4 / 고-백-루-프(박서련) 9 /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김현) 39 / 사랑보다 대단한 너(이종산) 63 / 하울링(김보라) 83 / 스틸 앤드 슛(이울) 107 / 나쁜 짓(정유한) 137 / 솔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전삼혜) 155 / 나의 미래(최진영) 173 / 추천의 글(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195

본문중에서

이게 다 방울토마토 때문이다.
2학기 기술가정 수행평가 주제는 작물 키우기였다. 급식소 앞에 1학년 전용 화단이 생겼다. 한 그루에 두 명씩 158그루의 방울토마토 화분이 놓였다.
방울토마토 관찰일지라니 초중딩 때도 안 하던 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내 파트너가 21번 우지현이라는 점이었다. 걔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키 크지, 날씬하지, 얼굴도 봐 줄 만하다. 봐 줄 만하다는 건 너무 야박한 평가고, 솔직히 우리 반에서 제일 눈에 띄는 애가 걔였다. 굳이 따지자면 예쁘다기보다 잘생긴 느낌? (…) 입부 경쟁률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밴드부에 보란 듯이 들어간 것마저 재수 없었다. _13~14쪽(고-백-루-프)

이런 날 비가 오냐…….
철희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창가에 앉아 수호를 기다렸다. 벌써 40분째였다. 오늘은 철희와 수호가 사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두 사람 모두 기념일 같은 걸 챙기는 부류는 아니었지만, 그즈음 벌어진 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365일, 8760시간, 525600분, 31536000초를 특별히 여기게 됐다.
_41쪽(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

“오늘 집에 같이 갈래?”
수이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 마른 애가 더 말라서는 영양실조 걸린 사슴 꼴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사슴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매정한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거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수이와 나란히 걸어 학교를 나갔다. 수이는 같이 가자고 하고서는 가는 길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문득 이상한 열기가 느껴져 옆을 보니 수이가 울고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수이, 왜 그래? 왜 울어?”
나는 놀라서 물었다. 수이는 길바닥에서 울고 그러는 애가 아니다. 원래는. 그러나 사랑은 ‘원래’라는 말을 걸레로 훔치듯이 지워 내 버리는 법이다. 나도 원래는 매일 질투가 나서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_78~79쪽(사랑보다 대단한 너)

우리는 자기를 마주한 순간부터 하울링을 했을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나를 닮은 이들을 찾으려고 떠돌아다녔을 거고요. 내가 긴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도 언니는 알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거요. 그리고 언니와 같다는 걸요.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안심할 수 있어요.
언니,
언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_106쪽(하울링)

다인이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주경은 잠깐 숨 쉬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자리에 가만히 섰다. 다인의 맑은 미소에 머릿속이 꺼졌다 켜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새도 없이 경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주경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코트를 가로질러 뛰었다. 날아오는 공을 받아 힘껏 슛을 던진다. 이번에도 득점이었다. 다인은 높이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주경은 심장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농구의 재미구나. 그냥 슛 연습을 할 때랑은 달랐다. 공을 만지며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는 것. 그날 주경의 엄청난 활약에 경기는 2반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_113쪽(스틸 앤드 슛)

라슬로는 얇은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를 잠옷으로 입고 있었는데 몸을 뒤척일 때면 그 애의 맨살이 내 몸에 닿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애의 살과 근육, 그리고 뼈마디 하나하나를 모두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따뜻한 체온, 특유의 살냄새, 천천히 오르내리는 몸…… 그리고 그 애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뽀뽀하고 싶었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마음. 그러나 그 마음이 확실해질수록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_151쪽(나쁜 짓)

유진이 앞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유진의 책상 옆에 걸린 책가방을 수학 선생님이 지시봉으로 쿡 찔렀다.
“배지가 주렁주렁, 이게 뭐냐? 성소수자 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자 유진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로스쿨 들어가서 인권 변호사 될 거예요.”
선생님은 기가 차다는 듯 이마를 짚었고, 우리는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_160쪽(솔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

그래. 나는 미래에게 편지를 썼어. 우리는 책으로 묶을 수도 있을 만큼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지.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아주 가까워졌다는 말이야. 친구가 되었느냐고? 글쎄. 우리가 친구였을까?
과외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가 먼저 내게 편지를 줬어.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너와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어’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편지였어. 미래는 나와 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썼어. 왜냐하면 처음부터 내가 계속 신경 쓰였는데 같은 팀이 되어 버리면 나를 신경 쓰느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대. _184~185쪽(나의 미래)

여는 글

여덟 편의 소설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나쁜 짓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거나, 짝사랑의 아픔을 마주하며 성장하기도 합니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맞는 운동과 책, 영화, 음악을 찾아갑니다. 몸과 마음이 변하는 과정을 같이 되짚어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모두의 사랑이 안전하길 꿈꿉니다.
예쁜 사랑을 더 예쁘게 담고 싶어서, 제법 열심히 닦고 가꾸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이 마음껏 울고 웃고 설?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열심히 거울을 가꾸는 당신에게 사랑의 답신을 보냅니다.
오늘도, 우리는 사랑을 합니다.
-한국퀴어문학종합플랫폼 무지개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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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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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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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89

박서련은 1989년 철원에서 태어났다. 2015년 단편〈미키마우스 클럽〉으로《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일기와 박물지를 쓴다.

생년월일 1980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1988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신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코끼리는 안녕,'으로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우렁찬 울음으로 인생을 시작한다. 자신으로 인해 출산의 고통을 겪는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결코 쉽지만은 않을 이 세상에게 겁을 먹은 것인지 목청껏 울며 새 삶을 알린다. 나 또한 어느 봄날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한 목청을 뽐내며 태어났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 아기는 어느새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슬픈 그녀의 행복, 부자이든 가난하든 젊든 늙든 어떤 경우라도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각기 다른 그들만의 슬픔들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이 있으리라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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