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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웨터(큰글자도서) : 올해 서울의 첫 스웨터는 언제 관측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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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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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현
  • 출판사 : 제철소
  • 발행 : 2021년 05월 28일
  • 쪽수 : 180
  • ISBN : 9791188343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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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의 낡은 스웨터를 꼭 닮은
단단하거나 물렁한 생의 짜임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으로, 시인 김현의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가 켄 로치와 그의 영화를 통해 ‘생활’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스웨터라는 옷에 대한 사유를 통해 다양한 텍스처로 이루어진 우리의 생을 들여다본다. 스스로를 ‘스웨터성애자’라고 밝히는 시인의 스웨터 예찬론은 단지 옷이라는 물성을 넘어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한다.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가 언어의 털실로 정성껏 짠 스물여섯 벌의 스웨터에는 단단하거나 물렁한 생의 짜임, 즉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로새겨져 있다.

당신의 낡은 스웨터를 꼭 닮은 단단하거나 물렁한 생의 짜임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으로, 시인 김현의 산문집이다. 첫 번째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가 켄 로치와 그의 영화를 통해 ‘생활’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 책은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스웨터라는 옷에 대한 사유를 통해 다양한 텍스처로 이루어진 우리의 생을 들여다본다. 스스로를 ‘스웨터성애자’라고 밝히는 시인의 스웨터 예찬론은 단지 옷이라는 물성을 넘어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한다.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가 언어의 털실로 정성껏 짠 스물여섯 벌의 스웨터에는 단단하거나 물렁한 생의 짜임, 즉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로새겨져 있다.

출판사 서평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책에 담아냈다. 길지 않은 분량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부담 없이 그 세계를 동행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이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최초의 실험이자 유쾌한 협업이다. 색깔 있는 출판사, 개성 있는 저자, 매력적인 주제가 어우러져 에세이의 지평을 넓히고 독자에게 쉼과도 같은 책 읽기를 선사할 것이다.

여덟 번째 이야기, 스웨터
이토록 막막하고 아름다운 텍스처라니!


1
시인 김현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지난해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기고문을 통해서였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 실태에 관해 아주 뜨거운 언어로 쓰인 그의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산문 진짜 잘 쓰네.’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그의 시집 [글로리홀]을 주문했습니다.

2
지난 봄, 아무튼 시리즈에 들어갈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김현 시인을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체구와 목소리에 잘 웃는 선한 인상이었습니다. 이미 읽은 분은 아시겠지만, 그의 첫 시집 [글로리홀]은 상당히 ‘셉’니다. 다루고 있는 언어가, 그 언어가 지어올린 세계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심 그의 ‘아무튼’도 무척 강렬할 거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는 ‘스웨터’였습니다. "네? 겨울에 입는 그 스웨터요?" "네, 맞아요." "아... 너, 너무 좋아요." 저는 당황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앞에 놓인 술잔만 들이켰습니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스웨터로 책 한 권을 쓴다고? 그것도 스웨터의 종류로 목차를 구성해서? 정전기 때문에 스웨터를 즐겨 입지 못하는 저로선 꽤나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책이 나오면 실용서로 분류해야 하나? 가만, 이 책을 만들려면 나부터 동네 뜨개방이라도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깊어가는 봄밤처럼 편집자의 고민도 깊어만 갔습니다.

3
시인은 직장인입니다. 제가 아는 시인들은 대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꽤 성실한 편입니다. 김현도 그런 사람입니다. 계절감 있는 소재라 날 추워지기 전에 내야 한다는 편집자의 안달을 늘 약속한 날짜에 좋은 원고로 다독였습니다. (처음 1/3 분량의 초고를 보내왔을 땐 저도 모르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 사람 산문 진짜 잘 쓰네!") 마감일에 어김없이 날아든 메일을 열어 원고를 읽을 때면 지친 몸으로 퇴근해 책상에 앉아 뜨개질하듯 글을 쓰는 그의 굽은 등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직장에 다니는 시인이 뜨거운 가슴과 무거운 엉덩이로 한 코 한 코 뜬 스웨터 같은 글입니다. 그러니 어찌 따듯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4
이 책의 1부는 스웨터의 종류를 중심으로, 2부는 스웨터가 지닌 언어와 상징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앞서 책 소개에 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길.) 참, 3부에서는 ‘레아의 스웨터’라는 짧은 소설을 실었습니다. 산문집에 웬 소설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처음부터 최대한 찬찬히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느리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소설이 시작되는(시작될 수밖에 없는) 첫 코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5
[아무튼, 스웨터]를 가장 멋지게 입는 방법은 입고 난 뒤 털실을 다시 푸는 것입니다. 시인이 애써 짠 스웨터를 왜 푸느냐고요? 아무튼, 풀어보세요. 자, 이제 당신 옆에 수북이 쌓인 ‘히말라야 에브리데이 뉴트위드 75118’로 새 스웨터를 짤 차례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스웨터를요.

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책에 담아냈다. 길지 않은 분량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부담 없이 그 세계를 동행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이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최초의 실험이자 유쾌한 협업이다. 색깔 있는 출판사, 개성 있는 저자, 매력적인 주제가 어우러져 에세이의 지평을 넓히고 독자에게 쉼과도 같은 책 읽기를 선사할 것이다.

여덟 번째 이야기, 스웨터
이토록 막막하고 아름다운 텍스처라니!

1
시인 김현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지난해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기고문을 통해서였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 실태에 관해 아주 뜨거운 언어로 쓰인 그의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산문 진짜 잘 쓰네.’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그의 시집 『글로리홀』을 주문했습니다.

2
지난 봄, 아무튼 시리즈에 들어갈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 김현 시인을 만났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체구와 목소리에 잘 웃는 선한 인상이었습니다. 이미 읽은 분은 아시겠지만, 그의 첫 시집 『글로리홀』은 상당히 ‘셉’니다. 다루고 있는 언어가, 그 언어가 지어올린 세계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심 그의 ‘아무튼’도 무척 강렬할 거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는 ‘스웨터’였습니다. “네? 겨울에 입는 그 스웨터요?” “네, 맞아요.” “아… 너, 너무 좋아요.” 저는 당황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앞에 놓인 술잔만 들이켰습니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스웨터로 책 한 권을 쓴다고? 그것도 스웨터의 종류로 목차를 구성해서? 정전기 때문에 스웨터를 즐겨 입지 못하는 저로선 꽤나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책이 나오면 실용서로 분류해야 하나? 가만, 이 책을 만들려면 나부터 동네 뜨개방이라도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깊어가는 봄밤처럼 편집자의 고민도 깊어만 갔습니다.

3
시인은 직장인입니다. 제가 아는 시인들은 대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꽤 성실한 편입니다. 김현도 그런 사람입니다. 계절감 있는 소재라 날 추워지기 전에 내야 한다는 편집자의 안달을 늘 약속한 날짜에 좋은 원고로 다독였습니다. (처음 1/3 분량의 초고를 보내왔을 땐 저도 모르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 사람 산문 진짜 잘 쓰네!”) 마감일에 어김없이 날아든 메일을 열어 원고를 읽을 때면 지친 몸으로 퇴근해 책상에 앉아 뜨개질하듯 글을 쓰는 그의 굽은 등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직장에 다니는 시인이 뜨거운 가슴과 무거운 엉덩이로 한 코 한 코 뜬 스웨터 같은 글입니다. 그러니 어찌 따듯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4
이 책의 1부는 스웨터의 종류를 중심으로, 2부는 스웨터가 지닌 언어와 상징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앞서 책 소개에 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길.) 참, 3부에서는 ‘레아의 스웨터’라는 짧은 소설을 실었습니다. 산문집에 웬 소설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처음부터 최대한 찬찬히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느리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소설이 시작되는(시작될 수밖에 없는) 첫 코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5
『아무튼, 스웨터』를 가장 멋지게 입는 방법은 입고 난 뒤 털실을 다시 푸는 것입니다. 시인이 애써 짠 스웨터를 왜 푸느냐고요? 아무튼, 풀어보세요. 자, 이제 당신 옆에 수북이 쌓인 ‘히말라야 에브리데이 뉴트위드 75118’로 새 스웨터를 짤 차례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스웨터를요.

목차

1부
스웨터리 스웨터 / 스윌 스웨터 / 카디건 스웨터 / 아란 스웨터 / 맥시 스웨터 / 페어 아일 스웨터 / 집업 스웨터 / 앙고라 스웨터 / 터틀넥 스웨터 / 틸던 스웨터 / 코티지 인더스트리 스웨터 / 라플란드 스웨터 / 레이스 스웨터 / 크리스마스 스웨터 / 무드 스웨터

2부
스웨터의 입술 / 스웨터의 조리개 / 스웨터의 계절 / 스웨터의 인간성 / 스웨터의 별똥별 / 스웨터의 라이언 고슬링 / 스웨터의 해변 / 스웨터의 발성 / 스웨터의 이름 / 스웨터의 첫 / 스웨터의 먼 곳

3부
레아의 스웨터

1부
스웨터리 스웨터 / 스윌 스웨터 / 카디건 스웨터 / 아란 스웨터 / 맥시 스웨터 / 페어 아일 스웨터 / 집업 스웨터 / 앙고라 스웨터 / 터틀넥 스웨터 / 틸던 스웨터 / 코티지 인더스트리 스웨터 / 라플란드 스웨터 / 레이스 스웨터 / 크리스마스 스웨터 / 무드 스웨터

2부
스웨터의 입술 / 스웨터의 조리개 / 스웨터의 계절 / 스웨터의 인간성 / 스웨터의 별똥별 / 스웨터의 라이언 고슬링 / 스웨터의 해변 / 스웨터의 발성 / 스웨터의 이름 / 스웨터의 첫 / 스웨터의 먼 곳

3부
레아의 스웨터

본문중에서

기본에 충실한 옷은 시간에 충실한 옷이다. 시간을 즐기는 옷. 그런 옷은 언제까지고 새롭다. 구멍이 숭숭 뚫린 흰색 티셔츠나 올이 풀린 스웨터가 최첨단의 옷으로 태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낡아 헤지는 옷이 있고 오래되어 새로워지는 옷도 있다. 그런 옷들은 시간에 주눅 들지 않는다. 오래전 아버지가 입던 조끼나 어머니가 입던 카디건을 꺼내 코르덴 바지, 체크코트와 매치해보면 느끼게 된다. 스웨터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현재하는 옷이다. _13쪽

눈빛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 내가 바라보는 눈동자의 반짝임은 어떻게 불리었을까. 별이라는 말이 없을 때 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아, 였을까 오, 였을까. 사랑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은 손을 먼저 잡는 것이었을까 발을 먼저 맞대는 것이었을까. 노래라는 말이 없었을 때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목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자연의 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욕심과 살육과 재앙은 하나의 말이 아니었을까. _21쪽

어릴 때 엄마가 털실로 떠주는 옷을 좋아했다. 매년 겨울마다 하나씩 떠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앞판과 뒤판의 연결이 살짝 맞지 않기도 했고 애써 넣은 다이아몬드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 옷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유일한 것이었다. 팔지 못하는 옷은 그 팔 수 없음으로 해서 값어치 있어지기도 한다. _29~30쪽
기온에 맞춰 스스로 골라 입는 스웨터 한 벌 역시 나는 어떻게 계절을 사는 사람인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계절에 드러나기를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묻어가길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떠나고 싶은 사람. 이 계절에 머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입는 스웨터는 모두 다 다른 계절적 감각을 가졌다. _43~44쪽

젊은 엄마가 나를 버스에 다시 태우고 사람들을 피해 버스 옆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모습.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그때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엄마가 떠준 스웨터였는지, 엄마가 남대문 시장에서 사준 겨울옷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당시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엄마가 떠준 에메랄드빛 스웨터이며, 또한 엄마가 롱코트에 부츠를 신고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 있었다고 기억하게 된다. 엄마는 아마도 그 겨울의 일을 잊었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입고 있던 옷도. 이제 두 번 다시 시골집의 엄마가 떠주는 삐뚤삐뚤한 스웨터를 입어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얼마나 막막하고 아름다운지. _70~71쪽

처음 스웨터를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스웨터를 직접 짜보자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품었더랬다. 뜨개질 관련 책자를 찾아보았고, 털실과 바늘의 종류, 뜨개 기술에 대해서도 검색했다. 생각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쉽게 포기했다. 그리고 깨우쳤다.‘아, 스웨터를 짜는 것은 편지를 쓰는 일과 같구나.’스웨터를 짜려고 하는 이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털실도 바늘도 아니고 익혀야 할 것은 뜨개 기술도 아니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였다. 누구를 위하여 뜰 것인가. 받는 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뜨개질의, 스웨터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_76쪽

오늘은 길을 걷다가 길고양이에게 물을 떠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이들과 자주 마주쳤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는 계절의 말은 아마도 ‘상당히 상냥한 초겨울’이다. 초겨울의 상냥한 사람과 무심한 고양이와 달큰한 스웨터는 어쩐지 절묘하게 한통속 같다. _107쪽

스웨터를 떠보기로 했을 때 놀란 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털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 놀란 건 그 털실에 모두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 사물의 세계는 그 자체로도 놀라운 것이지만 사물의 이름이 조성하고 있는 세계는 경이로웠다고 할까. 털실의 색과 질감에 대한 설명과 이름을 결합하여 하나하나 훑다 보니 털실의 이름만으로도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짓는 일이 뜨개질로 비유되는 이유는 간명했다. 태초에 털실에 이야기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었다.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부르는 일은 얼마나 외롭지 않은 서사인가. _131~132쪽

기본에 충실한 옷은 시간에 충실한 옷이다. 시간을 즐기는 옷. 그런 옷은 언제까지고 새롭다. 구멍이 숭숭 뚫린 흰색 티셔츠나 올이 풀린 스웨터가 최첨단의 옷으로 태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낡아 헤지는 옷이 있고 오래되어 새로워지는 옷도 있다. 그런 옷들은 시간에 주눅 들지 않는다. 오래전 아버지가 입던 조끼나 어머니가 입던 카디건을 꺼내 코르덴 바지, 체크코트와 매치해보면 느끼게 된다. 스웨터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현재하는 옷이다. _13쪽

눈빛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 내가 바라보는 눈동자의 반짝임은 어떻게 불리었을까. 별이라는 말이 없을 때 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아, 였을까 오, 였을까. 사랑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은 손을 먼저 잡는 것이었을까 발을 먼저 맞대는 것이었을까. 노래라는 말이 없었을 때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목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자연의 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을까. 욕심과 살육과 재앙은 하나의 말이 아니었을까. _21쪽

어릴 때 엄마가 털실로 떠주는 옷을 좋아했다. 매년 겨울마다 하나씩 떠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앞판과 뒤판의 연결이 살짝 맞지 않기도 했고 애써 넣은 다이아몬드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 옷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유일한 것이었다. 팔지 못하는 옷은 그 팔 수 없음으로 해서 값어치 있어지기도 한다. _29~30쪽
기온에 맞춰 스스로 골라 입는 스웨터 한 벌 역시 나는 어떻게 계절을 사는 사람인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계절에 드러나기를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묻어가길 원하는 사람. 이 계절에 떠나고 싶은 사람. 이 계절에 머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입는 스웨터는 모두 다 다른 계절적 감각을 가졌다. _43~44쪽

젊은 엄마가 나를 버스에 다시 태우고 사람들을 피해 버스 옆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모습.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그때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엄마가 떠준 스웨터였는지, 엄마가 남대문 시장에서 사준 겨울옷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당시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엄마가 떠준 에메랄드빛 스웨터이며, 또한 엄마가 롱코트에 부츠를 신고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 있었다고 기억하게 된다. 엄마는 아마도 그 겨울의 일을 잊었을 것이다. 그녀 자신이 입고 있던 옷도. 이제 두 번 다시 시골집의 엄마가 떠주는 삐뚤삐뚤한 스웨터를 입어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얼마나 막막하고 아름다운지. _70~71쪽

처음 스웨터를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스웨터를 직접 짜보자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품었더랬다. 뜨개질 관련 책자를 찾아보았고, 털실과 바늘의 종류, 뜨개 기술에 대해서도 검색했다. 생각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쉽게 포기했다. 그리고 깨우쳤다.‘아, 스웨터를 짜는 것은 편지를 쓰는 일과 같구나.’스웨터를 짜려고 하는 이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털실도 바늘도 아니고 익혀야 할 것은 뜨개 기술도 아니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누구’였다. 누구를 위하여 뜰 것인가. 받는 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뜨개질의, 스웨터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_76쪽

오늘은 길을 걷다가 길고양이에게 물을 떠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이들과 자주 마주쳤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는 계절의 말은 아마도 ‘상당히 상냥한 초겨울’이다. 초겨울의 상냥한 사람과 무심한 고양이와 달큰한 스웨터는 어쩐지 절묘하게 한통속 같다. _107쪽

스웨터를 떠보기로 했을 때 놀란 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털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 더 놀란 건 그 털실에 모두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 사물의 세계는 그 자체로도 놀라운 것이지만 사물의 이름이 조성하고 있는 세계는 경이로웠다고 할까. 털실의 색과 질감에 대한 설명과 이름을 결합하여 하나하나 훑다 보니 털실의 이름만으로도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짓는 일이 뜨개질로 비
유되는 이유는 간명했다. 태초에 털실에 이야기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었다. 한밤에 외로운 사람들이 그렇게 뜨개질을 하는 이유는 시간 속에서 무념무상에 빠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이야기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부르는 일은 얼마나 외롭지 않은 서사인가. _131~132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0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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