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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바쳐 남긴 풍석 서유구의 저술, 《임원경제지》

《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 선생이 우리의 전통문화와 생활지식을 16분야로 나누어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다. 서유구는 관념에 치우친 유학자들의 학문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살이의 기본인 ‘건실하게 먹고 입고 사는 문제’를 풀고자 민중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선 · 중국 · 일본의 서적들을 풍부하게 참조하여 이 거작을 저술하였다.

《임원경제지》는 총 16개의 분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곡식 농사에 관한 기록인 《본리지(本利志)》, 식용 식물과 약용 식물에 관한 기록인 《관휴지(灌休志)》, 화훼농사에 관한 기록인 《예원지(藝苑志)》, 과실과 나무에 관련된 기록인 《만학지(晩學志)》, 옷감 재료의 생산과 그 만드는 법에 관한 기록인 《전공지(展功志)》,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방법을 기록한 《위선지(魏鮮志)》, 목축 · 사냥 · 어로에 관련된 기록인 《전어지(佃漁志)》, 솥과 도마로 대표되는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의 효능에 관한 기록인 《정조지(鼎俎志)》, 쓰는 물건을 넉넉하게 한다는 뜻으로 건축과 일용품에 관한 기록인 《섬용지(贍用志)》, 몸을 양생하는 일과 관련된 기록인 《보양지(保養志)》,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구제하는 일에 관한 기록이라는 뜻으로 의학에 관한 내용을 적은 《인제지(仁濟志)》, 향촌의 의례에 관한 기록인 《향례지(鄕禮志)》, 교양 지식에 관한 기록인 《유예지(遊藝志)》, 문화생활에 관한 기록인 《이운지(怡雲志)》, 좋은 집터를 살피는 일에 관한 기록인 《상택지(相宅志)》, 경제와 상업 활동에 관한 《예규지(倪圭志)》가 그것이다.

《임원경제지》 14번 째 지(志) 《이운지(怡雲志)》, 문화예술 백과사전

《이운지》는 총 8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학 백과사전인 《인제지》 다음으로 분량이 많다. 《이운지》는 〈은거지의 배치〉, 〈휴양에 필요한 도구〉 〈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 〈서재의 고상한 벗들〉, 〈골동품과 예술감상〉, 〈도서의 보관과 열람〉, 〈한가로운 삶의 일과〉, 〈명승지 여행〉,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 〈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 로 총 10가지 대제목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10가지 대제목에는 다양한 소제목을 나열해 설명하고 있어 그 내용이 매우 방대하고도 다양하다.
총 권차99~106으로 이루어진 《이운지》 중에서 권101과 권102를 엮어 《이운지》 2권으로 묶었으며, 〈서재의 고상한 벗〉(상)과 〈서재의 고상한 벗〉(하)로 구성되어 있다. 대제목이 보여주듯이 이운지 2권은 서재에 두고 쓰는 다양한 문방우를 소개하고 있는데, 붓·먹·벼루·종이·도장·서실의 기타 도구들을 가지고 각 문방우들의 품등과 만드는 법, 보관법, 각 문방우들과 관련된 여러 도구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운(怡雲)’이라는 서명은 풍석이 중국 남조시대 양나라 처사인 도홍경(陶弘景)의 일화에서 ‘운(雲)’자와 ‘이(怡)’자를 따서 지은 것인데 ‘산중의 구름을 혼자서 즐긴다’의 뜻으로 “임원에 살면서 여가에 즐길 만한 일들”을 《이운지》라는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운지 서문에 보면 서유구는 임원에서 고상하게 사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한 가지 이야기를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그 점이 매우 재미있다. 네 명의 사람이 상제에게 자신의 강녕(康寧)을 비는데, 앞의 세 명은 각각 “벼슬과 재산과 문장력”을 요구하였는데 상제는 모두 그 희망을 들어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네 번째 사람이 “임원에서 고상하게 수양하면서 세상에 구하는 것 없이 한 몸을 마치고 싶다”라고 하자 상제는 이마를 찡그리며 “이 혼탁한 세상에서 청복(淸福, 청아하고 한가롭게 사는 복)을 누리는 일은 불가능하니, 너는 함부로 구하지 말라. 다시 다음 소원을 말하는 것이 좋겠노라”고 말하였다. 풍석은 이 이야기를 통해 임원에서 고상하게 사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풍석은 아무 까닭 없이 인륜을 도외시하고 은둔하거나, 허유(許由)와 한음(漢陰)의 일화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맑게 하여 고상함을 기르고 한가로이 소요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의 풍도를 보여주자 함을 이운지 서문에 밝히고 있다.

권3과 권4의 〈서재의 고상한 벗들〉은 선비가 서재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문방우들에 대해 적고 있다. 먼저 권3의 〈서재의 고상한 벗들〉 상편은 “붓”과 “먹”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붓털과 붓대, 붓털 만드는 법, 붓을 쓴 뒤에 오랫동안 붓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보관하는 법을 서술했고, 붓걸이와 붓통, 붓받침대·필선·필점·필세·필병 등 붓을 사용하고 보관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의 종류·모양새·용도 등을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먹”은 붓보다 제작 과정이 훨씬 복잡하여 총 28개의 표제어로 담았다. 먹은 반드시 우수한 것을 골라야 함을 피력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먹은 현재에도 아름답고 후대까지 그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장의 아름다움에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 먹의 품질을 변별하는 법부터 먹 만들기 좋은 시기, 그을음을 얻는 방법부터 먹틀에 찍어 제에 넣었다가 꺼내 완성품을 얻는 과정을 총 16개의 표제어에 담았으며 보관하고 사용하는 방법, 조선과 일본의 먹 만드는 방법도 소략하게 설명하였다. 그 외에도 먹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소품, 그을음이 아닌 재료로 먹을 만드는 법도 보여주었다.
권4의 〈서재의 고상한 벗들〉 하편은 “벼루”와 “종이”, “도장”, “서실의 기타 도구”를 수록했다. “벼루”는 명품 벼루의 조건을 시작으로 하여 최상의 벼루인 단계연, 그 다음 품등인 흡연을 논하였고 흡연의 경우 돌의 결에 따라 25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그 외에 중국 여러 지역의 벼루와 우리나라의 벼루 만드는 돌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남포석 벼루를 포함한 다양한 우리나라 벼루와 일본 벼루를 포함한 도기벼루와 특이한 벼루의 품등에 대해 해설하였으며, 그 외에도 모양과 손질하는 법, 벼루 관련 소품의 모양과 특징을 소개하였다. “종이”는 여러 가지 재료로 종이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옛날과 지금의 종이 품등과 함께 죽지, 주본지, 분지, 상용지, 마지, 고경지의 제조법을 설명하였고 14종의 색종이 제조법과 종이를 두드려 건조시키는 법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종이 품등과 함께 북지(北紙)라고 하는 볏집과 보릿짚과 같은 단섬유로 만드는 북부 지방 한지는 조선의 종이 제조법 중 유일하게 수록되어 있다. 종이의 보관법과 더불어 편지지, 진지, 압척, 비각, 패관, 재도, 가위, 호두, 납두와 같은 종이와 관련된 소품도 함께 설명하였다. “도장”은 그 재료부터 도장의 손잡이인 인뉴(印紐)의 양식을 소개했다. 전서(篆書)를 쓰는 법과 14가지 도장 새기는 법, 도장을 씨는 법을 설명했고, 인주 만드는 방법도 20여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도장을 보관하는 도장갑과 인주를 담는 인주합의 모양과 품질까지 자세하게 논했다. “서실의 기타 도구”는 의자에 앉아서 쓰는 서상,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 의안, 독서용 등불인 서등, 문갑과 안경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이운지 2권은 선비가 서재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갖가지 도구를 품등부터 만드는 법, 보관법, 관련 도구들까지 상세하게 적고 있고 조선 시대 선비의 서재 문화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서적이다.

일러두기
《이운지》 해제
《이운지》 서문

이운지 권제3 怡雲志 卷第三 임원십육지 101 林園十六志一百一

서재의 고상한 벗들(상) 文房雅製(上)

1. 붓 筆
1) 털의 품등 毫品
2) 붓대의 품등 管品
3) 붓 만드는 법 製法
4) 붓 씻는 법 滌法
5) 붓 보관하는 법 藏法
6) 붓걸이 筆格
7) 붓통 筆筒
8) 붓받침 筆牀
9) 필선(筆船)
10) 필점(筆?)
11) 필세(筆洗, 붓 빠는 그릇)
12) 필병(筆屛)

2. 먹 墨
1) 먹은 반드시 우수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 論墨必擇精
2) 먹의 품질 변별하기 辨品
3) 제후 製候
4) 송연 얻는 방법 取松煙法
5) 유연 얻는 방법 取油煙法
물동이 水盆 │ 기름잔 油 │ 그을음사발 煙?│ 등초 燈草
6) 체로 그을음 거르기 篩煙
7) 아교 녹이기 鎔膠
8) 약 쓰기 用藥
9) 그을음 반죽하기 搜煙
10) 그을음반죽 찌기 蒸劑
11) 그을음반죽 절구질하기 杵?
12) 그을음반죽 무게 재기 稱劑
13) 쇠망치로 두드리기 鎚鍊
14) 둥근 반죽 늘이기 丸?
15) 모양 만들기 樣製
16) 무늬 만드는 법 紋法
17) 먹틀로 찍어내기 印脫
18) 재에 넣기 入灰
19) 재에서 꺼내기 出灰
20) 보관법 藏法
21) 사용법 用法
22) 우리나라의 먹 만드는 법 東墨法
23) 묵갑 墨匣
24) 묵상 墨牀
25) 주사(朱砂)로 먹 만드는 법 ?墨法
26) 주사를 섞어 점 찍거나 글씨 쓰는 법 調?點書法
27) 자황(雌黃)으로 먹 만드는 법 雌黃墨法
28) 소분(韶粉)으로 먹자루 만드는 법 粉錠子法

이운지 권제4 怡雲志卷第四 임원십육지 102 林園十六志一百二

서재의 고상한 벗들(하) 文房雅製(下)

1. 벼루 硯
1) 벼루 품등 총론 硯品統論
2) 단계(端溪) 벼루(단계연)의 품등 端硯品
3) 흡주(?州) 벼루(흡연)의 품등 ?硯品
4) 중국 여러 지역 벼루의 품등 諸州硯品
5) 우리나라 벼루의 품등 東國硯品
6) 일본 벼루의 품등 倭硯品
7) 도기벼루[陶硯]의 품등 陶硯品
8) 특이한 벼루의 품등 異硯品
9) 모양 樣式
10) 손질하는 법 治法
11) 잘 간수하는 법 養法
12) 깨진 벼루 보수하는 법 補破硯法
13) 벼룻집(연갑) 硯匣
14) 벼루산(연산) 硯山
15) 벼루병풍(연병) 硏屛
16) 수적 水滴
17) 수중승 水中丞
18) 수우 水盂

2. 종이 紙
1) 옛날과 지금의 종이 품등 古今紙品
2) 죽지(竹紙) 만드는 법 造竹紙法
3) 주본지(奏本紙) 만드는 법 造奏本紙法
4) 분지(粉?) 만드는 법 造粉?法
5) 상용지(常用?) 만드는 법 造常用?法
6) 마지(麻?) 만드는 법 造麻?法
7) 고경지(古經紙) 만드는 법 造古經紙法
8) 송전(宋箋)에 물들이는 법 造宋箋色法
9) 여러 색종이 만드는 법 造諸色?法
10) 종이 두드리는 법 ?紙法
11) 우리나라 종이의 품등 東國紙品
12) 북지(北紙) 만드는 법 造北紙法
13) 일본종이의 품등 倭紙品
14) 다루는 법 治法
15) 보관법 藏法
16) 수간 手簡
17) 진지 鎭紙
18) 압척 壓尺
19) 비각 秘閣
20) 패광 貝光
21) 재도 裁刀
22) 가위 剪刀
23) 호두 糊斗
24) 납두 蠟斗

3. 도장 圖章
1) 도장의 품등 印品
2) 인뉴 印?
3) 전서(篆書) 쓰는 법 篆法
4) 도장 새기는 법 刻法
5) 도장 씻는 법 洗印法
6) 인주(印朱) 만드는 방법 印色方
기름을 햇볕에 쬐는 법 ?油法?오종선(吳從先)의 인주기름 만드는 법 吳從先印油法
7) 도서갑 圖書匣
8) 인주합 印朱盒

4. 서실의 기타 도구 書室雜器
1) 서상 書牀
2) 의안 ?案
3) 서등 書燈
4) 문갑 文匣
5) 안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