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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 달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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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세상을 유영하며 모든 것에 깃든 비밀과 암호를 탐색하다

    출렁이는 바다엔 지느러미 달린 책들이
    하늘엔 구름의 그림책이 펼쳐져 있어
    사막엔 바람의 책과 모래의 책들이
    서로 책장을 넘겨 주고
    낮에도 불 켜진 도서관 한구석엔
    읽은 책을 탑처럼 쌓아 놓고도
    또 책 속에 코 박고 있는 늙은 학자의
    피곤한 안경이 보여
    풀밭에서 책 덮고 잠든 소녀 이름은 뭘까
    정말 신나는 여행이야
    책은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주거든
    ('책장의 귀' 중에서)

    지느러미를 살랑이며 물의 리듬을 따라가다 수초 틈새로 고개를 내민 누군가를 만나는 일. 사막의 바람이 되어 모래 모양으로 장난질하다 낙타의 등허리를 스치기도 하는 일. 한곳에 가만있지 못하는 달의 꽁무니를 쫓아 고양이 눈동자에 빠지는 일. 그러다 바퀴 달린 운동화를 갖고 싶은 아이의 하소연에 맞장구쳐 주는 일. [지느러미 달린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넉넉히 겪게 되는 일.
    세상 모든 것의 페이지마다 신비와 비밀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시인은 ‘밤의 암호를 읽는 아이’가 되어 세상 모든 것이 보내는 부호를 해석해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무작정 ‘달’을 향해 달려가는 우직함, 강기원의 ‘시 힘’
    1997년 [요셉 보이스의 모자] 외 4편으로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2006년 [바다로 가득 찬 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강기원 시인. 시인에게 동시는 첫사랑이었다. 시를 쓰기 오래전부터 동시의 땅에 뿌리내린 시심은 2014년 동시전문지 [동시마중]에 [쌍봉낙타]와 [대눈파리]를 발표하며 큰 숨을 내쉬었다. ‘시론도 특별한 시작법도 없이 그냥 무작정 달을 향해 달려가는 우직함’, 시인은 자신을 [달 속의 말]에 등장하는 얼룩말에 빗댄다. 시의 힘은 그 얼룩말의 뼈 마디마디에 스미어 있다.

    얼룩말 한 마리
    사자에게 쫓겨 달리고 달리다
    얼룩 옷이 벗겨졌네 그런 줄도 모르고

    얼룩말은 아니,
    흰말이 된 얼룩말은
    달리고 달려 달까지 닿았네
    그런 줄도 모르고

    얼룩말이었던 흰말은 여태 달 속에서 달리고 있네
    달 속이 사바나인 줄만 알고
    자신이 여태 얼룩말인 줄만 알고......
    ('달 속의 말' 중에서)

    얼룩말이 무서운 사자에게 쫓겨 달리고 있다. 급기야 아슬아슬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달에 이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무중력―상대적이긴 하지만― 속에서도 달린다. (중략) 희화화된 이 무한 달림은, 그래서 아프다. 하지만 계속 달리고 달려 마침내 달리기 전의 얼룩말과 달리고 있는 흰말은 분명 질적으로 다른 말(언어)이 되었다. 그 경계의 지점에서 나오는 분광이 이번 동시집을 아름답게 채색한다._유강희(시인)

    끊임없이 시인이 달리는 건 그 자체만으로 경이로운 아이들과 5년간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며 만난 야생의 생명들, 하지만 그 가장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걷지도 말하지도 못한 채 17년을 살다 간 동생과의 시간이 가슴에 굳은살로 박였기 때문이다.

    내 기린에게 노래를 가르쳐 줄래
    길고 긴 목으로
    노래할 줄 모르는 기린에게
    신나는 노래를

    내 기린에게 우는 법을 알려 줄래
    아무리 슬퍼도, 화나도
    울지 않는 기린에게
    시원한 울음을

    그러고는
    귓속말로 얘기해 줄래
    ‘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기린!’이라고

    녀석이 긴 목 늘어뜨려
    내 입 가까이 귀를 대 준다면 말이지
    아니, 내가 기린만큼 키가 큰다면 말이지
    ('내 기린에게' 중에서)

    꽃사슴 한 마리에게서 벋어 나가는 수만 갈래의 우주
    중력과 무중력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우주 동심’과 ‘갸웃갸웃’의 연금술


    꽃사슴 한 마리가
    뿔이 멋진 꽃사슴 한 마리가
    숲속에 떠억 서 있는다면

    가는 발목에서 뿌리가 벋어
    사슴나무가 될지도 몰라
    무성한 가지가 자라
    직박구리가 둥지를 틀지도 몰라
    점박이 새알 속에서
    아기 새가 태어날지도
    목청 좋은 새 울음소리에
    새벽잠 든 이슬이
    쿵! 굴러떨어질지도
    그 소리에 새벽숲이
    번쩍! 눈을 뜰지도

    뿔이 멋진 꽃사슴 한 마리가
    숲속에 떠억 서 있기만 해도 말이야
    ('꽃사슴 숲' 중에서)

    꽃사슴 한 마리가 서 있기만 해도 점박이 새알 속에서 아기 새가 태어난다. 사슴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수만 갈래의 우주. 그 앞에 선 우리는 도무지 발을 뗄 수가 없다. 한 존재가 가진 질량의 크기에 번쩍! 눈뜨게 하는 이토록 다감한 언어. 나 그리고 내 앞의 너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마법 같은 순간. 어쩌면 꽃사슴은 이렇게 속삭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당당해져도 좋아, 라고. 얼마간 새벽숲에 발이 붙들렸던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전설처럼 한밤에 히말라야로 날아가 버린 눈표범과 만날 수도 있다.

    눈이 펑펑 내려
    아이들은 모두 눈사람을 만들었지만
    난 눈표범을 만들었어
    처음엔 눈고양이였는데
    굴리는 동안
    표범으로 자라났어
    여기저기 흙덩이가 끼어들어
    점박이 무늬도 생겨났지
    길고 두툼한 꼬리를 만들어 주었더니
    얼굴을 묻고 잠드는 거야
    녀석의 잠이 깰까
    발걸음도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는데
    ·
    ·
    ·
    아침에 나가 보니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지 뭐야
    녀석이 야행성이란 걸 깜빡한 거지
    밤새 눈보라 속을 달려 히말라야로 가 버렸나 봐
    작별 인사처럼 붐바 한 덩이 남겨 놓고
    날듯이 가 버렸나 봐
    ('눈표범' 중에서)

    모퉁이 저편 무엇이 있을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걷게 되는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수수께끼를 모으고, 이름의 기원을 탐색하고, 일상을 간질여서 얻은 웃음과 서사로 가득한 [지느러미 달린 책]. 시인은 아이들에게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주고 어떤 비밀이든 펼쳐 보여 주는 책의 탑승권을 선물한다. 그것은 바로 호기심. 유강희 시인은 이것을 ‘갸웃갸웃의 마술’이라고 말했다. 이 갸웃갸웃의 마술로 우리는 벽지에 막혀 나오지 못했던 벽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거위털 파카의 솜털은 왜 자꾸 빠져나오는지, 몸살이 오면 다리는 왜 무거운지, 쌍봉낙타의 혹엔 무엇이 있고 침대 밑 고랑내 나는 양말짝은 무엇이 될지, 할머니의 등은 왜 능선처럼 굽었는지 그 비밀을 알게 된다.

    강기원 시인에게 ‘천진성의 회복’은 부단히 어린이(동심)로 돌아감을 뜻하고, 어린이는 ‘푸른 별’에서 온 어린 우주인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시인에게 동심은 곧 우주 어린이의 마음을 일컫는다. 이를 간단히 줄이면 ‘우주 동심’쯤 되겠다. 시인의 이러한 생각이 중력과 무중력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동심의 연금술로 드러난다. 이번 동시집에서 어렵지 않게 그러한 동화(童畫)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_유강희(시인)

    마음을 달래 주는 다락방 같은 시와 그림
    비밀한 세계를 유영할 지느러미를 달아 주는 동시집

    시인은 놀이와 유희로서의 동시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 시절, 화나거나 숨고 싶거나 심심할 때면 한참을 머물다 내려오곤 했던 다락방처럼 마음을 달래는 동시, 뜻밖의 보물과 비밀을 발견하는 기쁨을 선물하는 동시, 온갖 잡동사니와 버리지 못한 장난감, 그림일기처럼 유년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시. 시인은 자신의 동시가 어른들에겐 그런 기억들을 소환해 주고, 어린 독자들에겐 계단이 있는 다락방 그 자체여서 마음껏 놀다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책장의 귀를 가만히 쥐여 준다.

    시 마디마디를 섬세하게 그려 낸 김소라 화가의 그림에는 울퉁불퉁한 마음을 골라 주는 힘이 담겨 있다. 공기의 숨결이 감도는 나무숲, 신비한 일이 벌어지는 겨울밤, 산을 삼킨 쌍봉낙타....... 시어와 행간이 화가의 손끝에서 녹아 풀어지며 또 다른 우주로 벋어 나간다.
    시와 그림이 세상을 유영할 지느러미를 달아 줄 [지느러미 달린 책]은 낯설고 신기한 그리고 때론 친밀한 대상 속에서 비밀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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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8종
    판매수 82,067권

    어린 시절, 동물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많은 동물들과 함께 살았다. 성인이 된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무는 5년 동안 동식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아주 많아졌다. 동식물에 대한 동시가 많은 이유이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지중해 의 피』, 시화집 『내 안의 붉은 사막』, 동시집 『토마토 개구리』 『눈치 보는 넙치』가 있고, 2006년 제2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2014년 제

    펼쳐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원에서 그림책 만들기를 배웠다.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그림 그리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있잖아, 누구씨], [고슴도치의 소원], [코끼리의 마음], [잘 지내니], [잘 다녀와] 등이 있다.
    instagram.com/raso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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