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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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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희망이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
    희망은 무엇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절망의 시대, 정호승과 다시 희망을 찾는다!

    지옥은 아직 텅 비어 있다고 한다/지옥에는 아직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한다/내가 죽어 최초로/지옥에 가서 살게 될까봐 두렵다
    ([지옥] 전문)

    출판사 서평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으로서 지난 40여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신작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가 출간되었다. 2017년 '창비시선'의 문을 여는 첫번째 시집이자 시인의 열두번째 시집이다. 등단 40년 기념 시집 [여행](창비 2013) 이후 4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존재로서의 비극적 자기인식"(염무웅, 해설)과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성찰이 깃든 맑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슬픔과 고통과 절망의 밑바닥에서 길어올린 희망의 메시지를 고요한 목소리로 전하는 따스한 사랑의 시편들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모두 110편의 시를 각부에 22편씩 5부로 나누어 실었으며, 시인이 밝혔듯이 이중 3분의 2가 미발표작이다.

    부디 너만이라도 비굴해지지 말기를
    강한 바닷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맡긴 채
    꾸덕꾸덕 말라가는 청춘을 견디기 힘들지라도
    오직 너만은 굽실굽실 비굴의 자세를 지니지 않기를
    무엇보다도 별을 바라보면서
    비굴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기를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해지는 인생은 굴비가 아니다
    내 너를 굳이 천일염에 정성껏 절인 까닭을 알겠느냐
    ([굴비에게] 전문)

    정호승의 시는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에 내려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해질녘 막다른 골목길"([길])을 비추는 따사로운 연민의 별빛과도 같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감싸안으려는 시인에게 삶은 슬픔으로 살아가는 외로운 영혼끼리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가난의 빵을 나눠 먹으며"([그림자가 두렵다]) "서로의 누룩이 되는 일"([누룩])이다. 이 누추한 세상에서 어떻게 바르게 살 것인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고통의 질문"(시인의 말) 끝에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내려간 길의 바닥에 있다"([계단])는 깨달음에 이르러 시인은 세상의 낮은 곳을 향하여 "인간을 위해 목숨을 버린 인간의 불꽃"([전태일거리를 걸으며])이 고요히 타오르는 "희망의 밤길"([희망의 밤길])을 가만가만 걸어간다.

    첫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명동성당 높은 종탑 위에 먼저 내리지 않고
    성당 입구 계단 아래 구걸의 낡은 바구니를 놓고 엎드린
    걸인의 어깨 위에 먼저 내린다

    봄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설악산 봉정암 진신사리탑 위에 먼저 내리지 않고
    사리탑 아래 무릎 꿇고 기도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늙은 두 손 위에 먼저 내린다

    강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바다가 되듯
    나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인간이 되는데
    나의 가장 낮은 곳은 어디인가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장 낮아진 당신은 누구인가

    오늘도 태백을 떠나 멀리 낙동강을 따라 흘러가도
    나의 가장 낮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장 낮아진 당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나는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다
    ([낮은 곳을 향하여] 전문)

    어둠이 빛을 이기고 거짓이 참을 이기려 드는 세상, 시인은 "죽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벼랑에 매달려 쓴 시])는 이 비참한 시대의 아픔을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을 행여 잊을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과거의 분노보다 오늘의 사랑"([조국])이 더 소중한 것임을 아는 시인은 "사람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결국 "사랑은 용서를 통해 완성되"([이별을 위하여])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시인은 "꽃 중에서도 용서하는 꽃이 수선화로 피어"([수선화])나듯 "사람마다 용서의 꽃으로 피어나길 기다리며"([용서의 꽃]) 이 세상에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푸른 별들의 종소리"([종지기])가 널리 울려퍼지기를 소망한다.

    나에게 첫눈이 내리는 것은
    용서의 첫눈이 내리는 것이다
    나에게 마른 잎새들이 제 몸을 떨어뜨리는 것은
    겨울나무처럼 내 마음의 알몸을 다 드러내라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단 한사람도 용서하지 못하고
    첫눈도 배고픈 겨울 거리에서
    눈길에 남겨진 발자국에 고인 핏방울을 바라본다
    붉은 핏방울 위로 흰 눈송이들이
    어머니 손길처럼 내려앉아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나와 함께 떠돌던 신발들을 데리고
    용서의 자세를 보여주며 늠름하게 서 있는
    첫눈 내리는 나목의 거리를 정처 없이 걸어간다
    배가 고프다
    인사동에서 술과 밥을 사 먹어도 배가 고프다
    산다는 것은 서로 용서한다는 것이다
    용서의 실패 또한 사랑에 속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용서의 계절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용서의 계절] 전문)

    끝없는 "절망의 어둠속"([시각장애인 야구])에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시인은 "하나를 가지면 꼭 하나를 더 가"지고 "하나를 더 가져도 또 하나를 더 가"([무소유에 대한 명상])지려 드는 비정한 세상에 대한 분노에 앞서 "배부른 나를 위해 늘 기도하"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단 한번이라도 남의 배고픔을 위해 기도"([전태일거리를 걸으며])하는 마음을 갖는다. "이 세상에 태어나
    밥 한그릇 얻어먹었으면 그뿐"([집으로 가는 길]), 가난한 삶일지라도 감사해하는 시인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
    폐사지가 되지 못하면
    야탑 하나 세우지 못한다"([야탑(野塔)])는 진실에 이른다. 그리고 시인에게는 아직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야 할
    광야의 지평선"과 "오체투지하며 넘어가야 할
    슬픔의 산맥"과 "모래가 되어 걸어가야 할
    눈물의 사막"([마지막 부탁])이 남아 있다.

    빈손이 되어야 내 손이 흙이 되어
    감자도 고구마도 자라게 할 수 있다

    빈손이 되어야 내 손이 새가 되어
    자유의 푸른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

    빈손이 되어야 내 손에 고이는
    바람과 햇살이 모두 돈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줄 수 있다

    빈손이 되어야 내 손이
    첫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어
    쓰러진 거리의 사람들을 일으킬 수 있다

    빈손의 빈손이 되어야 내 손이
    산사의 범종이 되어
    외로운 당신의 새벽 종소리를 울릴 수 있다
    ([빈손] 전문)

    등단 이후 줄곧 "격정에 휘둘리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관조적 차분함"과 "절제와 균형의 고전적 감각"이 어우러진 "서정적 아름다움"(염무웅, 해설)이 눈부신 전통 서정시의 순정한 세계를 펼쳐온 시인은 오늘날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손꼽힌다.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오직 단 하나
    사랑이라는 글씨만은"([폐지(廢紙)])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어온 시인은 "뿌리 없는 사람들"([천은사(泉隱寺)])의 가슴을 적시는 위로의 눈물이 되어주고 "때로는 헌식대에 앉아
    스스로 새들의 모이가 될 줄도 알아야 한다"([헌신(獻身)])는 헌신의 삶을 이루고자 한다. 일찍이 정희성 시인이 말했듯이, "이런 시인이 있어 세상은 아직도 따듯"하고 살 만한 것 아니겠는가. 시인은 오늘도 "희망 없이도 열심히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하여"([짜장면]) 찬 바람 부는 "인간의 거리에 늦가을 수숫대처럼 쓸쓸하게 서 있다"
    (김용택, 추천사).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전문)

    추천사

    그는 인간의 거리에
    늦가을 수숫대처럼 쓸쓸하게 서 있다.
    어느날 문득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자기 시집 뒤에 당신이 한마디쯤 해줄 때가 되었다고,
    사는 동안 우리 정들지 않았느냐고.
    우리는 "사다리"([별])를 버리고 곧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고.
    그의 슬픔(이별)에는 기쁨(삶)의 눈물도 얼마간 섞여 있다.
    "내 손을 새로 만드는
    당신의 거룩한 손이 보인다"([몰운대에서])
    아직은 그도 나도
    저 거리에서
    빌려와야 할 그 무엇이 남았나보다.
    앞산 시울이 젖어든다.
    ― 김용택 / 시인

    목차

    제1부
    폐지(廢紙)
    나무 그림자
    싸락눈

    벌레에게
    헌신(獻身)
    능소화
    천은사(泉隱寺)
    매화
    무소유에 대한 명상
    물거품
    묵사발
    그리운 자작나무
    만다라
    누룩
    자작나무에게
    굴비에게
    달팽이
    지옥
    허허벌판
    종이배를 타고
    후회

    제2부
    진흙소
    두물머리
    종지기
    몽촌토성
    수선화를 기다리며
    수도원 가는 길
    눈사람이 되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
    시각장애인 야구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의 밤길
    결핍에 대하여
    수선화
    물끄러미
    달맞이꽃의 함성
    빈 잔


    어깨가 슬픈 사람
    낮은 곳을 향하여
    명왕성에 가고 싶다
    첫눈

    제3부
    거울에게
    근황
    흉터
    넘어지는 법
    몰운대에서
    계단
    빙벽
    고죄(告罪)
    그림자가 두렵다
    구두를 버린 오후
    새들에게 한 질문
    성흔(聖痕)
    침묵 속에서
    이별을 위하여
    용서의 꽃
    용서의 계절
    천사를 위한 식탁
    새에게 보낸 편지
    내 작은 어깨에게
    버팀목
    사랑
    종소리

    제4부
    조국
    별을 바라보며
    침묵
    외롭고 쓸쓸하게
    벼랑에 매달려 쓴 시
    생매장
    살아남기 위하여
    당신의 벽
    오늘의 혀
    발자국
    봄의 순간
    구경꾼에게
    밧줄
    평형수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흰 두루마기에 대한 그리움
    전태일거리를 걸으며
    수요집회
    첫눈의 말
    야탑(野塔)
    매듭
    짜장면

    제5부
    빈손
    라면 한그릇
    봄밤
    그믐날에는
    골목길
    독배(毒杯)
    울지 말고 꽃을 보라
    급류
    여행자에게
    집으로 가는 길
    조약돌을 던지며

    작별을 찾아서
    아버지의 수염
    쓸쓸히
    눈길
    별들의 목소리
    강가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생일 선물
    마지막 부탁
    벗에게
    데스마스크

    해설|염무웅
    시인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0.01.03~
    출생지 경북 대구
    출간도서 69종
    판매수 69,887권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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