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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1985 : 홍명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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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사계절
  • 발행 : 2014년 01월 08일
  • 쪽수 : 248
  • ISBN : 978895828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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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처 타임캡슐에 담지 못한 남산 아래 첫 동네 해방촌 사람들 이야기!

홍명진의 장편소설 『타임캡슐 1985』. 제10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두 번째 청소년 장편소설로 1985년의 해방촌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그 시대를 지나온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열일곱 살 소년 주오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지만 변방의 냄새를 풍기는 해방촌에서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그들을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출판사 서평

‘사계절 1318문고’ 여든아홉 번째 책. 『우주 비행』으로 제10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홍명진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서울 남산 자락에 타임캡슐을 묻은 해, ‘해방촌’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정갈한 문체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1985년의 해방촌’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지나온 ‘보통 사람들’의 삶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마치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하늘처럼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열일곱 살 주오가 이웃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고도 맑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인 세상 앞에 선 주오와 그 풍랑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불빛은 과연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 보게 한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작.

제10회 사계절문학상 수상 작가 홍명진의 새로운 청소년소설

남산 아래 첫 동네 해방촌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가파른 골목길과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들,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108계단까지…… 시간은 흘렀어도 해방촌의 풍경은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 통행에 불편함이 많지만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가난한 예술인과 외국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은 관광 명소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타임캡슐 1985』는 ‘1985년의 해방촌’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지나온 보통 사람들의 삶을 열일곱 살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80년대 해방촌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 자리해 있지만 왠지 모를 변방의 냄새를 풍기는 이상한 공간이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대에 살면서도 그 안에 쉬이 섞이지 못하는 주변인들의 터전. 1980년대, ‘달동네’로 불리던 이런 지역은 서울 도처에 널려 있었다. 구차하고 비루한 삶이지만 마음 깊이 간직한 작은 꿈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던 사람들, 하지만 당장 내일을 걱정하느라 미래 따윈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그들의 모습은 그 시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었다. 그리고 잊고 싶은 슬픈 기억이었다.
『우주 비행』으로 제10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홍명진 작가의 신작 『타임캡슐 1985』는 1985년 당시 타임캡슐에 담지 못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해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청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주인공인 적이 없던 주변인들의 삶을 소설 안으로 끌고 들어와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동시에 비슷비슷한 소재로 식상해진 국내 청소년소설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성공했다.
과연 작가가 그 시절 미처 땅속에 묻지 못한 타임캡슐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그해, 남산 아래 첫 동네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해방촌에서 나고 자란 주오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열일곱 살 소년이다. 동네에서 ‘미모사’라는 작은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주오의 엄마는 남편 없이 아들을 낳아 기른 억척 여성이다. 먹고사는 일에 바쁜 엄마 때문에 변변한 생일상도 못 얻어먹는 처지이지만, 주오는 외롭지 않다. 힘든 타향살이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공장 누나들과 엄마를 대신해 갓난아기 때부터 맡아 키워준 연백 할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 미용실의 둘째딸 난희나 불알친구 태균 역시 주오의 오랜 지기들이다.
주오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아버지의 빈자리를 자주 느낀다. 연백 할머니를 통해 짧게나마 아버지의 젊은 시절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사라진 아버지는 원망의 대상이라기보다 실체 없는 그리움에 더 가깝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이나 냄새, 표정이나 몸짓, 이미지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 앞에 얼굴을 내민 적이 없다. 엄마가 말하는 나의 아버지는, 팔다리도 없고 얼굴도 없는 토르소로 그려졌다. 내가 왜 엄마의 성을 따라 ‘황’ 씨가 된 건지 이유를 따져 물었던 때로부터 몇 년이 지난 초등학교 6학년 때야 엄마는 아버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너를 낳은 건 그 인간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엄마는 내가 완벽하게 엄마의 소유라는 것을 먼저 공표했다. ‘그 인간’은 첨부터 아이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걸 모른 엄마가 바보 천치 등신이었다고 했다. - 본문 42∼43쪽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주오는 친구 태균과 오락실이나 만화방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 미모사 누나들의 기숙사에 몰래 들어가 담배를 태우거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도 쏠쏠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라’라는 소녀가 엄마의 공장에 여공으로 들어온다. 주오는 미라를 처음 본 순간 지금껏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동갑이지만 자신과는 다른 삶의 무게를 짊어지느라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미라에게 연민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또 태균의 형 태평이 사는 옥탑방을 들락거리면서 세상을 배우기도 한다. 그는 볼일을 볼 때를 제외하곤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하지만 주오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대우주론’을 펼치는 태평이 형이 한심하거나 싫지 않다. 그런 형을 ‘또라이’라 부르는 태균과는 달리, 주오는 그를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담 너머 세상에 관심을 갖고, 지금껏 마주하지 못했던 생의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내 방으로 건너오는데 ‘미라’라는 이름이 모래알처럼 입안에서 버석거렸다. 되바라진 난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냘프고 헐거운 눈동자를 가진 아이. 마치 무덤 속 미라처럼 금방이라도 푸석하게 바스러져 버릴 것 같은 어감으로 그 여자애의 이름이 내 입속에서 굴러다녔다. - 본문 53쪽

태평이 형은 희대의 천재 가수 존 레논을 잃은 건 인류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봐. 너네들은 상상할 수 있겠냐? 존 레논이 노래하잖아. 천국이 없으면 지옥도 없고, 국경이 없으면 나라도 없고 당연히 전쟁도 없을 테고, 부자가 없으면 가난뱅이도 없을 거라고. 형이 존 레논에 대해 입을 열면 그 상상력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존 레논이 광팬의 총격에 암살당했다는 얘기를 할 때는 암살자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는 모호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서 존 레논의 천재성이 입증되었노라, 하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해 가며 야릇한 미소를 띨 때 태균과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 본문 89쪽

한편 주오는 난희의 언니인 경희 누나가 한 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다가 경찰의 수배를 받는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다니는 경희 누나는 롯데 미용실뿐 아니라 해방촌의 자랑이었다. 주오는 그런 경희 누나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주오의 엄마는 공장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대성 어패럴의 양 주임이라는 사내와 가깝게 지낸다. 하지만 주오는 사기꾼 냄새를 폴폴 풍기는 양 주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대성 어패럴의 부도로 주오 엄마는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설상가상 공장에 화재까지 나는데…….

아무튼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나 의심스러울 때가 있었다. 태평이 형이나 경희 누나가 그런 사람들에 속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나나 난희와는 다른 세상에 있다는 것. 그게 뭔지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알 것도 같으면서 이해하려 들면 더욱 아리송해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것. - 본문 199쪽

오늘 묻힌 타임캡슐은 500년 후, 미래 사람들에게 1985년의 사람들이 남기는 일종의 선물 꾸러미인 셈이라고 아나운서는 말했다. 한국의 의식주와 문화, 생활 전반을 간추린 표본물들이 240센티미터의 어뢰형 캡슐에 봉인되어 15미터의 땅속에 묻히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할 때 나는 방바닥에 드러누워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디선가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끝없이 달리고 있을지도 모를 내 아버지도 문득 오토바이의 시동을 끄고 텔레비전 앞에서 이 역사적인 장면을 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 본문 242?243쪽

타임캡슐에 담을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

『타임캡슐 1985』는 과거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 정도로 회고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시간이라는 거친 물살을 이겨낸 사람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인간의 삶 그 자체에 주목한다. 그때로부터 3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사는 일은 여전히 녹록치 않고, 중심과 주변의 간극과 그로 인한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꿈꾸며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반하기 일쑤이고, 실체 없는 폭력은 한층 더 교묘해졌다. 이런 현실적 상황들 때문일까. 1985년 해방촌의 풍경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도 익숙한 지금 우리 이웃들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어쩌면 자신의 삶에서 단 한 번도 주인공인 적 없던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라고.
『타임캡슐 1985』는 여느 청소년소설들처럼 가볍고 경쾌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깊고 묵직하다. 그럼에도 홍명진 특유의 명징한 묘사와 삶을 바라보는 유머러스한 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 방식 때문에 ‘문학적인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오를 비롯한 해방촌 사람들의 캐릭터 때문이다. 겉으로는 위악적으로 굴지만 내면에는 순수함을 간직한 롯데 미용실의 난희, 아픔을 감춘 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라, 실향민 연백 할머니와 옥탑방 은둔 청년 태평이 형까지…….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살아 펄떡이며, 주오는 그런 그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작가는 마치 스모그로 뒤덮인 서울 하늘처럼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열일곱 살 주오가 이웃들과 부대끼며 그들을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섬세하고도 맑은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인 세상 앞에 선 주오와 그 풍랑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불빛은 과연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 보게 한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 시절을 ‘검은 날들’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은화처럼 반짝거리며 아름다웠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시간을 건너왔기에 지금 여기에 내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열아홉의 시간을 건너가고 있는 이들에게, 열여덟, 열일곱, 열여섯……. 거꾸로 갈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작가의 말’에서

목차

남산 아래 첫 동네
연백 할머니
금남의 집
태평의 대우주론
콜드크림과 티슈
롯데 미용실 딸들
오! 할렐루야
눈물과 팥빙수
우리가 모르는 것들
머나먼 미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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