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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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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영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영국 판사에 의한, 영국의, 영국적인, 영국식 미스터리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들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일곱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미스터리 책장’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인 [영국식 살인]은 영국의 판사였던 시릴 헤어의 추리 소설이다.
영국의 시골 저택, 귀족가의 자제, 가족의 오래된 불화 등이 소재로 등장하여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의 이 작품은, 세계 대전 직후 혼란스러운 영국의 모습을 이방인의 눈으로 해석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워벡 저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영국의 재무 장관, 제멋대로인 귀족 아들, 백작가의 아름다운 영애, 신예 정치가의 아내, 오랫동안 근무한 집사가 시골 저택에 모인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해묵은 앙금을 털지 못하고 서먹서먹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눈은 점점 거세지고 전화선마저 끊어져 외부와 단절된 저택에서, 이윽고 잔혹한 연속 살인의 서막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데……. 저택의 단 한 명뿐인 ‘이방인’이 사건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영국식 살인]의 첫 번째 재미는 살인 사건을 대하는 영국인의 자세를 이방인의 눈을 통해 보는 데 있다. 보트윙크 박사는 영국을 좋아하며 영국에서 몇 년간 거주해 온 역사학자이다. 영국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정작 영국인들에게는 이상한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 영국인들은 영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려는 시기에 기묘한 외국인이 전통과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보트윙크 박사는 영국인들이 전통을 쉽게 내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기이하게 여긴다. 워벡 저택에서 수상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저택의 유일한 이방인인 보트윙크 박사는 영국인들이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에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보트윙크 박사가 가진 이방인의 시선은 독자의 시선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에 박사를 좇아 책을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크리스티의 전통을 이어받은 영국식 코지 미스터리

영국의 전통적인 미스터리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영국식 살인]은 흉악한 범인도 피 튀기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 코지 미스터리이다. 코지(cozy)는 아늑하고 친밀하다는 뜻. 미스터리라면 잔혹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시종일관 음침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코지 미스터리에는 섹스와 폭력이 배제되고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묘사가 없다. 이러한 코지 미스터리를 최초로 쓴 작가는 애거사 크리스티인데, 미스 마플이라는 할머니 탐정이 마을의 소소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 마플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미스 마플이 해결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가족의 반목과 오해, 남녀의 갈등과 사랑 등에서 비롯되는 바, 코지 미스터리에서는 치밀한 논리나 트릭보다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범행의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는다.
[영국식 살인]도 이러한 코지 미스터리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영국 신사 줄리어스, 집사의 원형에 가까운 브리그스, 수다스러운 카스테어스 부인, 첫사랑을 이루고 싶어 하는 커밀라 등 영국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인물들은 저마다 불안과 호기심을 안고 사건에 대처한다.
탐정 역할을 하는 보트윙크 박사와 로저스 경사는 사실 탐정에 적합한 인물들은 아니다. 보트윙크 박사는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독선적인 성격이고, 로저스 경사는 런던 경찰청 특수부에 소속되어 있지만 고위 관료 경호가 주 업무라 수사를 담당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치밀하고 논리적인 추리보다 인물들의 관계와 개성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개성 넘치는 영국식 캐릭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세계 대전에서 막 빠져나온 1950년대이다. 전쟁 후 영국은 식민지를 잃고 노동당 내각이 구성되었다. 갑자기 많은 변화가 생기며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과 주저하는 사람들 간의 대립이 일어났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재무 장관인 줄리어스는 영국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귀족들이 가지고 있었던 특권을 해체하려 한다. 차기 재무 장관으로 거론되는 남편을 둔 야망 있는 카스테어스 부인은 기존 세력에 아부를 하며 호시탐탐 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다. 워벡가의 아들인 로버트 워벡은 정부에 반기를 든 젊은 남성들의 모임인 ‘자유와 정의 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다. 로버트는 정부 전복을 꾀하며 더러운 정치판의 줄리어스와 카스테어스를 비난한다.
시릴 헤어는 [영국식 살인]의 인물들에게 다양한 개성을 부여했다. 줄리어스는 스스로가 다정다감하고 상냥한 남자라고 여기며, 자신과 가깝지 않은 사람은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며 재무 장관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나, 칠칠치 못한 품성을 감추지 못한다. 카스테어스 부인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목격해서 식욕이 없다고 불평하지만 일 분도 채 안 되어 이럴 때일수록 먹어야 한다며 잔뜩 먹는다. 평소에는 훌륭한 집사인 브리그스는 사실 딸 바보다.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서 키운 딸이기 때문에 아무리 버릇없이 굴어도 오냐오냐 받아 주는 아버지다. 학자이자 탐정 역할을 하는 보트윙크는 생각은 많지만 말주변이 없다. 깐죽대며 떠들다 보면 주변에 아무도 없고 혼자 남아 있을 때도 있다. 이들의 인간적인 귀여운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영국을 배경으로, 영국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러나 영국적인 것은 그뿐이 아니다. 범인의 범행 동기마저도 매우 영국적이다. 당신은 영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영국을 잘 알고 있다면 범인도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목차

01 집사와 박사
02 손님들의 등장
03 아버지와 아들
04 6인의 티 파티
05 덫에 걸린 로버트
06 식기실의 사람들
07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
08 마지막 건배
09 청산가리
10 아침 식사 자리의 보트윙크 박사
11 존 윌크스와 윌리엄 피트
12 침실과 서재
13 새로운 워벡 경
14 해빙 효과
15 보트윙크 박사의 착각
16 찻주전자
17 "이러니저러니,옥신각신......
18 영국식 살인

작가 정보
해설

본문중에서

“그러니까, 에, 지난밤 우리가 목격했던 불행한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영국인의 생활 방식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소. 사실, 전혀 영국적이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 같군요. 나는 그 순간에 외국인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특히 고통스럽소. 박사가 혹시라도 이 충격적인 사건이 영국에서 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소.”
(/ p.54)

“뛰어난 로저스 경사가 요령은 없었지만 확실하게 말한 것처럼 이 젊은이는 분명히 어떤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경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용의자의 수는 무시무시하게 극소수로 제한됩니다. 그는 장관과 귀족 영애, 떠오르는 정치가의 아내, 가문의 믿을 만한 하인, 여러 핏줄이 뒤섞이고 국적마저 의심스러운 외국인 가운데에서 범인을 택해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용의자 명단에서 앞의 세 사람은 누구를 체포하더라도 엄청난 추문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런 가문의 집사를 받아들이면 영국에서 가장 잘 유지된 제도 중 하나에 대한 영국 대중의 신념이 통째로 흔들릴 겁니다. 그런데 영국인이라면 개뿔도 관심을 두지 않을 희생양이 바로 앞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 p.157)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맨 앞으로 돌아가 책을 펼쳐 보세요. 비극의 전조라도 되듯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워벡 저택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손님이 도착하는 소리에 육중한 나무문이 열리고 엄숙한 표정의 집사 브리그스가 나와 여러분을 맞이하며 이렇게 인사하겠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워벡 저택에 오신 여러분을 이 저택을 대신해 환영합니다!”
(해설 중에서/ p.323)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릴 헤어는 영국의 법조인이자 미스터리 작가였던 앨프리드 고든 클라크의 필명이다. 그는 런던의 변호사 사무실 건물인 헤어 코트에서 근무했고 1933년에 메리 바버라 로렌스와 결혼한 이후에는 런던 남서부의 배터시에 있는 시릴 맨션에 살았다. 시릴 헤어라는 필명은 헤어 코트와 시릴 맨션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37세에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시릴 헤어는 작품에 법 지식을 활용하는 데 대단히 뛰어났으며 법 세계 안팎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관찰하고 거기에 유머를 곁들인다. 또한 법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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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와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 한노과를 졸업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오시리스의 눈], [영국식 살인],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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