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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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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열 명의 이야기꾼이 열 개의 여행을 말한다!

『안녕 다정한 사람』은 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이명세, 시인 이병률,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김훈,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 박찬일 등 각계각층 명사 열 명이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모든 여행의 사진은 모두 이병률 시인이 동행하였다.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떠나는 식으로 여행에 올라, 한 달에 한 번씩 차례대로 그들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어디로 여행하고 싶습니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열 명의 대답은 일본, 캐나다, 뉴칼레도니아, 홍콩, 태국, 핀란드 등으로 다양했다. 그들은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 책에는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열 명의 명사의 이야기와 꿈, 기호, 바람 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그들의 삶을,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면서 우리의 여행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출판사 서평

10명의 다른 ‘호기심’이 하나의 ‘여행’으로 모이는 순간
길 위에서 만난 그대들에게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열 명의 각계각층 명사들이 각자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리고 한 명이 떠나고 돌아오면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떠나는 식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그들은 차례대로 비행기를 타고 저마다의 여행을 떠났다가, 마침내 모두 돌아왔다. 첫번째 주자가 여행을 떠나고부터 마지막 주자가 여행에서 돌아오기까지, 총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 말로만 들어도 근사한 프로젝트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소설가, 시인 등 문인에서부터 뮤지션, 셰프, 영화감독, 뮤지컬 음악감독까지…… 『안녕 다정한 사람』은 그들의 여행, 그리고 돌아온 걸음에 대한 기록이다. 소설가 은희경, 영화감독 이명세, 시인 이병률,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김훈,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셰프이자 에세이스트 박찬일, 뮤지션 장기하, 소설가 신경숙, 뮤지션 이적…… 이렇게 열 명의 명사들은 그렇게 각자 저마다의 호기심을 마음에 품고 ‘여행’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여기 모일 수 있었다. 그 열 번의 여행에는 모두 이병률 시인이 동행하여 사진을 남겼다.
이 책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좀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이들의 여행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데에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과연 살면서 이 열 명의 명사들은 실제로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댈 일이 과연 있을까도 싶을 만큼 다양한 영역의 직업군과 그 계통의 대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계절이 바뀔 때나, 해가 바뀔 때 또는 내 안의 나를 찾고 싶을 때.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여행을 한다. 여행을 하기 위해 이유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속에 떠나고 싶은 나라 하나를 품고 있을 것이므로.
책 속에 겹겹의 선으로 이어진 그들의 나라를 들여다보며 우리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나라 하나를 떠올려보자. 머릿속으로 그린 지도를 더듬으며 손끝으로 나라를 상상해보자. 계절이 바뀌거나 해가 바뀔 때, 언젠가 손끝에 당신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지기를.

열 손가락을 물었더니 코끝에서 향이 퍼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열 명에게 물었다. “어디로 여행 가고 싶습니까?” 그들은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세계지도를 떠올린다. 그중 어느 나라에 눈길을, 손길을 멈추었을까? 직업군만큼이나 다양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일본, 캐나다, 뉴칼레도니아, 홍콩, 태국, 핀란드 등…….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이스트를 삼킨 듯 마음이 부푼다. 그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각자의 삶의 향기가 다른 탓이리라.

이 전혀 다른 열 번의 여행에서 우리가 그동안 익히 알아온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와 꿈, 기호, 바람 등을 가만히 엿볼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떠난 이들은 곧은 눈으로 나라를 들여다본다. 길을 걷는다. 서슴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풍경이 감성을 흔든다. 그들은 그곳에서 타인의 얼굴을 보고 낯선 곳에서 그리운 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 이들은 여행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익숙함으로 돌아와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또 그리워할 것이다.

# 1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2011년 10월 ● 은희경 작가는 와이너리 답사를 위해 호주를 택했다. ‘와인’을 기꺼이 ‘애인’이라고 부르는 그녀답다. 호주의 전통 있는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자연과 벗하는 야생의 맛을 음미한다. 술도 온기가 있는 생명체인지라 시간의 흐름이나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그날 그날 맛이 다르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코알라나 캥거루 등이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농장을 체험하기도 하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나 12사도 바위를 돌아보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호주 와인을 찾았다. 그리고 돌아왔다. 지금은 그곳이 사무치게 그립다.

# 2 이명세에게 여행은 책상을 걷어차고 이미지 만들기
2011년 11월 ● 이명세 감독은 영화 촬영지 물색차 태국으로 떠났다. 당시 태국에는 홍수 피해로 여행객들의 70%가 태국행을 미루거나 취소하던 때였지만, 그의 선택은 과감하고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국판 007를 표방한 <미스터 케이>를 통해 대중에게 신선하고도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절반의 익숙함과 절반의 새로움’을 영화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기보다는 카메라의 앵글로 물에 잠긴 도시를 어슬렁거린다. 자연스럽게 태국음식을 맛보고 아주 이국적인 풍경인 수상시장을 돌아보며 영화의 시퀀스를 짰다. 영화는 아쉽게도 계속되지 못했지만, 이명세 감독의 열정과 꿈이 있는 한 그의 머릿속에서 이미지 만들기는 계속될 것이다.

# 3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2011년 12월 ● 이병률 시인은 유일하게 혼자 떠났다. 그리고 유일하게 나머지 아홉 명의 여행에 동행했다. 같은 이유로 이 책에서 유일하게 인물 사진을 볼 수 없기도 하다. 12월에 떠난 그가 선택한 곳은 탁월하게도 산타 마을이 있는 핀란드. 이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탁월하다는 수식어 말고 다른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산타 마을에 도착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편지더미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탈린과 로바니에미 구석구석에서 만난 소박하고 따뜻한 정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한마디만 더 붙이자면, 정말이지 시리도록 아름답다.

# 4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2012년 1월 ● 많은 사람에게 그렇듯이, 백영옥 작가가 다녀온 홍콩은 왕가위의 도시로 통한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주윤발이나 장만옥 혹은 장국영의 도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그 도시 속으로 빨려들어가보면, 어마어마한 것들이 들어 있다. 마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일 년 내내 타는 향처럼. 그렇게 홍콩의 소소한 골목에서 신발 뒤축을 두들겨 패 부적을 만드는 할머니에까지, 작가의 발길과 눈길은 꼼꼼하게 미친다.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라는 그녀, 함께 떠나지는 않았으나 우리도 왠지 그녀의 추억의 한 부분을 공유하게 된 것만 같다.

# 5 김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2012년 2월 ● 소설가 김훈이 자전거만큼이나 아끼는 것이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그는 여행할 때마다 성능 좋은 카메라 두어 개를 챙겨 롱샷으로 크고 먼 풍경을 내다보기도 하고 가깝게 당겨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예측하건대, 그 카메라의 역할을 때론 작가의 두 눈이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미크로네시아의 축 섬으로 들어간 그는 클로즈업을 통해 울트라마린블루의 해안과 열대 생물들을 보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롱샷으로는 그 바다 심해에 잠긴 전쟁의 상흔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곳에서 ‘사람’의 다른 말은 바로 울트라마린블루만큼이나 청명한 ‘희망’이었다.

# 6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
2012년 3월 ● 박칼린 감독의 뉴칼레도니아 여행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녀의 상상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읽는 이를 또 상상 속에 빠뜨린다. 그녀를 마법으로 이끌고 간다는 바다, 그리고 노캉위와 브러시 섬, 그리고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아이처럼 해맑았을 박칼린 감독의 모습까지. 이런 게 여행이 주는 달콤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간 사이사이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담고 있다. 그리고 삶의 저변에서 올라오는 평온함과 안온함에 대하여, 오래 깊이 생각하도록 한다.

# 7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2012년 4월 ● 식도락 여행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준다. 아마 인간의 오각 중에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또 가장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바로 ‘미각’이 아닐까. 요리하고 글 쓰는 남자 박찬일 셰프가 잡은 여행의 테마는 ‘도시락’, 그리고 선택한 여행지는 ‘일본 규슈’였다. 우리가 보통 흔히들 ‘벤또’라고 부르는 그것, 그리고 좀더 구체화시키자면 기차에서 먹는 ‘에키벤’. 그 도시락의 화려한 세계를 특유의 입담으로 안내한다. 특히, 도시락 올림픽에서 순위가 매겨지는 그것들은 구경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간다.

# 8 장기하에게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타게 된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문득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2012년 5월 ● 노래하는 장기하와 런던은 왠지 썩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장기하의 노래가 런던을 닮은 것도 같다. 런던의 에일 맥주와 비틀즈, 그리고 수많은 음악 공연이 고스란히 그런 심증들을 뒷받침해준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리즈 그린, 겟 더 블레싱, 폴 매카트니 등 거의 매일 밤 음악 공연을 보러 다니며 음악에 취해 지냈다. 뿐만 아니라 존 레논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스트로베리 필드’도 찾아가고, 폴 매카트니의 곡 제목인 ‘페니 레인’을 거닐어보기도 하면서, 혼자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있는 힘껏 누렸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런던과 사랑에 빠졌다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 9 신경숙에게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
2012년 6월 ● 신경숙 작가에게 맨해튼이란 낯선 여행지라기보다는 그리운 제2의 고향쯤이 아닐까. 일 년 정도 지내다온 곳에 다시 가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살던 집에 가보는 것. 로비의 경비가 아직도 살고 있다고 착각해 반갑게 인사를 걸어올 정도로 친숙한 그곳이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골목마다 세계 거장의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수준급의 악사들이 거리에서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곳. 바로 맨해튼에서는 누구나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관객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매혹적인 그곳에 그녀는 책상을 하나 놓고 싶다고 말한다. 그 책상에서 이번엔 금발의 이방인들의 심금을 울릴 어떤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지도 궁금해진다.

# 10 이적에게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
2012년 7월 ● 캐나다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정열적인 나라였다. 뮤지션 이적이 찾은 퀘백의 퀘백페스티벌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책을 쓰고도 남을 분량이 된다. 가는 곳마다 본 조비, 에어로스미스, 사라 맥라클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무대들이 이어졌고 그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의 표현대로, 음악 페스티벌의 묘미는 ‘이 세계에 나 말고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데에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에게도 묘한 안도감, 더 나아가 차오르는 공감의 희열을 준다는 것에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공감을 준다.

목차

PROLOGUE
먼 후일, 기억하게 되겠지요

004

소설가 은희경
애인 만나러 호주에 갔지요,
그의 이름은 와인이고요
흠뻑 취했답니다, 저 풍경 때문에

011

영화감독 이명세
‘콰이 강’의 다리에 올라
흐르는 강물에 마음 헹구다

055

시인 이병률
오, 12월을 사랑하는 사람들

091

소설가 백영옥
홍콩에서
열아홉 살의 꿈을 맛보다

125

소설가 김훈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미크로네시아서 깨닫다

157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풍덩 빠져들다

189

요리사ㆍ에세이스트 박찬일
모바일의 도시락
버추얼의 에키벤

225

뮤지션 장기하
나 돌아가면 얼마나
이곳을 그리워할까

255

소설가 신경숙
세계인의 정류장,
‘이방인을 부탁해’

291

뮤지션 이적
과거가 살아 있는 도시 퀘벡에서
축제의 날들을 보내다

323

본문중에서

8월의 와이너리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가장 먼저 태양의 열기를 식혀줄 싱그러운 포도밭 그늘을 떠올렸다. 그러나 목적지는 지구 남쪽의 호주였다. 남반구에는 봄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서서히 깨어나는 대지의 품에서 포도나무도 이제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이다. 겨울 끝자락의 와이너리는 어떤 풍경일까. 포도밭 가득 초록잎이 넘실대는 계절도 넝쿨이 휘도록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매달리는 계절도 아닌 초봄, 열매는 떨어진 지 오래이고 새잎은 아직 돋아나기 전. 어쩌면 포도나무는 결정적 시간이 담길 향기에 대한 기나긴 꿈을 막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_17쪽

낯선 것은 매혹적이다. 그러나 낯섦을 느끼는 건 익숙함에 의해서이다. 그래서 낯선 것 가운데에 들어가면 간혹 내가 더 또렷이 보인다. 내 삶의 틀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의 더러움과 하찮음도 보게 되고, 무심했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도 깨친다. 아득히 잊고 있었던 오래전 일이 기억나기도 한다. _42쪽

태국으로 출발 전 일단 제목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기에 잠깐의 생각 끝에 ‘이미지 만들기’로 붙였다. 제목을 정하고 나니 ‘이미지’와 ‘여행’은 너무 닮아 있었다. 분명한 실체는 있지만 그 실체를 찾아야 하는 것. 첫사랑처럼 떠나버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나 알게 되는 것. 퍼즐 맞추기처럼 맞춰질 때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 _58쪽

이미지는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는 책상 너머에 있다. 이미지 역시 돈이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첫째로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경제성이다. 그것이 산업과 예술의 쌍두마차라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영화예술의 숙명이다. _79쪽

탈린이라는 도시에 제목을 하나 붙이면 <비밀의 여백>이다. 매혹에 흠뻑 젖게 해주면서도 골목길을 걷는 이들 마음 한 켠에 여백을 번지게 한다. 돌길의 냉엄한 틈과 다정한 온도. 나무문짝들의 수런거림. 밤이 되면 촛불인지 가로등인지 분간이 어려운 불빛들의 속닥거림. 치마폭이 긴 바람.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이 도시에 비밀을 들으러 온 사람들은 자신만의 비밀을 저지르고 간다. _107쪽

편지는 원하는 것을 담는다. 아마도 거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까지도 담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정 없다. 산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다. 아이들에게만 어울리는 일들이 있으니 그런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우리 딸아이에게 무엇이라도 좋으니 선물을 좀 보내줄 수 있느냐고,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이 닿을 수 없는 아이에게 이 세상에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달라는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도 있다. 편지를 쓴 아버지는 어떤 죄로 인해 세상 깊숙한 곳에 갇힌 처지다. _112쪽

홍콩은 한때 내게 어둠의 도시였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흔들리는 카메라처럼 불안하게 가라앉는 도시였고, 그런 정서는 내가 가진 균열들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언제나 나를 흔들었다. 아마도 나는 막연히 늘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민자들이 우글대는 ‘청킹맨션’의 어두운 복도를 걷고, 한밤의 더위에 웃통을 벗어제낀 시끄러운 목소리의 아저씨들이 후다닥 말아주는 국수를 먹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것이 겉멋이든 치기든 한때 내 감성의 일부를 꾸리고 있던 실체이므로 나는 이 도시와 어느 정도 감정적인 형제애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_128쪽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의 기억은 그것을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고, 그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만약 홍콩에 다시 간다면 제일 먼저 뜨거운 란콰이퐁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 입천장이 까질 것 같은 뜨거운 밀크티부터 마시겠다. 밤에는 이곳의 밤거리를 실컷 쏘다닌 후 잘게 잘라 튀긴 마늘을 잔뜩 올려놓고 만든 화끈하게 매운 홍콩식 게 요리 ‘피퐁당’을 먹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원샷하겠다. 이 모든 것은 남편과 함께 꼭 해야지. _154쪽

열대밀림 속에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말은 허망해서 그야말로 무위하다. 열대밀림은 동양 수묵화 속의 산수가 아니다. 열대밀림은 인문화할 수 없고 애완할 수 없는 객체로서의 자연이다. 그 숲은 인간 쪽으로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자연은 그윽하거나 유현하지 않다. 자연은 작용으로 가득차서 늘 바쁘고 인간에게 적대적이다. ‘무위’는 자연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손댈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열대의 밀림은 가르쳐주었다. 높은 나무들의 꼭대기까지 잎 넓은 넝쿨이 감고 올라갔고 나무와 넝쿨이 뒤엉켜 비바람에 흔들렸고 덩치 큰 새들이 짖어댔다. _163쪽

미크로네시아 정부는 바다 밑에 수장된 일본전함들의 이름, 제원, 침몰 위치를 밝혀냈고, 물?

저자소개

은희경(殷熙耕)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9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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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국문과 및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됐고, 같은 해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1997년 첫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동서문학상을, 1998년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을, 2000년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와 소설집'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등이 있다. 잠이 안 올 때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마시고 기분좋은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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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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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7
출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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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산문집 '끌림' 등이 있다. 아베르 피에르 신부의 어록 '피에르 신부의 고백'의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생년월일 1974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빨강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를 좋아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책이 좋아 무작정 취직한 인터넷 서점에서 북 에디터로 일하며 하루 수십 권의 책을 읽어치웠다. 미끌거리는 활자 속을 헤엄치던 그때를 아직도 행복하게 추억한다.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으며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0년대 한국 여성들의 사랑 방정식을 간결한 문체와 흡입력있는 스토리로 표현해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백영옥은 고생 끝에 오는 건 '낙樂'아닌 '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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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金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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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훈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중퇴했다. 한국일보, 시사저널, 국민일보,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2004년 이래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 『현의 노래』, 『개』, 『남한산성』, 『흑산』, 『공무도하』, 『내 젊은 날의 숲』, 『공터에서』, 소설집 『공무도하』,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1, 2』,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바다의 기별』,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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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사진]
생년월일 1967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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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산문집 '끌림' 등이 있다. 아베르 피에르 신부의 어록 '피에르 신부의 고백'의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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