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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 : 양익준 감독의 치열한 영화 현장과 폭력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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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세계 영화계의 양익준에 대한 찬사
    - “[똥파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_[해리 포터] 배우 엠마 왓슨
    - “양익준 감독은 어떤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뜨거운 에너지.” _[꽃보다 남자] 배우 오구리 슌
    - “내가 일반인이라고 한다면, 양익준 감독은 타고난 배우다.” _영화감독 박정범
    - “가장 뜨거운 작품을 연출한 가장 뜨거운 배우.” _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상용

    한국 사회의 폭력을 성난 눈으로 돌아보다
    2009년 겨울, 용산 참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참사’였다.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하고 있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폭력을 휘두른 용역깡패와 경찰 특공대,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정작 구속된 건 살아남은 다른 7명의 철거민들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참사, 2009년 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쌍용차 사태가 있다. 쌍용차 노조원 2,646명은 회사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다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거리로 내쫓겼다. 삶의 기반이 무너진 노조원과 가족들은 그 후유증에 하나둘 숨지더니, 그 숫자가 현재 22명에 이르고 있다. 그중 자살한 사람은 12명, 국내 자살률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 사회의 이 모든 폭력은 어디서 왔을까? 단지 공권력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공권력 투입 전에는 용역깡패가 있었고, 사건이 종료(?)된 후에는 시민들의 폭넓은 무관심이 있었다. 양익준은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어떤 과정, 어떤 환경에서 폭력적인 인간이 탄생하며, 무엇이 우리를 일상의 만연한 폭력에 둔감하게 만드는가. 어째서 끔찍한 폭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며, 그것을 소멸시킬 방법은 또 어디에 있는가. 혹자는 [똥파리]에 난무하는 살벌한 욕설과 무지막지한 폭력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선정적’ 폭력이 아니라, ‘성찰적’ 폭력이라는 데 [똥파리]의 가치가 있다. 양익준 감독은 폭력의 과정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그 극복과 화해의 길을 모색한다. 끔찍한 폭력 앞에 할 말을 잃은 한국 사회가 양익준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세상의 오물 위에서 날다
    양익준은 [똥파리]에 자신의 삶이 상당 부분 투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그런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그가 세상의 폭력을 처음으로 인지한 건 ‘가족’ 안에서였다고 한다. “항상 뭔가가 처절히 뽀개져 있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무슨 흉가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회상할 정도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이 심했다. 어린 양익준은 점점 집을 멀리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본드 불고, 숱하게 경찰서를 들락거렸다.
    밖으로 나돌면서 폭력적 상황도 수없이 겪었는데, 흥미로운 건 그는 항상 폭력을 휘두르는 입장이 아닌 폭력을 당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양익준은 역설적이게도 폭력의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맞으면서 풀었다. 거친 제스처와 달리 심성은 연약했던 것일까? 아니면 폭력의 무게를 한없이 가볍게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똥파리]의 주제의식이 십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독자들은 한국 사회의 폭력을 온몸으로 겪어낸 인간 양익준의 삶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발견한 희망, 나는 아직도 모험을 꿈꾼다
    양익준에게 영화는 일이라기보다는 삶이다. 한창 방황하던 십대 때에도 배우의 꿈을 결코 놓지 않았고, 6년봉 1,500만 원의 시절에도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이 어려울수록, 그 어두움을 돌파하는 좌표로 삼아왔다. 그것은 영화가 그에게 보여준 자유의 힘, 치유의 힘 때문이었다. 현실의 폭력에 억눌려 있던 한 영혼은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욕망을 건강하게 분출하고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이다. 배우에서 시작된 영화 작업이 연출로까지 이어진 것도, 어떻게 하면 좀더 자신의 욕망을 후련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였다.
    양익준은 아직도 영화적 모험을 꿈꾼다. 그가 영화 작업의 즐거움을 말하면서 “우주를 유영하다 온 듯한 느낌” “대마초나 마약 없이도 마약질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닐 것이다. 수상이나 대규모 흥행이 아니라, 그저 좋은 동료들과 함께 영화적 모험을 떠나고 싶다는 양익준.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또 영화 제작자로서 다져온 오랜 경험과 고민의 흔적을 만나보자.

    목차

    인터뷰이 양익준의 들어가는 말|인터뷰어 지승호의 들어가는 말

    1장 나쁜 남자? 스타 감독? 그냥 수컷?
    이제 첫 장편을 만든 감독일 뿐|한국영화를 향한 시선|삶 자체가 영화보다 소중하다|폭력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배수진 치고 산 인생, 끝까지 간다|쌓이지 않으면 이야기도 없다

    2장 폭력, 혹은 화해
    “그냥,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이 나라 애비들은 집에서는 김일성|사과의 힘으로 폭력을 넘다|영화는 영혼을 치유한다|나를 지켜보는 자, 관객|질투, 아무것도 아녜요

    3장 소년은 울지 않는다
    산동네 오막살이에서 다닌 명문 초등학교|동급생들 사이에서 더욱 구차했던 초등학생|스스로를 상처 내며 사춘기를 건너다 |한번 선택한 꿈, 포기는 없다|엄마야 누이야, 고맙고 미안해

    4장 청춘은 닥치고 영화
    군대에서 준비한 대학 입시|출연작의 추억, 다만 쏟아내고 싶었을 뿐|연출,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의 출구|나의 영화연출 입문기|20만 원으로 시작한 블록버스터|무식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갔다|6년봉 1,500만 원을 넘어서

    5장 브라보, 마이 배우 라이프!
    만화, 내 상상의 만화경|“연기에 지도가 어디 있어?”|배우는 감정을 다치면 안 된다|나는 이런 배우를 꿈꾼다|내 욕망은 낯선 새로움에 기운다|답답한 놈이 표현도 한다|내장을 확 태울 만한 끌림이 없다면|연출 양익준이 배우 양익준에게

    6장 연출의 결정적 순간들
    건담과 영화, 영화와 건담|연출의 자산은 현장에 있다|연기자가 연출에 빠질 때|강렬한 매혹에 대한 갈망|누구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다|인간에 대한 존중은 기본|감독은 배우들의 소중한 피난처|단호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소통의 시네마 현장을 위하여|남과 여 사이의 대화|창작에 ‘적당히’는 필요 없다|내 머릿속 느낌의 시나리오|“무슨 인생을 영화 안에서만 배워요?”

    7장 영화는 감독이 찍는가, 돈이 찍는가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더 나아지고 있다|돈의 흐름을 보다, 시스템을 보다|영화한다고 배곯는 사람은 보고 싶지 않다|창작과 제작 사이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서|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영화관을 꿈꾸다|그래도 절실하게, 미친 듯이 만들면|영화가 구걸입니까?

    8장 해적왕 루피익준과 영화 친구들
    유명해지고 사람이 바뀌었다?|해적왕 루피와 같은 모험을 꿈꾸며|사람, 사람, 사람|영화, 예뻐 죽겠다|더 높은 도약을 위해 잠시 웅크릴 뿐|일단 좀 쉴게요! 고맙습니다

    본문중에서

    # 1장 나쁜 남자? 스타 감독? 그냥 수컷?
    지승호 
    양익준 감독의 영화나 한국영화에 대해 일본 영화계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요?
    양익준 오늘날 일본의 영화인들은 자국의 영화산업이나 영화 제작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 같아요. 영화가 방송드라마나 소설, 만화영화 등 원작의 재생산으로 그치니까, 다시 말해 원래 원작이 있던 것을 영화로 만든단 말이죠. 사실 영화를 하는 이유는 창작을 하고 싶어서잖아요. 바닥에 깔려 있는 사회성이라든가 감정들, 자기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을 통해 하고 싶다는 건데요. 지금 일본 영화계는 대부분 원작을 가져다 획일적인 시스템하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죠. 그것에 대한 답답하고 불안한 의식들이 많아요. 그런 상황 때문에 한국의 에너제틱한 영화를 동경하는 거죠. [똥파리]가 실은 예스러운 영화잖아요.(웃음) 문화적으로 선진화됐다는 나라일수록 원초적인 것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있는 건지…. 인간이 살아가다 보면 문명과 문화에 잠식되면서 원초성이 사라지니까요. 그런 원초성을 보신 것 같아요.
    (/ pp.25~26)

    지승호 현대의 독재자들도 죽지 않으려고 비슷한 인물들을 여기저기 배치하죠.(웃음)
    양익준 한국의 많은 아버지들이 ‘그림자 무사’였던 거죠. [똥파리]에서 여성 주인공의 아버지가 월남전에 참전했잖아요. 돌아와서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그들은 우리들의 바로 윗세대예요. 창작자로서 불완전하게 캐릭터를 그려놓은 것이긴 하지만, 어디선가 들은 얘기와 본 영상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받은 느낌에서 월남전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어요. 관객들하고 이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다가 [카게무샤]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당시 월남전에 참전했던 분들은 개인적으로 본인의 생계나 가족을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국가의 입장에서 그분들은 달러벌이를 위한 대리 수단들이었던 거죠. 그분들이 지금 행복하지 않아요. 고엽제 때문에 아픈 분들도 계시고요. 사실그분들은 그전에 사회적 약자였고, 이들 가운데 사회에서 얻게 된 답답함이나 분노를 터뜨릴 곳이 없었던 사람들이 가족 안에서 이를 터뜨리며 군림했겠죠. 그러면서 다시 이게 대물림되는 거예요. 꼭 월남전 참전용사만의 얘기가 아니에요. 본의 아니게 국가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수많은 아버지들 모두가 포함되죠. 그 유약한 존재들이 터뜨린 가족 안에서의 분노 때문에 자식들은 그 답답함을 또 다른 방식으로 터뜨리게 됩니다. 싸움질을 하기도 하고, 집을 나가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결국 영화를 만들어 토해냈고요.
    (/ pp.29~30)

    # 2장 폭력, 혹은 화해
    지승호 
    참 애매한 경우가 많죠. 비좁은 버스에서 발을 밟았는데 굳이 사과를 해야 하나, 밟힌 사람은 모르는 것 같은데 사과를 하면 어색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웃음)
    양익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렇게 모른 척 지나가는 데서 일상의 화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주변에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단 한 번이라도 ‘잘못했다’라든가, ‘고맙다’라든가, ‘내가 실수했다’라든가, 이런 말 한마디만 하면 제 가슴 속에 얹혀 있던 뭔가가 쑥 내려갈 것 같다고요. 살면서 쌓인 많은 것들, 화, 분노, 이런 것들이 실은 대단한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사과 한마디에 상당 부분 풀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죠. 부딪히고 째려보고 하면서 알게 모르게 화가 쌓이는 것 같아요.
    (/ pp.45~46)

    지승호 [똥파리]는 폭력을 조장한다기보다는 그것을 성찰하는 영화 아닌가요?
    양익준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그 마음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지점이 열에 여덟은 있는데, 그것이 나머지 둘인 폭력에 가려져서 거부되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태생의 폭력성이 세대에 걸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중요한 소스로서 폭력을 표현한 것이지, 중심 테마가 폭력은 아닙니다.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 않고도 정서적으로 얼마든지 폭력적인 사람이 있어요. 주먹질만 없으면 폭력적이지 않은 영화인가요? 전 이 영화가 폭력을 미화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근거 정도는 마련해줬다고 봐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끄집어내지 않으니까 공론화가 안 되고 자꾸만 단절되잖아요.
    (/ pp.60~61)

    # 3장 소년은 울지 않는다
    지승호
     전과는 없으시죠(웃음)
    양익준 예.(웃음) 제가 누구를 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돼요. 폭력적인 환경에 있던 친구들을 보면 한쪽 축은 폭력을 행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한쪽 축은 폭력을 굉장히 겁내는 정반대의 인간군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후자죠. 사실 전 폭행당하는 것도 싫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싫거든요. 그런데 중고등학교 당시에는 술을 먹으면 그중에서 선택을 해버렸어요. 온전한 정신이 아닐 때 해함을 당하는 쪽을 선택한 거죠. 아이러니컬하게도 매번 시비만 걸어놓고 맞았어요. 제 친구들이 항상 욕봤죠.
    (/ p.89)

    지승호 중학교 때부터 방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양익준 부모님의 트러블 때문이었죠. 주먹이 오고 가는 폭력이 있었죠. 자식 입장에서 이걸 매일 보다 보니까 사람이 겉돌 수밖에 없었어요. 집안에서 위안을 받을 수가 없고, 아늑함을 느낄 수가 없고, 대신 고함과 욕지거리와 비명이 있었으니까요. 이미지적인 기억으로는 거의 매일이었던 것 같아요. 늘 불안했죠. 평수도 크지 않은 손바닥만 한 집에서 여러 명이 같이 사는데, 항상 뭔가 터질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 pp.91~92)

    # 4장 청춘은 닥치고 영화
    지승호 
    그럼 제대하고 나서 입시 준비를 한 건가요
    양익준 제가 상병 때 견장 달고 포반장을 하고 있었는데요. 제대 앞둔 고참들이 모여서 복학 얘기를 하고 있는데, 고참 중에 대학 다니다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 얘기를 얼핏 듣다 보니 대학이라는 데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행정보급관한테 ‘저 대학 가고 싶습니다. 공부하고 싶어요. 하루에 두세 시간만 빼주시면 안 돼요?’ 했는데, 그분이 시간을 빼줬어요. 고맙죠. 휴가 때 책을 사서 복귀한 다음, 혼자 수능 공부를 하루에 두세 시간씩 했어요.”
    (/ p.110)

    지승호 집에서 나와 혼자서 생계를 꾸려나갔다고 들었어요.
    양익준 집에서 독립한 건 제겐 중요한 일이었죠. 아마 독립하겠다고 말했을 때가 제 생애 최초로 부모님과 성인 대 성인으로 대화를 나눴던 순간인 것 같아요. 평상시 “엄마, 아빠” 이러던 아들이 “어머니, 아버지 좀 앉아보시죠” 하니까 이상했던 거지. 밥상에 둘러앉아서 물 한 잔씩만 올려놨어요. 아버지는 진지한 분위기에서는 술을 드시는데, 술을 한두 잔 주고받다 보면 원래 하려던 이야기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잖아요. 집안에서 가족끼리 중요한 얘기를 하는 이 순간을 술이라든가 뭔가 다른 것들로 산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냉수만 한 잔씩 놓고 제가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렸어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 같이 산 것 같습니다.(웃음) 이십 몇 년을 같이 살았고, 저는 독립을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나가서 살겠습니다!” 했죠. 그러니까 아버지가 “뭘 해서 벌어먹고 살 거냐” 하세요. 좀 당황해서 하신 말씀 같은데, 사실 딱히 어떻게 할진 몰랐지만 “저 하나 건사 못하겠어요? 돈은 없어도 됩니다. 친구네 집에서 같이 살 거니까요”라고 했죠. 그때 친구가 같이 살자고 얘길 했던 참이라 집에서 여윳돈도 안 받고 그냥 나왔죠.
    (/ pp.134~135)

    # 5장 브라보, 마이 배우 라이프
    지승호
     배우에게 잠재되어 있는 순수성을 기대하시는 것 같네요.
    양익준 너무 고민하고 생각하면 지구인의 표현이 아니게 돼요. 다섯 가지의 연기를 준비해온 배우는 현장에서 그 다섯 가지를 다 쓰고 나면 패닉에 빠져요. 오히려 이야기의 상황과 감정만을 느끼고 온 배우가 훨씬 표현의 가능성이 넓죠. 영화는 마음을 쓰는 작업입니다. 그 장면이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고 느껴야 되는 거고, 마음으로부터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 p.149)

    지승호 그럼 스스로 찾아낸 건가요? 연기학원 강사도 하셨는데, 학생들에게 강조한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양익준 그저 소스만 제공해주는 거죠. 예를 들면 “자기 얘기를 한 토막 써와봐라.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라는 식으로. 그리고 표현하는 시간에 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아요. 언제부터 시작하라고 하지도 않죠. 그럴 때 순간순간 미친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연기를 오랫동안 배웠다는 친구들은 의식화된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통분모의 습성대로 움직이죠. TV 드라마 보면 연기의 어떤 기본 틀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데서 빠져나온 친구들이 있거든요. 아예 그런 습성 자체가 없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 친구들의 어떤 표현들은 보고 있으면 심장이 떨리죠. 지금 이 사람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어느 순간 이 친구가 과거의 기억들과 맞닥뜨려서 나오는 감정들인데, 아무래도 비일상적이고 비관적이었던 다양한 삶의 경험이나 감정들을 머금었던 친구들이 그런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확률이 높죠. 더 질곡 있는 많은 것들이 저 깊이 쌓여 있으니까요. 어렵게 산 친구들이 넉넉하게 산 친구들에 비해 표현할 거리가 많아요. 남들보다 답답한 것이 더 많았을 테니까 표현할 것도 많고 깊은 거죠.
    (/ p.165)

    # 6장 연출의 결정적 순간들
    지승호 
    자연스럽게 현장의 전체적인 판을 시야에 넣게 되는 셈이네요.
    양익준 제가 볼 때 배우들은 어떤 파트로 들어가도 다 잘할 거예요. 물론 현장에서 나태하게 있거나 배우라는 의식 때문에 가만히 있는 분들은 많은 장면을 놓치겠죠. 그러나 굉장히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하는 것을 사랑하고, 현장 자체를 좋아하는 배우들에게는 현장의 건강한 에너지나 어떤 것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안으로 들어옵니다. 몸이 그냥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감독과 배우가 커뮤니케이션을 하잖아요. 감독이 직접 디렉션을 주기도 하고, 배우 자신이 감독한테 어떤 걸 요구하고 제시하기도 하죠. 자연스럽게 다른 배우들이 감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들을 지켜보기도 하고요. 모순이든, 긍정이든 현장에서보고 겪은 그런 모든 것들이 저도 모르게 체득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연출을 할 수 있는 힘이 붙은 것 같아요. 사실 두어 달 정도의 워크숍보다는 수년 동안의 현장 경험이 훨씬 더 영화감독의 입문과정에서 주효했습니다.
    (/ pp.188~189)

    지승호 차별이나 위계질서 없는 현장을 만들고 싶어 하시는군요.
    양익준 조금 무리한 책임감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상처를 안 받고, 슬픔을 느끼지 않는 환경 안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 내지는 의지 같은 것이 좀 강한 것 같아요. 이제까지 연출한 여섯 편의 영화에서 어쨌건 스태프들을 최대한 동등한 동료로서 생각하고 대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스태프 선별이나 배우 선별에 관해서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죠. 뭔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최대한 적게 가져가기 위해 궁합도 많이 따져보고요. 제가 관상쟁이는 아니지만, 저만의 관상으로 섭외를 해요. 최대한 현장에서 마찰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스태프들로 선별하죠. 어떤 파트의 막내급이라고, 나이가 적다고, 경력이 짧다고 해서 무시한 부분도 없습니다. 다만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스프들한테는 언성을 좀 높이고 질타했던 부분이 있죠. 그 친구들도 사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몰라서 그런 경우들이 더 많았지만요. 인간에 대한 존중, 공평성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주 기술이 뛰어나도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적은 스태프는 섭외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 pp.198~199)

    지승호 현장에서 배우들이 감정이 잡히지 않아서 힘들어하면 그냥 안아주신다면서요.
    양익준 제가 연기자로서 쌓아온 10여 년 동안의 데이터가 몸 안에 체화되어 있거든요. 순간순간 배우들의 표정이라든가 묘한 뉘앙스 같은 것들에서 지금 기분이 상해 있는지, 뭔가 공황 상태에 있는지, 불편한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 빨리 들어오는 편이죠. 당연한 말이지만 감독은 눈이 되게 많아야 해요. 눈이 여기도 달려 있고 저기도 달려 있고. 여러 가지를 신경 쓰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배우에게 신경 쓰고 있는 눈이 저에겐 제일 크고 잘 보이는 것 같아요.
    (/ p.201)

    # 7장 영화는 감독이 찍는가, 돈이 찍는가
    지승호
    [똥파리] 이전과 이후를 분기로 제작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거군요.
    양익준 개뿔도 모르면서 흔히 말하는 제작 입봉을 하게 된 건데요. 이제는 시스템에 대해 목격하고 체험을 했기 때문에 [바라만 본다]처럼만 만들면 된다는 말만으로 다음 영화를 찍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스태프들 막내급은 한 달에 120~150만 원은 줘야 해, 예산을 10억 갖고 찍으면 4억은 인건비로 반드시 빼놔야 돼 등등, 제가 연출도 했지만 제작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그걸 [똥파리] 이후에도 반복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다음에도 또 반복하고 있다면 그건 나쁜 거죠, 잘못된 거죠. 앞으로 제가 인디 방식, 독립적인 방식으로 계속 영화를 찍게 된다면, 분명히 한국 영화계의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나만의 방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p.234)

    지승호 적게 주는 만큼 기간을 정해서 일을 시키나봐요. 우리의 경우 많이 주는 것 같지만, 제작 기간이 늘어나도 돈을 더 주지는 않잖아요.(웃음)
    양익준 적게 준다기보다 기간이 짧아지니까 적어지는 거죠. 영화는 어느 나라나 다 힘들 거예요. 유명한 사람들은 돈 잘 벌죠. 하지만 계속 출연하고 계속 연출할 수 있는 사람들 빼고는 다 열악해요. 제가 예전에 연기할 때도 어떤 영화사 제작실장이 캐스팅 관련해서 전화를 했는데 “양익준 씨, 좀 도와주세요” 그래요. 이 사람뿐인가? 다 도와달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뭘 그렇게 도와줘야 해.(웃음) … 그 당시 제가 출연한 혹은 캐스팅이 된 모든 상업영화에서 뭐라고 했냐면 “도와주세요”였어요. 우리가 어떻게 도와줘요. 돈 없어서 죽는 사람들인데. 3, 40억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도와달래요.(웃음)
    (/ pp.248~249)

    # 8장 해적왕 루피익준과 영화 친구들
    지승호 
    앞으로 영화 여정을 함께할 진짜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 힘쓰겠다는 거군요.
    양익준 제가 [원피스]라는 만화책에 박수를 보내는 까닭이 있어요. 거기 보면 루피라는 주인공이 해적왕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 그 여정 중에 요상한 인간들을 만나며 돌아다녀요. 적들, 정말 나쁜 놈들하고도 많이 싸우고 그 안에서 많은 소동을 겪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처음에는 불편한 관계로 만났지만 관계 안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친구들이 생겨요. 그 친구들이 한명 한명 동료가 돼서 루피하고 같이 항해를 해나가요. 굉장히 재밌는 게 해적왕이 되고 싶다고 설치던 루피가 어느 순간부터 해적왕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좋은 동료들과 건강하고 즐겁게, 재미나게 그냥 모험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항상 낯선 곳에 가서 무시무시한 뭔가를 겪지만, 그런 동료가 있기 때문에 두렵지 않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이 만화의 루피처럼 마치 제가 영화 안에서 동료 찾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루피의 여정에 빗대면, 영화라는 모험을 건강한 친구들과 즐겁게 해나가고 싶은 것이 내 목표가 아닌가 하는 거죠. 영화를 만들어서 칸에서 상을 받고, 어디에서 상을 받고, 내 영화가 몇 백만이 들고 이런 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하고 열정적인 모험을 하는 과정, 그 자체가 더 두근거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정화된 시스템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만드는 것이 더 즐거운지도 몰라요. 되게 힘들기는 하지만.
    (/ pp.262~263)

    지승호 구체적인 증상이 있는 것이면 몸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혹시 병원에는 가보셨나요
    양익준 병원도 여러 군데 다녔어요. 그런데 이상증상이 없대요. 한번은 신경외과에 가서 뇌파검진을 받았는데 의사선생님이 제 뇌파가 3~10초 정도 멈추는 증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상태에서는 경련이 올 수도 있대요. 그런데 경련이라는 것이 몸을 떠는 증상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기억을 하지 못하는 증상도 포함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은 이후에도 여러 장애를 겪으면서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어요.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이 상태를 그냥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지금 양익준의 몸과 정신이 양익준에게 강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구나’ 하고. 아마 이 친구는 제게 ‘많이 소비했어. 할 만큼 했어. 아니, 그 이상을 했어. 이제는 당분간 기억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수용하지 말고 쉬기 바라’라고 얘기를 해주고 있는 중일 거예요. 그 신호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 p.271)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서로는 [인생기출문제집 2]이 있다

    생년월일 1966.05.15~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45종
    판매수 19,813권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로 20여 년간 50여 권의 인터뷰집을 냈다. 인터뷰라는 장르 안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폭넓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삶에 관한 깊은 시선과 태도를 배우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주요 인터뷰집으로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닥치고 정치],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 경제를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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