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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보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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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희성
  • 출판사 : 창비
  • 발행 : 2008년 08월 30일
  • 쪽수 : 106
  • ISBN : 978893642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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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득 뒤를 돌아보게 하는 정희성의 시집!

정희성 시집『돌아다보면 문득』. 시대의 모순과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슬픔을 시로 써온 정희성 시인이 7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이다. 38년 동안 시를 써온 시인의 내공의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번 시집에서는 절제된 언어와 더 깊어진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시대와 사람을 끌어안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과거를 회상하는 시들이 담겨 있다. 시인은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가 의미 있는 것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사랑의 언어를 통해 폭풍처럼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본다. 고통과 좌절로 얼룩져 있는 지난날이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자유와 해방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는 잔잔한 성찰의 시편들과 더불어 웃음과 유머가 실려 있는 시편들도 만날 수 있다. 해학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다채로운 매력과 재미를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맑고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사랑과 추억의 노래

시대의 모순과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슬픔에 관한 시를 써왔던 정희성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이 출간되었다. 『詩를 찾아서』(2001) 이후 7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내놓을 만큼, 38년 시력에서 다섯번째 시집을 출간할 만큼 과작인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내공이 고스란히 녹아든 절제된 언어와 더 깊어진 여백의 미(美)로 시대와 사람을 품어안는 사랑을 노래한다.
2000년대에 들어 시인은 자신이 미움과 증오의 언어로 시를 써왔음을 반성한 적이 있다(『詩를 찾아서』, ‘시인의 말’). 하지만 이제 그는 미움의 언어에 기대지 않고 사랑의 언어에 몸을 맡긴다. 폭풍처럼 지나간 세월을 조용히 되돌아보지만, 그 돌이킴은 단순한 회한으로 점철돼 있는 화해의 몸짓이 아니다. 고통과 좌절과 실패로 얼룩져 있는 지난날이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자유와 해방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불만스러운 현실이 내가 꿈꾸는 미래와 닮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을 원망하고 과거를 후회와 반성으로만 채워야 할까? 시인은 그러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감꽃 지자 달린/하늘 젖꼭지/그대여 날 가는 줄 모르고/우리네 사랑 깊을 대로 깊어/돌아다보면 문득/감이 익겠네(「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 전문)

오르페우스의 돌아봄은 모든 것의 소멸을 가져왔다. 그러나 시인의 어둠속에선 아름답게 감이 익는다. 생은 화려한 꽃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꽃 진 자리에 허공은 미래에 움틀 눈의 또다른 자리다. 이 시선으로 돌아다볼 세상을 그리는 것이 시인의 임무일 것이다. 그는 그 미래의 풍경을 섣불리 스케치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풍경이 어떤 것이든 그때에 필요한 한 가지는 그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날 가는 줄 모르고’ 사랑하다보면, 그 사랑이 깊어져 우리는 그날을 살게 될 것이다. 이 시가 말하는 이상은 그런 것이다. 저절로 우리가 따먹을 수 있을 시간, 그 시간의 열매가 무르익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지금 이 순간은 그런 기대로 충만해진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과거를 회상하는 시들을 자주 선보인다. 그것은 옛날의 불꽃, 아름다웠던 한때를 추억하고 힘을 얻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거가 의미 있는 것은 그것이 오히려 미래와 무한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이어진 무한의 고리다. 시를 창조할 때조차 매순간 조정되고 소멸한다. 늙음과 죽음을 노래할 때조차 암울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나 떠나는 날 내 시도 데리고 가리/시는 언어구조물이라지만/서울의 아파트 같은 콘크리트 건물과는 달라서/그 속에 들어가 즐겁게 혹은 서럽게 살다가/아무도 없는 방 안 휘이 한번 둘러보고/침대에 몸을 눕힌 채 조용히 눈을 감고/그렇게 오랜 세월 흘러도 흉물스럽지는 않으리/나 죽고 나면 내 시 읽을 사람 없고/평생 두고 지은 언어구조물은 무너져/아무도 들어가 사는 이 없고/기쁨이나 슬픔도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남았다가/모래처럼 흩어지고 혹은 허공 속에 증발되어/자연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테니까(「내 시는 나와 함께」 전문)〉

그렇게 돌아간 것들은 다시 하늘 젖꼭지를 물고 태어날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이 되는 죽음을, 어느 누구도 절멸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허허」라는 시에서 그는 “몸뚱이가 있어야 목을 자르지/아,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자리 없네/떠나온 곳 가보니 떠나온 곳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초승달처럼, “혹은/이상한 나라의 밤하늘에 몸을 숨긴/모습 없는 고양이의 웃음”(「초승달」)을 웃는다.
일상사에서 체셔 고양이의 웃음처럼 기이하고 유쾌한 생의 기운을 느끼는 시인이지만, 그는 또한 정직하게 “길가의 코스모스를 보고/가슴이 철렁”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남은 날이/많지 않다”(「가을날」)는 시간 의식 탓에. 그러나 이 늙음을 지각하는 순간은 충만하게 충전된 순간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아라파호 인디언들이 11월을 일러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했다던가. 그는 솔직하게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아름다운 노래로 소중한 생을 이렇게 찬양한다.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부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시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고, 시인으로 하여금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남아 있는 것은 사라진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다. 사라진 것과 사라지지 않고 남은 것, 이 상대적인 가치를 조용히 그리고 투명하게 무화시키는 것이 이번 시집이다. 그래서 문학평론가 박수연의 적절한 지적은 더 공감이 간다.

세상 속에서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시기를 시인은 지금 살고 있다. 이것은 종점을 예감하는 생애가, 아직 다 살지 않은 시간의 흐름 앞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존재들을 하나하나 호명해보는 자세와 연결된다. 정희성의 이번 시집에 지난 시간의 빛바랜 추억을 거슬러서 오롯이 떠오르는 삶의 대상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 이 아련한 긴장 속에서 정희성의 시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그것의 성찰을 통한 희망을 노래한다. 이번 시집은 그 희망의 노래가 맑고 조용한 곡조로 울려퍼지는 투명한 모든 것이다.(해설 「성찰의 소통」)

이번 시집에서 드러나는 잔잔한 성찰의 시편들과 더불어 웃음과 유머가 실려 있는 시들 역시 주목할 만하다. 「맞수」 「내가 아는 선배는」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양말 깁는 어머니」 「태백산행」 등은 독자로 하여금 절로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의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시집의 다채로운 매력과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시인이라면 으레 자신이 사라지고 자신의 그 노래가 남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리란 불멸의 믿음을 품는다. 하지만 시인 정희성은 언어구조물인 시도 자신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언어구조물-시 속에 잠시 들어와 침대에 가만히 누웠다 가더라도, 그 추억만으로도 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깊이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장치와 구조와 틀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시인이 선사하는 추억과 사랑은 이 시집을 읽는 모든 독자들과 일상의 틀 속에 갇힌 사람들로 하여금 ‘문득, 문득!’ 뒤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이것이 사랑과 추억의 힘이자 정희성 시의 힘이다.

[추천사]

정희성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연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독해의 편에서 바라보면 시들은 몇방울의 수액을 남기고 금방 연해져버린다. 희미해서 오히려 맑은 글귀들은 저녁 물가에 연하게 빛을 보태는 ‘반디’ 같고 고아놓은 여운의 지름은 묽어지고 번지는 일로만 일생을 살고 있는 작은 정원들을 연상시킨다. 읽어내면 읽어낼수록 연해지는 일이 세상이라는 생각에, 그는 허수아비처럼 날이 저물도록 자신의 광활한 언어에 오래 양팔을 벌리고 서 있었나보다. “허수아비가 허수아비인 것은/제 머리에 새가 앉아도 가만 있기 때문”(「허수아비」)이라는 생각, 한참 해본 소묘가(素描家)이다. 연해지는 일은 언제나 여정에서 더욱 가물어지거나 저무는 일의 어디쯤이었는데 시집 곳곳에 어른거리는 시인의 여정은 한사코 “너보다 먼저 온 외로움이/너를 기다리”(「바닷가 벤치」)는 쪽이었거나 “먼 별에 숨어 있는 한 송이 꽃”(「나의 고향은」)을 헤매는 쪽의 일이다. 이곳과 저곳 사이에 깃털의 물기로 떠 있는 ‘낯선 나라’가 그에겐 한사코 시였거나 연해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해진다는 것은 ‘사이’와 ‘간격’을 지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고서는 “사는 동안 꼬리가 길어”(「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지는 제 불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물의 격일 터, 어느 구절 하나 후려박은 못질이 안보이고, 정이 내려치고 끌이 들어왔다가 지나간 자리를 고집하지 않는 목수의 입술처럼 그는 말을 달래며 결을 택한 쪽이다. 언어의 무수한 자맥질이 없고서야 어떻게 그런 연한 일들이 사물의 혈관에 넘실댈 수 있겠는가. 어쩌면 시란 ‘낯선 나라에서의 하룻밤’ 동안 동공 가득 붉은 재를 내려놓고 가는 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는 자꾸 묻는 것이다. 그에겐 연해지는 일이, 나에겐 엄한 일로 여겨지는 것 또한 “어금니가 흔들리”(「허허」)는 이 세상과의 지독이 있어서일 것이다. ?김경주 시인

목차

제1부
희망
어둠속에서
바닷가 벤치
흔적
가을날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
성자
소년
해골
독경
하회(河回)에서
고구려에 다녀와서
서경별곡
낯선 나라에서의 하룻밤
늙은 릭샤꾼
그가 안경 너머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여자만 가는 길
봄날
희망공부

제2부
아가(雅歌)
그 여자
송월장 주인
작은 밭
해장리
2007년 6월의 마지막 날
허수아비
맞수
내가 아는 선배는
새우젓 사러 광천에 가서
양말 깁는 어머니
태백산행
선시산인(仙是山人)
선죽교
초야일기
몽유백령도(夢游白領圖)
기행
빠리의 우울
언덕 위의 집
반딧불이 노래
임진각에서 얻은 시상

제3부
아누비스의 저울
우울증
내 시는 나와 함께
시인 본색
시인 박영근
검은 소묘
자화상
이 좋은 봄날에
에다가와 노래
안부

누가 어머니의 가슴에 삽날을 들이대는가
겨자꽃 핀 봄날에
나의 고향은
야망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허허
초승달
태백 하늘에 떠도는 눈발처럼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
새로운 세기의 노래

해설/박수연
시인의 말

저자소개

정희성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5

저자 정희성은 1945년에 태어나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답청』(1974)『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詩를 찾아서』(2001)등이 있으며 제1회 감수영문학상 제1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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