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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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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970년 등단한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조정권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산정묘지 1"을 비롯한 58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습니다.
    글씨 한 자 글획 한 획에 시인의 숨결과 영혼이 담겼습니다.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연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 44종을 출간합니다.
    43명 시인의 육필시집과 각각의 표제시를 한 권에 묶은 [시인이 시를 쓰다]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을 엄선해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과 독자가 시심을 주고받으며 공유하는 시집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현재 한국 시단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이 자기들의 대표시를 손수 골라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눌러 쓴 시집들입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작고하셔서 유필이 된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시인의 시집도 있습니다.
    시인들조차 대부분이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인들의 글씨를 통해 시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시인들의 영혼이 담긴 글씨에서 시를 쓰는 과정에서의 시인의 고뇌, 땀과 노력을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시의 시대는 갔다”는 비관론을 떨치고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시인이 직접 골라 손으로 쓴 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들이 지금까지 쓴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라 A4용지에 손으로 직접 썼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의 시선집입니다. 어떤 시인은 만년필로, 어떤 시인은 볼펜으로, 어떤 시인은 붓으로, 또 어떤 시인은 연필로 썼습니다. 시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시인들의 글씨는 천차만별입니다. 또박또박한 글씨, 삐뚤빼뚤한 글씨, 기러기가 날아가듯 흘린 글씨, 동글동글한 글씨, 길쭉길쭉한 글씨, 깨알 같은 글씨... 온갖 글씨들이 다 있습니다. 그 글씨에는 멋있고 잘 쓴 글씨, 못나고 보기 싫은 글씨라는 구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인들의 혼이고 마음이고 시심이고 일생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총 2105편의 시가 수록됩니다. 한 시인 당 50여 편씩의 시를 선정했습니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를 책머리에 역시 육필로 적었습니다. 육필시집을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쓴 육필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시인의 육필 이외에 그 어떤 장식도 없습니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이 있는데, 독자들이 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맞은 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 목록]

    1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 모음집 [시인이 시를 쓰다]
    2 정현종 [환합니다]
    3 문충성 [마지막 눈이 내릴 때]
    4 이성부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5 박명용 [하향성]
    6 이운룡 [새벽의 하산]
    7 민영 [해가]
    8 신경림 [목계장터]
    9 김형영 [무엇을 보려고]
    10 이생진 [기다림]
    11 김춘수 [꽃]
    12 강은교 [봄 무사]
    13 문병란 [법성포 여자]
    14 김영태 [정처]
    15 정공채 [배 처음 띄우는 날]
    16 정진규 [淸洌集]
    17 송수권 [초록의 감옥]
    18 나태주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19 황학주 [카지아도 정거장]
    20 장경린 [간접 프리킥]
    21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22 고재종 [방죽가에서 느릿느릿]
    23 이동순 [쇠기러기의 깃털]
    24 고진하 [굴뚝의 정신]
    25 김철 [청노새 우는 언덕]
    26 백무산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27 윤후명 [먼지 같은 사랑]
    28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 한다]
    29 오탁번 [밥 냄새]
    30 박제천 [도깨비가 그리운 날]
    31 이하석 [부서진 활주로]
    32 마광수 [나는 찢어진 것을 보면 흥분한다]
    33 김준태 [형제]
    34 정일근 [사과야 미안하다]
    35 이정록 [가슴이 시리다]
    36 이승훈 [서울에서의 이승훈 씨]
    37 천양희 [벌새가 사는 법]
    38 이준관 [저녁별]
    39 감태준 [사람의 집]
    40 조정권 [산정묘지]
    41 장석주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42 최영철 [엉겅퀴]
    43 이태수 [유등 연지]
    44 오봉옥 [나를 던지는 동안]

    목차

    시인의 말

    봉함된 땅, 대지, 강을 거닐며
    벼랑 끝
    첫 글자
    목숨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나의 햇살이 눈을 갖는다면
    별의 눈을 가진 다섯 개 손톱
    흑판
    겨울 저녁이 다시
    백지 1
    백지 3

    코스모스
    근성

    흑단
    균열
    허공 만들기
    우리들의 공연
    어둠의 뿌리
    야반
    78년 5월
    79년 가을
    베드로
    베드로 1
    베드로 5
    수유리 시편
    심골
    하늘 이불
    송곳눈
    최초의 감동
    해 질 무렵
    모노크롬의 가을
    겨우내내 움츠렸던
    김달진 옹
    세한도
    피라미
    가을이 다 가도록
    책상을 가까이함이
    산정묘지 1
    산정묘지 3
    산정묘지 8
    산정묘지 11
    산정묘지 19
    산정묘지 30
    독락당
    산정묘지 21
    산정묘지 22
    산정묘지 24
    대짜 붓
    저물 무렵
    진눈깨비의 기록
    저녁 숲
    라이프찌히에서
    내 몸의 지옥
    새 꽃이 피어 있다
    광릉 숲

    시인 연보

    본문중에서

    산정묘지 1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 버린 이른 아침,
    산정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의 일각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동렬에 서는 것.
    그러나 한 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물과 뭍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주리.

    여름 내내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하여
    계곡을 울리며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들은 얼어붙어 있다.
    계곡과 계곡 사이 잔뜩 엎드려 있는
    얼음덩어리들은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해 있다.
    결빙의 바람이여,
    내 핏줄 속으로
    회오리치라.
    나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의 전신을
    관통하라.
    점령하라.
    도취하게 하라.
    산정의 새들은
    마른 나무 꼭대기 위에서
    날개를 접은 채 도취의 시간을 꿈꾸고
    열매들은 마른 씨앗 몇 개로 남아
    껍대기 속에서 도취하고 있다.
    여름 내내 빗방울과 입 맞추던
    뿌리는 얼어붙은 바위 옆에서
    흙을 물어뜯으며 제 이빨에 도취하고
    바위는 우둔스런 제 무게에 도취하여
    스스로 기쁨에 떨고 있다.

    보라, 바위는 스스로의 무거운 등짐에
    스스로 도취하고 있다.
    허나 하늘은 허공에 바쳐진 무수한 가슴
    무수한 가슴들이 소거된 허공으로
    무수한 손목들이 촛불을 바치면서
    빛의 축복이 쌓인 나목의 계단을 오르지 않았는가.
    정결한 씨앗을 품은 불꽃을
    천상의 계단마다 하나씩 바치면서
    나의 눈은 도취의 시간을 꿈꾸지 않았는가.
    나의 시간은 오히려 눈부신 성숙의 무게로
    침잠하며 하강하지 않았는가.
    밤이여, 이제 출동 명령을 내리라.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나의 핏줄을 나의 뼈를
    점령하라, 압도하라, 관통하라.
    한때는 눈비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한때는 바람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그리고 다시 한때는 물과 불의 형상으로 오던 나날의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헛된 휴식과 오랜 기다림
    지치고 지친 자의 불면의 밤을
    내 나날의 인력으로 맞이하지 않았던가.
    어둠은 존재의 처소에 뿌려진 생목의 향기
    나의 영혼은 그 향기 속에 얼마나 적셔 두길 갈망해 왔던가.
    내 영혼이 나 자신에게 축복을 주는 휘황한 백야를
    내 얼마나 꿈꾸어 왔는가.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
    영혼이 그 위를 지긋이 내려 누르지 않는다면.
    (/ 본문 중에서)

    오래전부터 품어온 생각이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 하루 종일 밭에 나가 일하다가, 가난한 과일 바구니를 이고 돌아와, 소박하게 저녁식탁을 차려놓은 채, 그분이 먼저 입 대시도록 벼이삭 문 촛대 앞에서 두 손 가슴 모으고, 문밖에 서서 들어오지 않는 비바람의 자식을 기다리는 일이 시 쓰는 일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헌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시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집 나간 아들이었으며, 쓰면 쓸수록 허공에 묻히는 시는, 어머니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점점 멀어가는 탕자의 탄식 같다는 것을.

    조정권
    (/ '시인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9~201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667권

    194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1970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현대시학]에 [흑판]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1977) [詩篇](1982) [虛心頌](1985) [하늘 이불](1987) [산정 묘지](1991) [신성한 숲](1994) [떠도는 몸들](2005) [고요로의 초대](2011)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2011) [시냇달](2014)을, 예술기행 산문집 [하늘에 닿는 손길](1994)을 발간했다.
    제5회 녹원문학상(1985), 제20회 한국시인협회상(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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