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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원제 : DIE AUFZEICHNUNGEN DES MALTE LAURIDS BRIG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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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싸인 눈꺼풀 속
    익명의 잠이고 싶어라.

    "시인을 꿈꾸던 청년 시절에 [말테의 수기]를 읽었다. 내 마음은 불에 덴 것처럼 아팠다."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펭귄클래식 코리아 시리즈 97번. 20세기 최고의 독일어권 시인 릴케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소설가 계용묵이 [말테의 수기]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이 땅에 소개한 뒤로 현재까지 30여종의 번역본이 등장했다. 번역본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겠지만, 이번 펭귄클래식의 번역본은 그동안 릴케 연구와 번역에 많은 공헌을 해온 고려대 김재혁 교수의 작품으로 [말테의 수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릴케 고유의 문체적 분위기를 살리려 하였으며, 충실한 번역으로 릴케가 집중했던 문학적 테마들을 돋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다른 번역본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이를테면 릴케가 세 줄로 줄여 응축시킨 문장을 풀어 옮기는 데는 수 백 줄을 읽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말테의 수기] 전편을 관류하는 테마가 글쓰기이듯이 이번 번역 역시 글쓰기에 대한 느낌과 정취를 우리말로 소생시키는 쪽에서 이루어졌다.

    덴마크의 시인 말테는 영락한 귀족 가문의 자녀로, 대도시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파리로 떠난다. 그러나 말테는 화려한 도시의 외양이 숨기고 있는 불안과 소외의 냄새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도시의 압도적인 인상에 맞서며 자신의 체험을 일기로 기록해 나간다. 이 작품은 압축적인 표현과 릴케 고유의 이미지 운용법을 통해, 이후 등장할 모더니즘 이론가들의 이성 비판을 선취한 고전이다.

    - 국외자의 눈에 비친 도시 단상

    20세기 초 파리는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였으며,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말테에게 파리는 터무니없이 큰 도시였다. 그는 대도시의 위협적인 인상에 압도되지만 여기에 맞서 파리에서의 생활을 수기로 남긴다. 말테가 묘사하는 도시 체험의 단상은 어떤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개인은 도시의 외양에 섞여 들지 못하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유기적인 전체에서 떨어져 나간 지 오래이며, 도시로부터 버림 받고 망각된 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곳에서 삶은 규격화되어 있고 여기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삶을 걸칠 뿐이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의식하며 그 씨앗을 품고 살았던 말테의 유년 시절과는 달리, 지금 여기 사람들은 죽음을 삶의 종결과 시체 처리의 문제로만 받아들인다. 그들에게는 삶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말테는 이러한 풍경이 낯설고 두렵다. 그러나 생에 매달리는 수고마저도 파리에서는 절망적이다. 말테는 "이곳으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온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곳에 와서 죽어가는 것 같다."(9)고 단호하게 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도 [말테의 수기]를 읽고, "릴케가 파리에서 본 것은 죽음이었다."고 적었다.

    삶과 인식 구조의 변화는 비단 공간의 차이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발명과 '진보' 속에서 세계는 산업화 및 도시화되었다. 파리나 런던 등의 대도시는 개인의 정체성에 파괴적이리 만치 큰 영향을 끼쳤다. 자본주의에 기반한 산업화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해하고 설명해 왔던 것들을 흩트려 놓고 이전과 단절하게 했으며, 유기적인 인식 구조를 말초적으로 자극하여 파편화시켰다. 말테는 파리에서 체류하는 동안 전체 구조가 변화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따라서 말테 개인의 체험은 현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전형적인 삶이다. 현대 세계에서는 대상이 말을 걸어 주체의 위치를 위협하며, 존재와 사유를 물화시킨다. 릴케는 이성 만능주의가 위협하는 삶과 현상을 감지하고 불안에 몸서리쳤다. 그는 루 살로메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모든 것이 변화되고 나의 감각으로부터 떨어져 나갑니다. 모든 것이 친숙하고 밀접하고 의미를 갖고 있었던 세계로부터 나는 쫓겨나서 알 수도 없고, 이름 모를 불안한 세계로 빠져든 느낌이랍니다. 난 마치 모든 사람에게 낯선 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마치 이국에서 죽은 사람처럼요. 홀로 떨어진 채, 잉여의 존재가 된 채, 다른 맥락 속 파편에 불과합니다."

    - 유년기 회상, 새로운 글쓰기. "다른 해석의 시기가 밝아 오리라."

    어떤 사람들은 끝내 굴복하여 허물어져서 내던져진다. 말테는 그들이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으로 이 도시의 모순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더할 수 없이 끔찍해한다. 당혹스러운 감정과 위기의 불안을 극복하고 자기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말테가 선택한 방법은, 가끔 혹은 자주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다. 덴마크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자본주의가 삶과 죽음을 대량생산 하기 이전에 시대로, 개개인이 고유하고 관계들은 유기적이며 모든 것이 익숙했던 위안의 시절이다. 하지만 유년 시절의 기억을 불러들이며 또 다른 것을 깨닫는다. 말테가 파리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여겼던 것이, 유년기의 인식했던 것들이라는 것. 이를테면, 말테는 어린 시절에 거울을 보다가 사물과 자신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 말테는 거울에 비친 가상을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해 두려움에 떨었다. "거울은 나로 하여금 고개를 치켜들게 하였으며 내게 하나의 상을 보여주었다, 아니 하나의 현실을, 낯설고 알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나는 나의 뜻과 상관없이 이 현실 속에 흠뻑 빠졌다. 이제는 거울이 나보다 힘이 센 존재가 되었고 나는 거울이 되다. 그래, 나는 정신을 잃었고 존재하지 않았다."(106) 말테는 사물의 가상(시뮬라시옹)이 주체를 압도하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공포는 예상을 무너뜨리는 경험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체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도. 다만,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있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다 자란 말테는 이성 만능주의가 내세웠던 주체를 위협하는 것은 이성 자신의 오기임을 깨닫는다. 더불어 말테가 자신의 인식 세계를 비로소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가 한창인 세계 속에 머물면서부터라는 것도 언급해 둔다.

    어떤 변화는 긍정적인 의미의 발전을 가져온다. 말테는 이성적이며 인과적인 기존의 글쓰기 방식과는 다른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말테는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기억하는데, 이때 언급되는 책은 표면적인 사실에 불과한 것을 진실인양 '객관적으로' 서술한 역사책이다. 그가 역사책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른 글쓰기의 기반이 된다. 말테는 "저들"이 기록한 사실 관계에는 관심이 없으며, 주로 해당 인물의 기분이나 절망에 대해 상상한다. 독자로서 책을 기억한 끝에 그는 역사책으로 상징되는 것과는 다른 글쓰기와 해석을 선언한다. "내가 쓴 모든 시는 다른 방식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뒤숭숭한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간에 과거에 해내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글쓰기는 이전의 '균형 잡힌'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이 책 또한 모두 일흔한 개의 일화가 비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매끄러운 서사와는 거리가 먼 서술 방식 때문에 [말테의 수기]는 종종 파편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릴케의 편집 방식은 매우 섬세하고 치밀하다. 독자들은 수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화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머릿속에서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넘나들며 말테의 삶을 재구성하고, 실재 기억과 허구적 이야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상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여운의 끝에 독자들은 고정된 사유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릴케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차

    말테의 수기

    작품해설/ [말테의 수기]를 읽는 법
    작가 연보
    옮긴이 주

    저자소개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75.12.04~1926.12.29
    출생지 체코
    출간도서 92종
    판매수 14,472권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본명은 르네 마리아 릴케였으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를 라이너로 고쳐 부름)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병약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시를 쓰기 시작해 열아홉 살에 첫 시집을 출판했다. 뮌헨대학을 졸업할 무렵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데 참다운 안내자 역할을 해준 정신적 후원자였다. 이후 조각가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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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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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독문학과 교수이며, 시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복면을 한 운명], [릴케와 한국의 시인들], [바보여 시인이여] 등이 있으며, 시집 [딴생각], [아버지의 도장], [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 등을 지었다. [딴생각]은 “Gedankenspiele”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독일에서 출간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릴케의 [기도 시집들], [두이노의 비가], [말테의 수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하이네의 [노래의 책], [로만체로], 횔덜린의 [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 귄터 그라스의 [넙치], 노발리스의 [푸른 꽃],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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