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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들, 행인들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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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50년 만에 부활한 정통 세계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가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올해로 창립 63주년을 맞은 을유문화사가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한 지 50년 만이다. 1959년에 1권 [젊은 사자들]로부터 시작하여 1975년 100권 [독일민담설화집]을 끝으로 100권으로 완간된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다수의 출판상을 수상하며 한국 출판 역사의 이정표가 되었다. 새로운 을유세계문학전집은 기존의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재수록한 것은 한 권도 없고 목록을 모두 새롭게 선정하고 완전히 새로 번역한 것이다. 매월 2~3권씩 출간되며 올해 말까지 16권, 2020년까지 300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에 을유세계문학전집 제7권으로 출간되는 [커플들, 행인들]은 독일 작가 보토 슈트라우스의 1981년작 에세이이다(올해 출간 예정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6권 중 유일한 에세이). 지금까지 보토 슈트라우스의 작품 중 단행본으로 소개된 것은 희곡 [시간과 방]이 유일할 정도로, 그는 우리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작가이다. 이는 그의 작업이 극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정도 있다. 국내 초역의 [커플들, 행인들]을 번역한 서울대 독문과의 정항균 교수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보토 슈트라우스에 관한 총 다섯 편의 논문([커플들, 행인들]에 관한 2007년 논문 포함)을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보토 슈트라우스의 섬세하고 날렵한 사유를 완벽하게 한국어로 재현했다.

    현대 사회의 고독 속에서 남녀 관계의 변질, 언어의 상투화를 파헤친다

    1989년 독일 최고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한 보토 슈트라우스. [커플들, 행인들]은 그의 사상 전반을 함축하는 대표작으로, 지난 30년간 천착해온 그의 문학적 주제들을 독특한 형식으로 구현하고 있는 에세이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사랑, 고향, 문학, 회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연작 형식으로 펼쳐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섯 개의 장은 언뜻 보면 서로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파편적인 문장에 부여된 일련의 내적 질서를 통해 작품은 이 책의 제목 “커플들, 행인들”이라는 주제를 향해 가고 있다. 상업화, 기계화, 인간의 고독을 다룬 이 작품은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대인의 삶을 사유하는 문학적 바로미터로 평가받고 있다.

    1) [커플들]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첫 번째 장에는 마치 스냅 사진처럼 한 문단 혹은 하나의 문장으로 포착된 수십 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이 글의 단편성은 형식에 머물지 않고 남녀 관계의 본질까지 꿰뚫고 있다.
    2) [차량의 강물] 3년 동안 사귀었던 나의 옛 애인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나는 지금 막 자동차 운전 중에 그녀를 발견했다. 누가 해코지할까봐 길거리에 나다니는 것조차 걱정되었던 여인이다. 하지만 자동차로 그 옆을 지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예전에 친근했던 그때 그 얼굴이 아니다. “친근한 사람을 다시 낯선 사람으로 바꿔 버리는 …(중략)… 망할 놈의 행인의 세계여!”(81쪽) 자동차의 행렬과 걸어가는 사람 사이의 간극으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두 번째 장 [차량의 강물]은 이 첫 번째 일화로 [커플들]과 연결된다.
    3) [글] [차량의 강물]의 마지막 일화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던 옛집을 찾아간다. 그는 어릴 때 집 앞의 강물을 바라보며 “모든 것에 관한 무한한 책을 쓸 거야”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렇게 세 번째 장 [글]이 이어진다.
    이 장에서 작가는 기표와 기의가 일치하고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입장에 본격적으로 회의를 표명한다. 또한 “지금까지 쓴 모든 글들의 감독 아래 글을 쓰는 것이다”(110쪽)라며 완전히 독창적인 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글을 통한 타자와의 만남을 거론하며 문학의 가능성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고 있다.
    4) [황혼/여명] 독일어 “D?mmer”는 황혼과 여명을 모두 뜻하는 말로, 이 작품에서는 우주의 소멸과 생성을 내포한다. 이 장에서는 백치, 정신박약아, 코끼리, 간수와 죄수가 등장하는 꿈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보토 슈트라우스의 1980년대 문학의 주제인 근원적 과거로서의 “신화”와 연결된다.
    5) [단독자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뿔뿔이 흩어진 단독자들. 작가는, 사람들이 자기 능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경우는 주위의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행동할 때라고 말한다.
    6)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 이 장은 자아상이 분열되거나 해체되고 역사 시대의 질서가 와해되는 탈 역사 시대를 다루고 있다. 또한 보드리야르를 거론하며 실재와 가상 사이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시대를 말한다. 이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 짓는 중요한 수단은 “회상”이다.
    이 장의 마지막, 즉 이 책의 마지막 일화에서 화자는 어느 여인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인식의 확장을 경험한다. 이는 첫 장 [커플들]의 첫 번째 일화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잔뜩 기울이다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이 작품 맨 처음에는 들리지 않았던 막연한 그 무언가가 마지막 장에 와서야 마침내 들리는 것이다.

    목차

    커플들
    차량의 강물

    황혼/여명
    단독자들
    현재에 빠져 사는 바보

    해설: 보토 슈트라우스의 작품과 신화에 대한 회상
    판본 소개
    보토 슈트라우스 연보

    본문중에서

    모든 사랑은 등 뒤에 유토피아를 만든다. 이 보잘것없는 파트너 관계의 근원도 행복과 노래로 넘쳐나던 아득한 옛날에 있다. 그러한 시작은 이제 꽁꽁 얼어붙은 경직된 순간으로 바뀌어 그 여인의 가슴속에 간직된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끔찍하게 타락하고 변해 버린 지금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시간이 존재한다. 꽁꽁 얼려 냉동된, 그래서 별로 영양이 풍부하지 않은 여행용 식량과 같은 바로 그 최초의 시기가.
    (/ p. 9)

    저 사람이 과거에 내가 사귄 바로 그 애인이었다. 그녀는 지나가 버렸다. 차를 타고 그 옆을 지나가던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반쯤 살짝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아주 친근한 사람을 다시 낯선 사람으로 바꿔 버린 이해할 수 없는 법칙으로 다가왔다. 망할 놈의 행인의 세계여!
    (/ p. 81)

    이러한 관용구는 구어의 유물이기 때문에, 이것을 정확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주 들어야만 한다. 그러한 미사여구나 관용적 표현을 때때로 사용할 때면 누구나 스스로 약간의 불확실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 불확실함은 때때로 속담을 뒤섞거나 왜곡시키는 패러디를 낳기도 한다.
    (/ p. 95)

    감탄사는 기분이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또 혹시 누가 아는가. 결국 모든 인간의 언어가 어쩌면 본성의 끊임없는 중얼거림으로 향하는 그런 감탄사, 튀어나온 말, 느낌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 98)

    우리는 언어 속에 있음으로써 심층의 고향과 망명지를 얻게 된다.
    (/ p. 108)

    우리들 안에 구겨 넣어진 종이가 밤이면 펼쳐진다. 첫 줄이 거꾸로 쓰인 채 내팽겨쳐진 종이가.
    (/ p. 109)

    나와 전혀 닮지 않은 위대한 사람들에 대한 뻔뻔스러운 존경의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찮은 자신의 고통에 영웅적인 모습을 빌려서 부여하고자 하는, 사회 보장 보험을 든 우리의 요구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 p. 115)

    기다림이 남김없이 사라질 때에야 비로소 절대적인 한가로움, 자유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 p. 122)

    내가 어떻게 그런 것을 쓸 수 있었을까? 작품의 결말은 떠오르는 영감이 작가를 어루만지는 유일한 순간이다.
    (/ p. 125)

    사람들이 자기 능력의 최고 정점에 있게 되는 경우는, 주위의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행동할 때이다. 그때는 모든 시선이 다 행위가 된다. 사방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좀 더 날카로운 지각으로 자신을 무장해야 하며, 무언가를 체험할 때에도 자신보다 강자인 동맹군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켜야만 한다.
    (/ p. 160)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마치 광고에서처럼 이렇게 과장하여 사용하는 것을 도처에서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모피 칼라가 달린 그의 외투를 보고 엄청나게 놀랐어” 하는 식이다. ‘놀란, 당혹한, 심금을 울린’ 등과 같이 고통을 표현하는 상투어의 낭비적이고 인플레이션적인 사용, 이러한 일종의 우울증의 전시는 자신이 지닌 극도의 민감성을 광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모두 이제 더 이상은 놀라지 않는 심장을 지닌 주체가 내는 거짓된 떨림의 음들에 불과하다.
    (/ p. 170)

    고도로 문명화된 집단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경향이 있다는 테제를 뒷받침할 만한 크루즈 미사일이나 중성자 폭탄 그리고 그와 유사한 조처들이 내 집 문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동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하더라도 미학적인 품위를 완전히 상실할 위험에 늘 처하게 된다.
    (/ pp. 172~173)

    나는 회상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 한 동사를 과거형으로 사용해야만 할 때, 내게는 벌써 그 문장이 동요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잠자는 동안에도 꿈이 필요하듯이,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위해 회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또한 인간은 회상을 끊임없이 보완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가? 어느 날 모든 기대가 사라지고 항해의 높은 돛이 풀밭 위에 힘없이 떨어져 놓이게 되면, 존재했던 것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pp. 186~187)

    한편으로는 우리가 도처에 있는 억압이라는 건물들을 허물고자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용히 순종하며, 집에서 나무 꼭대기의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것을 영원히 바라보는 것 역시 옳은 일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에 우리가 반란과 침잠, 서)과 동), 고통과 공허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스스로 상처를 입지 않고서는 결코 명확한 선택을 내릴 수 없는 것 또한 옳다고 할 수 있다.
    (/ p. 200)

    욕망은 삶의 아주 견고한 것들, 즉 비애와 평정을 흔들어 놓는다.
    (/ p. 201)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기억 기계가 완벽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거부하고 우리의 기억력을 퇴보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가정해야만 한다. 단조로운 과제에서 해방된 이 기관이 그것 때문에 더 좋아지고 건강해져서 좀 더 성공적으로 ‘본질적인 문제들’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기억은 과잉을 모른다. 다양한 분산 작업과 풍부한 정보는 기억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단조로운 계산 작업마저도 궁극적으로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 p. 203)

    저자소개

    보토 슈트라우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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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문단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보토 슈트라우스는 1944년 나움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뮌헨에서 독문학, 연극사, 사회학을 공부한 후 1967년부터 [테아터 호이테]에서 평론가 및 편집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희곡은 물론 연극 평론,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문학을 구현해왔다.
    페터 한트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함께 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1940년대 생 작가로 분류되는 보토 슈트라우스는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공연을 많이 올리는 극작가 중 한 명으로, 1972년 처녀 희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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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부퍼탈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독일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 소설이다. 저서로는 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hlwerk Theodor Fontanes (2001),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욕망'(공저, 2007)이 있고, 역서로는 '악마의 눈물'(공역, 2004)이 있다. 논문으로는 ?페터 바이스의 작품에 나타난 기록 문학적 요소와 초현실주의적 요소의 기능에 관하여?(2000), ?미로 속 나비의 날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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