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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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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이제 스타일에 대해 말할 때

2004년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바람의 아이들, 2004)가 출간되었을 때, 청소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 동안 동화와 일반 소설과 고색창연한 세계문학 전집 사이를 배회하던 청소년들에게 ‘중학생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청소년들은 그 작품을 읽었고, 공감했고, 어른들은 그제야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문학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했다. 그리고 5년. 그 동안 청소년 소설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질적으로 양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정확한 취재와 현실의 반영을 넘어서는, 청소년 소설만의 ‘문학적’ 고민이 있었느냐고 한다면 글쎄, 아마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운의 청소년 소설 [중학생 여러분]은 무척이나 반가운 작품이다. [내 머릿속의 개들],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와 같은 인상적인 소설들을 내놓은 바 있는 작가는 이미 일가를 이룬 소설가가 저지르기 쉬운 판단 착오, 즉 단순히 청소년용 이야깃거리를 가져다 좀 쉽게 풀어내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청소년 소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이란 문학 작품에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지만 불행히도 오늘날 우리 청소년 문학에 있어서는 새롭다고밖에 할 수 없는 화두이다. 이제 우리는 [중학생 여러분]과 더불어 청소년 소설에서도 스타일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주아주 평범한 나와 너, 중학생 여러분의 이야기

엄마 아빠의 사랑받는 외아들인 ‘나’(정현서)는 뭐, 딱히 내세울 건 별로 없는 중학교 3학년생이다. 하지만 전교 1등을 하거나 바이올린 천재거나 게임을 끝내주게 잘하는 않는 한 세상에 내세울 만한 것이 있는 중학교 3학년생이 몇이나 될까. 그것은 ‘나’의 친구인 준호나 혜리도 마찬가지다. 시시때때로 까불거리는 것으로 자기존재를 증명하는 준호는 좀 웃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세출의 개그맨이 될 정도는 아니다. 게중 특별해 보이는 혜리도 책을 많이 읽고 사색적이긴 하지만 그저 교내 시화전에 작품을 발표하는 정도일 뿐. 그 밖에 다른 친구들 역시 웬만해서는 튀지 않는다.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별반 대단한 건 없다. ‘나’는 여름방학 숙제인 ‘선행’을 하려다가 마늘 까는 할머니에게 호통을 듣고, 혜리는 따로 사는 아빠가 이민갔다는 말에 잠깐 시름에 잠긴다. 아이들은 다 함께 선생님을 따라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거나 눈싸움을 하고 유난히 머리 길이에 집착을 하기도 한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원조교제를 감행하는 아이도 물론 없다. 문학소녀 혜리에게 부모의 이혼이라는 그늘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사실 우리 나라처럼 이혼율이 높은 곳에서는 최소한의 리얼리티인 셈.

그 동안 청소년 소설들의 캐릭터들이 너무 큰 옷을 입은 것처럼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면 [중학생 여러분]들의 주인공들은 훨씬 자연스럽다. 지나치게 발랑 까지지 않았으면서도 턱없이 어리숙하거나 순진하지도 않다. 딱히 성적 코드가 동원되지 않고도 살짝 설레는 모습을 보여주는 ‘나’와 혜리의 관계나 ‘나’가 모처럼 진지하게 목련지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시지 타령을 하고 있는 준호의 모습에서 드러나듯 아이들은 모두들 발랄하고 귀엽다. ‘나’가 준호에 대해 평가했듯이 “대체로 까불거리고 아주 가끔 이상하게 진지해져서 분위기를 팍 잡아 놓고는 그런 자기 모습에 자기가 먼저 머쓱해”지는 것은 어쩌면 실제 청소년들 공통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이야기, 새로운 스타일

필시 연작 형태의 작품들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따로 뽑아낸 제목일 ‘중학생 여러분’은 “신사 숙녀 여러분!”처럼 그 뒤에 올 이야기들을 위한 이름 부르기처럼 들린다. ‘중학생 여러분’ 하고 불렀으니 뒤에 중학생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따라붙는 것이 당연지사.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이야기에는 “어쩌면 너도 그랬을 것 같은데……?하고 듣는이가 드러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너’는 ‘중학생 여러분’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어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청소년끼리 나누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나’는 별것 아닌 사건들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오버하거나 헛다리짚는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학생 여러분]은 중간중간 따로 설명을 붙이는 대신 희곡 형식을 도입해 여러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어 그야말로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말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다.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하고 듣다보면 꼭 내용이 아니라 그렇게 많은 말을 하는 중에, 그렇게 말을 한다는 행동 자체로 무언가 전하려 하는 건 아닐까 싶은 대화가 있다. 그냥 떠드는 대로 내버려두자 하고 보면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있는 대화. 어쩌면 청소년들 사이의 대화란 거지반 그렇게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이따금 상상과 현실이 살짝 헷갈리기도 하지만 어린애들처럼 완전히 헷갈리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상상이 완전히 허무맹랑하다고 제껴 버리지도 않는 균형감각 같은 것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중학생 여러분]의 작가 이상운 역시 그런 균형감각을 가지고 청소년 소설을 쓴 것 같다. 그런 균형감각은 “군대는 군인이 되고 싶은 사람만 가게 하고 대신 월급을 많이 주자”는 결론처럼 굉장히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자질이다.

우리 청소년 소설, 반올림과 더불어 변화에서 진화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주목함으로써 청소년 소설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그 변화의 발판 위에서 이제는 진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바람의 아이들은 반올림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청소년 소설의 확장을 이끌어왔으며, [중학생 여러분]을 시작으로 또 한번 도약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청소년 소설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탄탄한 작가층이 든든히 뒤를 받쳐 주어야 할 터. 바람의 아이들은 실제로 몇몇 소설가들과 함께 괜찮은 청소년 소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며, 머지않아 성공적인 메아리가 울려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12.30~
출생지 경북 포항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3,445권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십여 년 동안 강의를 했다. 1997년 장편소설 [픽션 클럽]으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 장편소설 [내 머릿속의 개들]로 제11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소설집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미니픽션집 [달마의 앞치마] [제발 좀 조용히 해줘] [책도둑], 장편소설 [탱고]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그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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