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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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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작가로 걸어온 반세기를 돌아보며 삶과 문학에서 지녀온 신념을 담담하게 전하는
    오에 겐자부로 신작 에세이


    1994년 『만엔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는 다작(多作)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소설들은 독자들 사이에서 하나 같이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이 책은 에세이집답게 일상생활의 문체로 주변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고 있으며, 특히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지금의 가족 이야기 등 개인적인 얘기들을 자유롭게 전하고 있어 오에 겐자부로라는 한 작가의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노년에 이른 작가로서의 철학과 신념을 담담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느덧 70대에 이른 자신이 작가로서 해나가고 있는 ‘후기 작업(late works)’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요즈음 에드워드 W. 사이드 식으로 말하자면 ‘후기 작업’이라 부르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예술가도 병을 얻어 고독에 시달리고 사회를 향해 열린 희망을 지니기가 어렵지만, 회복되고 나면 참다운 기쁨으로 가득 찬 작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시대, 세계의 고통과, 그것으로부터의 해방과 공명하는 것이다….(33쪽)

    여기에 만년의 오에 겐자부로가 지향하는 바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비록 자신이 ‘비관적인 인간’이기는 하지만 ‘의사(意思)의 힘에 의한 낙관주의’ 쪽으로 자꾸만 자신을 돌려세우다 보면 사이드가 말하는 예술가의 ‘후기 작업’을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사회를 향한 열린 희망을 품어 가는 이 ‘후기 작업’의 성격은, ‘인간은 회복하는 존재’라는 저자의 신념에 그대로 통한다. 그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은 회복하는 존재이고 그러한 인간의 모습 속에서 이 사회의 희망을 찾는다….
    이 책의 제목 ‘회복하는 인간’은 뇌에 심각한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맏아들 오에 히카리와의 공생을 통해 저자가 체득한 확신, 그의 삶과 문학을 관통하는 평생의 신념을 나타내는 말이다.

    ‘인간은 회복하는 존재다.’ 그것은 제가 지적인(신체적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연동하기도 하는) 장애를 지닌 아들과 함께 살아오는 과정에서(그것도 저와 아내의 반생, 이라기보다는 일생에 걸쳐서였고 지금도 삶의 남은 부분을 향해, 그대로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무엇보다 확신하기에 이른 생각인 것입니다.(225쪽)
    우리가 히카리와 함께한 긴 세월을, 오직 인간은 ‘회복’하는 존재다, 하는 놀람으로 가득 찬 발견의 연속만이 지탱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저의 문학의 핵심에 있는 무엇인가가, 말하자면 성육(成育)하기도 했던 것이죠. 이와 같이 자연스레 싹튼 것에 이어서 히카리는 지금도 그 나름의 음악이론 공부를 계속하면서, 저희가 보기에는 보다 의식화된 진보의 노정을 느리긴 하지만 착실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세속적인 의미에서 ‘자립’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이미 성인병이 생길 나이가 된 그와, 이미 노년에 이른 저와 아내의 여전히 이어져 갈 공생에는 머지않아 일찍이 없었던 무게의 곤경이 찾아오리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인간에 대해 ‘회복’할 수 있는 존재, 라는 신념을 지니고 어떻게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방식을 학습해 왔던 것입니다.(231쪽)

    거듭되는 절망 속에서도 항상 불가사의하리만치 회복을 향해 거듭나는 인간의 모습을 아들 히카리와 공생해 온 이야기를 통해, 또 ‘후기 작업’의 전형을 보여준 스승과 여러 벗들의 삶을 통해 자세히 풀어나가고 있는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회복을 언어를 통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설을 써온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이라 밝히고 있다.(148쪽)

    이 책의 1부 ‘전하는 말’에서는 24편의 칼럼을 통해 인생의 힘든 시기마다 저자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사람들, 스승 와타나베 가즈오와 친구 나카노 시게하루, 에드워드 사이드, 라크다르 블라히미 같은 이들의 말을 대신 전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가치관을 정립하게 해준, 2차대전 직후의 부전(不戰)의 헌법과〈교육기본법〉의 정신을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70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돌아보며 말한다.

    일흔 살이 된 저는 언제라도 불러낼 수 있는 제 안의 소년에게―어쨌든 우리의 숙제는 풀렸다, 고 말했습니다.
    이 일의 시작은, 불가사의한 유머가 있던 할머니가 얘기해 준 골짜기 마을의 전승입니다. 우리들 모두에게는 숲 꼭대기에 ‘자기 나무’가 있다. 우리들의 넋은 거기서 내려왔고 거기로 올라간다. 그 나무 아래 서 있으면, 나이 먹은 자신을 만날 수도 있다.
    저는 노인이 된 자신에게(일흔 살이라니!) 어떻게 살아 왔느냐고 묻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괴로운 일이 있었고 어떤 좋은 일이 있었지? 지금 저는 그 소년에게 대답할 수 있어야겠죠.(66~67쪽)

    2부 ‘플러스(+)’에서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청중 앞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담은 세 편의 글을 통해 아들 히카리와 공생해 온 가족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 얘기하며 ‘회복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역사에 대한 믿음을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

    노년의 작가가 전하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
    평생을 매진해 온 책읽기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우리 시대 어른의 이야기


    이 책에서 저자는, 방대한 독서량에서 오는(저자는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3·4년마다 주제를 하나씩 정해 그에 해당하는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독서법을 행하고 있다) 깊이 있는 내용을 곳곳에서 전하고 있어 그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지금도 다시 읽으면 새로운 발견을 하고, 몸에 익은 일종의 공포를 재회하기도 하는 것이 루쉰과 도스토예프스키입니다. 루쉰의 단편은, 어린아이도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과 공포가 ‘뒤섞여’ 있습니다만, 처음 읽었을 때부터(그 후 조금씩 다른 번역의 문체였고, 지금은 다케우치 요시미의 것입니다) 가슴에 새겨진 것은 루쉰이 처음 썼던 단편의 마지막 한 줄입니다. 화자는, 인간 모두가 인간을 잡아먹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구하고 싶다고 절규합니다.
    하다못해 아이들만이라도….
    도스토예프스키의 경우에는 제가 도쿄와 베를린, 프린스턴에서 학생들에게 최고의 용기를 주는 다이제스트를 만들고자 아이들에 대한 부분만을 발췌해서 편집하게 되었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젊은이들에게 권하는 것은 『악령』입니다. 이것은 약 130년 전의 제정러시아, 사회와 인간을 뒤덮은 어둠을 그리면서도, 그것과 관련하여 괴로워하는 젊은이들이 그 인간관의 밑바닥에 어린아이를 구하는 것을 두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그린 소설입니다. 루쉰도 86년 전의 중국에서 같은 바람을 지니고 일하고 있었습니다.(42~43쪽)

    저자는 또한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려는 버릇이 있다면서 어린아이가 어머니에게 하듯 신이 나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 쥐가 우리의 생활에 끼어든 것은 반년쯤 전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난 후, 일단 일을 매듭짓고 마실 것을 가지러 부엌에 들어갔는데 개수대 위 선반에서 검은 그림자가 뛰어내려 이쪽 어깨를 넘어갔을 때, 한순간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습니다. (…) 길이는 손가락을 편 손바닥 정도, 폭은 그 반 정도, 털은 윤기 나는 칠흑이었고 허리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탐스럽지만 날렵하기도 한 실루엣은 말 위에 뛰어오르는 쾌걸 조로를 방불하고. 이튿날 아침 저는 아내에게 신나게 보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비쳤습니다. 이미 며칠 밤이나 천장의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소음으로 잠을 깨곤 했다, 더구나 아무래도 그 기척이 지금까지 때때로 집에 나타나곤 하던 쥐와는 다른 것 같다…. (…) 쥐가 살게 된 작은 방문을 닫아만 두었더니 오줌 냄새가 진동을 하기에 하루는 밖으로 난 창문을 열어젖혀 평화로운 퇴거를 권유하는 시도도 했습니다. 쥐는 외출해서 물이니 음식을 지분대기도 한 모양이지만 밤에는 돌아왔습니다. 추위에 약한 타입인 듯하다(겨울이 되어 있었거든요)는 것이 아내의 관찰입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쥐에게 친구는 없는 모양이었고 번식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먼 곳에서 온, 늠름한 외톨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들 사이에 고정되어 간 그의 초상이었습니다. 그에 걸맞게 태도는 거만하여, 작은 방문을 닫아 놓고 이쪽에서 아내가 튀김을 만들고 있자니까 요란하게 문짝 물어뜯는 소리를 내더니 아래쪽 빈틈으로 꼬리를 내밀고 시위까지 하더라는군요.(129~132쪽)

    오에 겐자부로는 물질적 풍요 속에 정치의 보수화와 냉소주의의 늪에 빠진 일본 사회에서 불신과 냉소 대신 ‘회복하는 인간’이라는 신념과 낙관주의를 선택하였고, 이를 왕성한 작품 활동과 사회적 참여를 통해 그대로 견지해 가고 있다. 소년이었을 때 온 마음으로 받아들인 평화 헌법의 이념을 삶의 버팀목 삼아 평생을 일관되게 살아온 그의 결코 쉽지 않았던 삶을 통해 독자들은 귀 기울여 들을 이 시대 어른의 말씀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목차

    서문

    1장 전하는 말
    불관용(不寬容)
    명백히 표현하기
    다시 한 번, 새로이
    일래버레이션(ELABORATION)
    주의력을 기반삼아
    하다못해 아이들만이라도…
    친밀한 편지
    다시 읽기를 계속하다
    개와 늑대 사이
    미래에 대한 미련
    불가사의를 이해하다
    아이의 기억은 옳다
    아마추어 지식인
    지적인 명랑함
    협동하는 선택
    새로운 방식으로
    감내하지 않는다
    손의 역할
    또 고쳐 쓴다
    ‘아는(知る)’ 것과 ‘이해하는(わかる)’ 것
    사물(事物)의 혼(魂)
    만년의 독서를 위하여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죽은 자의 소리를 듣자

    2장 플러스
    기억해 주십시오. 그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답니다.
    교육의 힘을 기대해야 한다.
    한 아이가 흘리는 한 방울 눈물의 대가로서

    옮긴이의 글
    연보

    본문중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며 70년이라는 세월을 돌아볼 때 저에게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할머니와 아버지가 잇따라 돌아가신, 전쟁이 끝나기 전해로부터 5년간입니다.
    폭풍우 부는 한밤중에 정전이 된 거실의 촛불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들어 불어난 강물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모두들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앞날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어머니의 우울한 얼굴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이렇게 돌아가시니 저를 진학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어머니에게 주지 스님은, 열심히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길은 있는 법이라며 저를 불러들이셨습니다. 그 학교는 불교를 교육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곳인데 학비는 필요 없다. 거기서 정말로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 돈, 명예, 지위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인간이 된다. 너는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저는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주지 스님이 돌아가고 나서 어머니가 꾸중을 하시기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나 지위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부를 해서 자신이 할 수 있게 된 일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 그것은 명예를 갖고 싶다는 것 아닌가?
    어머니가 실망하시기에 저는 덧붙였습니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일할 생각이다….(67-68쪽)

    히카리가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은 열네댓 살 때 찾아온 ‘간질’을 필두로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만나며 언제나 그가 ‘회복’되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에 맞섬으로써 (우리들 부모도 함께) 그 이전보다 확실히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하는 생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써 왔으니 되풀이하지 않겠지만, 히카리가 시각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있으나 청각은 민감하다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라든가 초보적인 악보읽기를 아내가 가르쳤고 절대음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뛰어난 선생님들을 만나 그분들이 작곡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던 그 과정도 여기 포함됩니다.
    저는 저희와 마찬가지로 지적 장애아를 두고 계신 진지한 어머니들로부터 어떤 조기교육을 받게 하면, 예컨대 작곡가와 같은 방향으로 재능을 길러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담긴 편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는 그저 히카리가 잇달아 고통스런 상태에 빠졌지만 그것으로부터 ‘회복’하는, 그때의 위를 향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그러한 것들이 축적되면서 히카리의 경우 음악을 향해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히카리가 자신이 작곡한 것을 CD로 만들고 연주회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저희 가족들에겐 멋진 일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목적으로 삼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인간이 ‘회복’된다고 하는 것의 근본적인 의미를 히카리와의 공생의 세월 속에서 점차 깊이 믿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회복’이 가져다준 전향적인 진전에 맞추어, 아내가 우연히 좋아하고 있던 클래식음악을 가르쳤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인 것입니다. 그 이후의 일은 음악가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이 또한 우리에게는 (어쩌면 히카리에게도) 장애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의, 말하자면 부차적인 산물이었던 셈이죠.(229-230쪽)

    저자소개

    오에 겐자부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
    출생지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 현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5,924권

    1935년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현에서 일곱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도쿄 대학교 불문과 재학 중인 1957년에 〈기묘한 일〉을 대학 신문에 발표해 일본 문단의 찬사를 받았고, 1958년에 〈사육〉으로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967년 《만엔 원년의 풋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1973년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로 노마 문예상, 1982년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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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7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東京都立)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전주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개인적인 체험],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회복하는 인간] 등과 [세키가하라전투], [이상한 소리], [게 가공선], [성소녀], [라쇼몽], [시의 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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