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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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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은빛 호각>은 자전적 색체가 강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지난 시절 고통의 기억이 불러내는 눈물겹도록 따듯한 감동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으며 시인이 문단 안팎에서 겪은 여러 체험들이 녹아들어 유구한 시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학시절 문단에 나와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한 가장 젊은 시인이었던 이시영이 아니라면 감히 쓰기 힘든 시들일 터이다.

    이 시집을 읽다보면 때로는 눈물겨워 목이 멜 때도 있고 때로는 미소를 짓게 될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어두웠던 시절 시인이 정의(情義) 있는 문단인들과 친교하며 여유로움과 결기를 지켜낸 모습은 어떤 숙연함마저 감돌게 한다. 계엄법 위반으로 종로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던 신경림, 구중서, 조태일 씨의 초췌하면서도 꾸밈없는 동지의 모습(「1980년 여름 종로경찰서」), 황석영 방북 사건이 터져 창비의 주간으로서 안기부에 연행되었을 때의 일화(「짧은 이별의 순간」), 시인에게 정말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 소설가 한남철 씨의 최후(「뜨거운 새벽」),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바위 같은 굳건함을 보여준 김학철 옹의 혁명가적 자세(「노 혁명가의 죽음」), <혼불<을 쓰기 위해 취재중이던 최명희와의 연변에서의 만남(「최명희씨를 생각함」) 등은 이시영 시인만이 쓸 수 있는 담담하면서도 비극적이고 눈물겨운 어법에 담겨 마치 한국 현대문학의 감동적인 장면들을 시로 재현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이시영 시인의 문학적 내력이 고스란히 담긴 시편들을 읽다보면, 이 시들이 한 개인의 자전을 넘어 시대의 모습까지를 반영하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은빛 호각>의 다른 한 축에는 가난을 대물림하던 시절의 아픈 기억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신림 7동 난곡에 있는 누님의 단칸방에 와 있던 어린 시절에 결핵을 앓아 스트렙토마이신을 한대씩 맞고 학교를 다니던 기억(「지상의 방 한칸」), 차부에서 난감한 일을 당할 뻔하다 아버지를 만나 모면했던 일(「장외」), 은빛 호각을 힘차게 불어제끼던 구례읍 네거리의 교통순경과 독재시대가 교차하는 기억(「푸른 제복」), 그리고 시인이 어머니와 같이 올라와 3백만원에 입주했던 1977년의 잠실시영아파트가 지금은 3억 7천만원을 호가하게 된 성내역 근처의 변모(「잠실시영아파트」), 돼지우리 같은 골목에 싸락눈처럼 흩어져 나 어린 누이들이 몸을 팔던 정릉천변(「1967년 겨울」) 등은 당대에 삶의 흔적을 남긴 세대 모두가 재생하여 다시 보고 싶은 굽이이며 벽이며 그림자들이다.
    >

    목차

    제1부

    왕십리 / 일만이 형 / 탄생 / 6.15 금강산대회 / 레퀴엠 / 역사의 눈 / 최명희 씨를 생각함 / 조국 / 강회(江淮)의 우정 / 골짜기 / 마을의 아침 / 잠실시영아파트 / 짧은 이별의 순간 / 물맞이 / 섬뜸 / 1967년 겨울 / 푸른 제복 / 새벽 / 김사인의 흰고무신 / 흥대댁 / 어느 아침 / 유쾌한 뉴스 / 겨울밤 / 1980년 여름 종로경찰서 / 고양이 엄마 / 미당이 구룡포 가서 / 미당의 또다른 얘기 / 수경 스님, 규현 신부님 / 소 / 구류 / 시인의 노래 / 사나이들의 바다 / 상상 / 고양이 / 누이들 / 남산 약수 / 씨엔엔 / 바그다드 / 로이터 뉴시스 / 노 혁명가의 죽음 / 오비스 캐빈 / 여름 / 송기원의 윗도리 / 뜨거운 새벽 / 통화 / 남해 / 증언 / 소음에 관하여 / 엄연한 봄날 / 아름다운 결정전 / 집지킴이 / 이야기 / 편안한 밤 / 히말라야 / 축 소풍 / 비유의 시 / 차부에서 / 장외(場外)


    제2부

    성장 / 성묘 / 상봉 / 설날 아침 / 80년대 / 복구 / 도라산역 / 삶 / SK 주유소 / 염소 / 지상의 방 한칸 / 이븐 바투타 여행기에서 / 대추 / 나를 그리다 / 꿈 / 조개의 죽음 / 어느 삶 / 신두리 풍경 / 비상 / 십이월 / 십일월 / 저녁 한때 / 기억 / 소새끼 낳은 날 / 출근길에 / 상행열차 / 채밀(採蜜) / 작별 / 노래 / 고향 생각 / 성장 / 잠들기 전에 / 이 세계 / 가로등 / 검은 운명 / 조조정진(早朝精進) / 맺힘 / 또 소새끼 난 날 / 늦가을 / 철거 / 석양 / 저녁 산길 / 타작 후 / 형제 / 저 50년대! / 바다의 시위 / 상품, 상품 / 은행나무 아래서 / 자유 / 겨울 속의 봄 이야기 / 좋은 기쁜 날 / 가을 / 여덟살 적


    시인의 말

    본문중에서

    문경 봉암사 여름 숲을 태풍 루사가 강력히 훑고 지나

    간 뒤에 요사채 안마당으로 어린 떡두꺼비 한마리가 엉

    금엉금 기어들고 있었습니다. 밥 짓다 말고 역시 나어린

    공야주 스님이 나아가 맞이했더니 어미인 양 따뜻한 스

    님 팔에 척 안기는 것이었습니다

    (/ p.3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9.08.06~
    출생지 전남 구례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2,054권

    194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신인작품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호야네 말] 등 열세 권이 있으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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