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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늙으매 꽃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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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이선영 시인의 새 시집 <일찍 늙으매 꽃꿈>은 등단 이후 시인이 계속 천착해온 몸에 대한 자의식이 투영된 동시에 이 자의식 가운데에서 움트는 여성의 일상성에 대한 새로운 자아 성찰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특히 일상 속에서 소멸되는 시간과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다른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얻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 과정은 출산이라는 지고한 생산의 체험을 겪으면서 자신은 ‘껍질로 남음에도 시적 성취를 이루고 아이를 통하여 새로운 자아의 시를 발견하는 대목에서는 이 시인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가는 점이 돋보인다.

    동시에 시인은 ‘늙음’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늙음’과 ‘자아 소멸’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통찰하고 그것을 담담한 일상성의 지루한 몸의 노래로 이끌어내고 있다. 시인은 <수박씨>에서 “나는/크고 둥그런 수박의 속살에 미운 점 박인 작고 까만 씨앗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선인장>에서 “내 안에 들어오면/모든 꽃들의 잎은 가시로 변한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언술은 서로 상반되는 듯하지만 길고 지루한 유전의 시작과 끝 그 중간에 여성성이 빛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씨’와 ‘가시’의 대비로 모체 혹은 여성의 생산과 인식은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내가 천사를 낳았다>에서 시인은 두 눈을 말똥거리는 아무 생각 없는 천사(아이)를 낳았음을 이렇게 노래한다. “내게 남은 것은 시커멓게 가라앉은 악의 찌끄러기뿐이다”. 놀라움을 주는 대목이면서 우리는 이 시편에서 시인이 여성으로서의 생산의 절대법칙 속에 갇히면서 자기 존재성의 확인에 느슨하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길항적인 표현으로 시인은 바로 자신이 생산의 모체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며, 이로써 시인은 여성성의 정체성을 달리 생각하게 하는 몸의 슬픔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일찍 늙으매 꽃꿈>은 우리에게 우리 모두는 여성성의 생산체임을 새삼스럽게 음미하게 한다. 사유와 형식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편애가 아니라 존재의 생멸 앞뒤에 있는 생산의 모순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그 표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선영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집착과 슬픔이 한몸을 이루는 시집이다. 늘 눈을 뜨고 자아의 꿈을 찾는 존재들이 인간이지만 그 ‘꽃꿈’이 늙음과 소멸 이전의 아름다운 생산이며 ‘화몽(花夢)'임은 불가피한 일이다.

    목차

    제1부

    낙엽/선인장/마른 꽃/시든 꽃/생각은 감자 비린내처럼 강하다/눈/길이 아닌 길/산수유나무/섬/삶, 죄의 선로 위를 달리는/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사랑, 그것/비/늙음에 관하여/수(數)/네가 그 위에 앉아 있을 때/산고, 탈고, 배설/고은지 비누/내려다보다//이/여름밤/네가 꽉 채운 나의 배는/내가 천사를 낳았다/손톱이 닮았다/주황 감


    제2부

    단풍/전야/먹을수록 나는 자꾸/지호야, 지호야/영자라는 이름/당신의 별난 식탐/기억의 고집/여우비/조로(早老)의 화몽(花夢)/생옥수수알/가을 잎/눈/사랑, 그것/하루/비

    /stump/은행 한알이/안개


    제3부

    꽃이 피는구나!/사랑, 그것/그가 키운 자연/새/헌화/사랑, 그것/수박씨/꽃게/잃어버린 /반지/이미자와 김추자/유도화(柳桃花)/내가 읽고 또 읽는 너의 몸/알츠하이머/잎사귀들이 모여 산다/화양연화/자화상/지우개/떠오른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4년 서울 출생.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시론집 [시쓰기의 분뇨학]과 엮은 책으로 [박용래 시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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