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에 폭넓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건축을 보는 즐거움, 아는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세계 건축 산책 시리즈 9권. 이 책은 런던과 바스,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의 훌륭한 주거를 살펴 본 답사기이다.

이 책의 원제는 ??중국대륙건축기행??이다. 그러나 내용의 전반이 중국대륙에 산재하는 동굴식 주거건축인 야오동(窯洞)에 대한 건축답사뿐만 아니라 소위 건축가 없는 건축들, 즉 서민들의 건축과 지역 문화에 대한 탐험이 주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글은 다소 건축적이기보다는 중국기행문에 가까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야오동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온다. 흔히 窯洞건축으로 중국건축사 속에서 소개되고 있고, 그 내용은 주로 중국의 전통적인 건축구성원리인 4동의 건물이 마당을 중심으로 모여서 하나의 원(院)을 만드는 소위 사합원(四合院)식 중정을 일정 부분 땅을 파서 구성한 다음 중정 주위 벽면에 횡혈을 파고 그 속에 주거를 만드는, 또는 천연의 절벽 면에 동굴을 파서 그 속에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우리에게 아직도 중국이란 나라는 가깝고도 멀게만, 그리고 신비하게만 느껴지는 나라이다. 최근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인 파올로 솔레리는 아리조나의 사막 한가운데서 참다운 인간의 건축공간을 만들고자 지금도 건축적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행해지고 있다. 과연 인간의 삶을 담는다는 건축이 어떠한 건축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의문을 갖는 독자에게 세상의 뒤편-알려져 있지 않은, 자연환경에 맞선 인간의 노력으로 세워진 건축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저 신비하게만 보는 것이 아닌, 그것이 지닌 가치를 인간의 삶과 연관시켜 보고자 하는 이들의 건축 탐험은 단순한 건축서가 아닌 삶의 현장 기록서이다.

들어가면서

1. 대도시, 북경北京(베이징)
2. 신강新疆(신장)과 서북각西北角을 가다
3. 중원中原 탐방
4. 서남西南, 소수민족의 세계로
5. 국제 도시 상해上海(상하이)

끝맺으면서
참고문헌

전시된 사진들 가운데 유난히 관심을 모았던 것이 중국의 지하(동굴식)주거인 야오동窯洞？R 건축 사진이었다. 상공에서 촬영한 이 사진들은 지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거의 전체구조를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찍은 불가사의한 사진들이었다. 평지에 사방 10ｍ, 깊이 7ｍ 정도의 중정(中庭)을 파고, 중정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경사로로 처리한 다음, 파낸 중정의 벽면을 절벽으로 만들어 이 절벽면에 터널식의 횡혈(橫穴)을 여러 개 파고 이 안에 주거를 마련한 하침식下沈式 야오동이 여러 군데 늘어서 있었다. (36쪽)

가장 북쪽에 위치한 목조건물로 원형평면으로 구성된 기년전祈年殿의 화려한 단청을 올려다보고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말았다. 기년전의 3층으로 된 백옥白玉기단은 멀리 남서쪽으로 2,000㎞나 떨어져 있는 대리大理(따리)에서 온 대리석인데 당시에 이것을 어떻게 운반했을까? 또한 푸른 하늘로 통하는 청기와로 된 원형지붕, 지붕의 기와 폭을 점점 줄여가면서 잇는 방법은 당시로서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고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45쪽)

주거를 비롯한 많은 건축물이 자연의 대지를 파헤쳐 만든 교하성에 있었고, 용도가 확실하지 않은 지하 건축물도 있었다. 이 지하 건축물은 높이 2ｍ 정도의 흙 담이 둘러쳐진 한 모퉁이에 한 변이 약 10ｍ인 사각형의 수혈을 깊이 6ｍ 정도 파내려간 다음 이것을 중정으로 해서 사방 벽면에 횡혈을 뚫은 유적이었다. 형태적으로는 우리의 여행 목적지인 황토고원의 지하 동굴식 구조 ‘하침식 야오동 동굴주거’ 그 자체였는데 성 안에 하나밖에 볼 수 없어 주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고, 묘廟 또는 감옥 유적지라는 설도 있으나 입증할 길이 없었다. (62쪽)

하하의 일반시민들 주거는 사원 건축과 같이 남으로 내려간 경사면 위에 만들어졌다. 이것은 채광, 배수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티벳족의 주거 중에서도 이 지방에 있는 주거의 특징은 외관이 완전히 흙으로 만든 것인데 한 발자국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그곳은 나무 구조의 세계라는 것이다. 또한 바깥쪽으로는 전혀 창이 없는 내향적인 중정형 주거이다. 그런데 서티벳 자치구와 사천성四川省(쓰촨성) 부근으로 가면 같은 티벳족의 주거라도 외관은 석조이고 개구부도 있다고 한다. 이곳 하하에서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목재가 귀했고 또한 방한을 위해 바깥쪽을 흙으로 덮었던 것이다. (76쪽)

야오동 주거는 크게 나누면 이 두 가지 형식인데, 지상에 벽돌과 돌을 사용하여 야오동과
똑같은 형식으로 볼트모양의 공간을 만드는 지상 야오동으로 불리는 것도 있다. 주로 산서
성山西省(산시성)과 섬서성陝西省(산시성) 북부에 많이 분포하는데 혈거穴居나 지하 건축과
같은 이미지는 별로 없다. (95쪽)

연안이라고 하면 모택동, 항일, 혁명의 성지라는 말이 곧 연상될 정도로 연안과 중국 공산당
의 연결은 강하다. 그 연안은 서안에서 헬기로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눈 아래에는 황량한
황토고원의 놀라운 경치가 펼쳐졌다. 이 부근은 수백 년 전까지는 산림지대였다고 하는데
잇따른 전란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오늘날에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지형 자체도
침식에 의해 평지에서 요철이 많은 지대로 변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로도 생활의 곤란 정도
를 엿볼 수 있었다. (120-121쪽)

아침 안개 속 번화가의 새벽시장은 이미 활기를 띠고 있었다. 새벽시장의 길가에는 가로수
의 종려나무 잎과 그 배후의 건물 등 모든 것이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타이족
여성의 민족의상과 오가는 승려의 노란 의상만이 그 빛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또한 노상
에는 야채, 과일, 육류, 두부, 손으로 짠 천, 죽롱？R竹籠, 은세공 그리고 칫솔, 비누, 라디오,
카세트, 자전거의 부품 등 갖가지 물건이 진열됐다. (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