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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에 폭넓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건축을 보는 즐거움, 아는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세계 건축 산책 시리즈 7권. 이 책은 19세기말부터 1920년대까지 어떻게 부분이 성장하고 전체가 지배하는 구체적인 양상을 통해 형태의 힘과 그것을 바닥에서부터 지지하고 있는 근대양식의 형태적 생명력을 확인해 가는 에세이다.

19세기말부터 1920년대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조도 미의식도 변했다. 장식이 사라지고, 고전주의가 변질되고, 구상의 핵이 되는 인간의 이미지도 변화되었다. 과거의 ‘전체’가 지배하는 힘에 대비해서 여러 가지 ‘부분’이 어떻게 성장하여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 왔는지 살펴보면 근대양식을 낳은 추진력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구체적인 부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부분이 성장’하고 ‘전체가 지배’하는 구체적인 양상을 통해 ‘형태의 힘’과 그것을 바닥에서부터 지지하고 있는 ‘근대 양식의 형태적 생명력’을 확인해 나가는 에세이다. 서론에서는 빌라 로톤다, 르 코르뷔지에의 숙련공의 집, 예술가의 집, 오르타 자택, 미스의 50x50주택을 중심으로 부분과 전체, 내부와 외부 사이의 관련성이 분석된다. 1장에서는 오르타의 타셀 주택과 바그너의 우편저금국, 가우디의 카사밀라, 설리번의 개런티 빌딩을 중심으로 세기말의 표층적 유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표층의 장식과 돌출, 부분과 전체, 시각적 효과 등이 다루어진다. 2장에서는 오귀스트 페레의 프랑클린 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골조와 벽, 개구부의 특징이 구체적으로 분석되고, 3장에서는 슈보브 주택과 함께 르 코르뷔지에의 네 가지 구성이 부분과 전체라는 주제 하에 조명된다. 이 책은 근대 건축의 형태에서 표면의 문제가 중점적으로 고찰된 연구서이기도 하다..

서론

1. 부가물과 표층 : 세기말에서

2. '구축체' , '벽' , '개구부' : 오귀스트 페레

3. '볼 줄 아는 눈'과 '하얀 상자' : 르 코르뷔지에의 1920년대

4. 결론 : 형태적 문제의 양상 - '창작론'으로

참고문헌

건축형태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크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조각적이고 안은 ‘비어 있어서’, 즉 안팎의 효과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양면을 보지 않으면 ‘전체’에 접근할 수 없다. 빌라 로톤다처럼 고도로 원형적인 경우에도, 각 부분에서는 다양한 표정과 생각지도 못한 외양外樣이 나타난다. 팔라디오는 방대한 검토와 연구를 거듭했다. 안팎을 둘러보면, 도면이나 사진으로 예측했던 것에 실제 경험한 것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겹쳐진다. 단순한 형태질서에서도 구체적인 지배의 양상은 다양하고, 부분의 역할이나 관계도 복잡하다. (6-7쪽)

흩어져 보이는 단편을 정리해 가는 계기, 보다 높은 독자성에 가까이 다가가는 단서에 창작적 긴장이 깃들어 있다. 그것을 포착할 수 있다면, 창작과 체험의 공통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간적이고 통합적인 비약을 구체적으로 풍부하게 실감하는 것이야말로 결실이 풍부한 창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도시의 전체 이미지는 너무 불확실하다. 그러나 건축에는 건축가가 품었던 전체 이미지가 있다.
(13-14쪽)

평면도는 종이 위에서, 외관은 조각적으로, 내부는 보이드를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형태를 드러내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다르고, 각 장면에 상응하는 정리나 단순화하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가 건축형태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불완전하다기보다는, 그들 사이의 ‘차이’가 서로 자극하여 창작에 활기를 불어넣고 풍부하게 전개되도록 촉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16쪽)

서구의 근대양식은 과거의 건축 이미지와 대극적인 지점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형태적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 ‘얇은 피막이 가볍게 내부의 용량을 감싼다’는 전체 효과는, 그때까지의 ‘두껍고 무겁게 가두었던 건축 이미지’를 역전시킨 것으로, 의장적 가능성의 한쪽 끝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이 여기저기 돌출되어 있으면 그 효과가 현저하게 손상된다. (75쪽)

바그너의 우편저금국(82쪽)에서도 세부 디테일의 고안에 의해 마무리된 대리석판은 각각 자유로운 표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부터 있었던 3층 구성의 고전적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표층의 대리석판을 덧씌운 범위 내에서의 자유로움이다. 눈은 자유로운 표층을 따라 미끄러지지만, 철저하게 구조 본체에 종속된 외양일 뿐이어서, 깊이 방향으로는 무거운 벽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의식하게 된다.
(87쪽)

카슨 피리 스코트 백화점의 외관에는 ‘표층을 따라 미끄러지는 연속성’과 ‘대지를 향한 원통의 존재감’이라는 두 가지 대비적인 눈의 효과가 중첩되어 있다. 중력에서 벗어나 ‘수평으로 미끄러지는 감각’과, 수직이라는 ‘구축의 원형적 감각’은 그대로 건축 형태가 우리 눈에 부여하는 두 가지 효과의 전형일 것이다. (95쪽)

사보아 주택은 르 코르뷔지에가 ‘하얀 상자’라는 극단적으로 강인한 의장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작품이다. ‘건축형태의 혁명’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통해 훌륭하게 완결된 것이다. 슈보브 주택의 북쪽 입면에 나타나는 ‘□자형’이 환기시키는 형태세계가 성장하고, 성숙해져서,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기에 이르는 15년 동안, 다양한 창작상의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무엇인가 독자적인 구상이 불완전하게나마 싹이 트고, 표층이나 부분에서 성숙해져서, 전체의 혁명에 이른다는, 형태적 상상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거기에서는 ‘부분과 전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창작상의 문제들도 발견될 것이다.
(98-99쪽)

슈타인 주택에서는 표층을 따라 눈을 미끄러지게 만드는 극단적인 수평창의 속력에 더해, 내부에서도 곡선으로 된 벽이 수평방의 공간 흐름을 강화시킨다. 수직창이 특징인 페레의 작품에서는, 정적이고 ‘멈춰 서서 주위를 돌아보는’ 다소 점잖은 인간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평연속창은 사람을 움직이도록 충동한다. ‘경쾌하게 돌아다니며 공간을 구석구석까지 확인하는’ 인간의 이미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134쪽)

순수하게 형태적인 의미에서 필로티는, 과거와는 다른 완결효과에 의해 ‘기하학적 형태세계에 대한 신뢰’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효력이 있다. 대지에 의존하지 않고 “공중 어디에서라도 자유롭게 완결될 수 있다”는 표명은, 그대로 ‘실체가 없는 순수 형태나 추상성이 성립할 수 있는 발상영역’을 암시하는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런 공간 이미지를 나중에 퓨리즘 회화를 통해 예술적 구상으로 더욱 순수하게 만들었다. (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