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이 자란 미주리주 한니발에 조성된 트웨인 문학 마을에선 허구의 세계로 완벽히 침잠하려 했던 트웨인의 꿈이 좌절당했다고 생각한다. 글자 속 허구로만 존재해야 할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인형의 몸을 얻어 트웨인의 집에 서있다. 물성을 획득한 인물이 오히려 허망하다고 생각한 저자는 트웨인의 집 창밖으로 몸을 내민 채 허크에게 손을 흔드는 자세를 한 톰의 인형에서 그 허구성의 증거를 기어이 찾아내고야 만다. 인형 제작자들이 뒷모습만 재현하고 2층 창밖으로 내민 톰의 얼굴은 그려 넣지 않았던 것이다.

헤밍웨이는 미국과 쿠바를 오가며 네 집에서 살았다.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집에 남아 있는 물건은 대부분 헤밍웨이가 쓰던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곳에서 진짜는 헤밍웨이의 애완 고양이들이 낳은 후손뿐이라고 독설을 날린다. 키 웨스트보다는 헤밍웨이의 부인 메리가 철권통치자 피델 카스트로를 떨게 한 사연이 깃든 쿠바의 집필실을 권한다. 헤밍웨이는 쿠바 혁명이 발발하자 쫓기듯 미국으로 돌아갔다. 훗날 헤밍웨이가 죽은 뒤 부인 메리는 남편이 두고 온 유품을 돌려달라고 부탁하려고 카스트로를 찾아간다. 하지만 카스트로가 남편의 의자에 털썩 앉자 기분이 상한 메리는 "남편이 제일 좋아했던 의자"라고 혼자 투덜댄다. 을(乙)의 작은 불평에 갑(甲)인 카스트로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이렇게 사과한다. "아뇨, 아뇨, 세뇨르(부인), 거기 앉으세요."

'작은 아씨들'의 알콩달콩 연애담을 쓴 루이자 올컷의 집에서 여성 참정권을 맹렬히 주장한 올컷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고, '황야의 부름'을 쓴 잭 런던의 집에선 "작가보다 친환경 농장주로 불리고 싶다"는 고백을 듣는다. 우리도 서울 남현동 서정주의 봉산산방, 전남 장흥의 이청준 생가를 방문할 때 이런 책 한 권 들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