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이반일리치의 죽음 
저자: 레프 톨스토이 / 역자: 고일
출판사: 작가정신 / 분야: 소설 / 정가: 10000
시작일: 2013년 9월 24일 / 종료일: 2013년 월 일 / 페이지: 280

감상: 
삶이란 무엇인가, 또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두고 누구 하나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이 없다. 남편의 죽음을 담보로 국가로부터 더 뜯어낼 것이 없나 계산하며 눈물을 찍어내는 미망인, 이 죽음이 자신 또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 죽음은 어쩌면 몇 판의 브리지 게임보다 가볍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 본인에게는 죽음이란 가장 무거운 사건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의 무게는 본인 스스로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삶을 돌아봤을 때,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자부하던 그에게 유년 시절의 추억을 제외하고 남은 행복했던 기억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의 삶 중에 최고의 순간을 더듬어 봐도, 당시에는 기쁨인 줄 알았던 것들이 부질 없고, 때로는 추한 것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러던 그가 자신이 잘못된 삶을 살았고, 곧'죽음'이 가까이 올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그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빛으로 바뀌었다. 주관적으로 이반 일리치의 삶을 평가하자면, 그는 참 의미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어떠한 목표보다 단지 편안함을 위해 살았고 지금 처한 불편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그저 돈을 좇고 일을 좇았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자신의 생활 신조인 '쉽게, 편하게, 점잖게'를 열심히 추구했고 그의 삶에서 간절함이나 진정성이라고는 찾기 힘들었다. 이반 일리치의 삶을 쭉 따라 오면서 내심 못마땅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참 대충 사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의 삶이 바로 나와 다를게 무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목표도 없이 그저 흘러 가는 대로 살고 있는 나. 더 쉬운 길, 편한 길만을 가려고 하는 나. 이대로 후에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하지만 이반 일리치가 후회와 절망으로 바닥을 쳤을 때 그는 빛을 보았고, 개선의 여지를 느꼈다. 이렇게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의심한다는 자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더 생각하고 노력해야지 다짐했다.

★★★☆

늑대토템 1, 2

저자: 장룽 / 역자: 송하진

출판사: 김영사 / 분야: 소설 / 정가: 13000*2

페이지: 574, 590

 

감상:

예전에 읽었던 늑대토템이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추천한 책으로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박경철씨의 소개에 깜빡 속아서 사게 된 소설이다.

예전에 와이프랑 결혼하기 전에 연애할 때 사서 읽었던 책인데, 늑대토템을 읽던 그 당시가 책을 집중해서 읽지 않던 시기라 휴대폰으로 게임만 하고 책은 안 읽는다고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라 술술 읽힌다는 서평이 많지만 당시의 잘못된 습관인지 엄청 두꺼운 두께에 굉장히 힘겹게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던 기억이 있다.

몽고 유목민족의 생활 속, 책 제목 그대로 늑대토템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늑대가 양과 말을 사냥하는 이야기, 늑대 사냥이야기, 늑대를 통해 배운 삶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는데. 늑대라는 동물에 대한 매력을 1000페이지가 넘는 책 전체 분량을 통해 쏟아낸다.

 

인류 역사가 지금까지 발전해오는 동안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민족은 항상 늑대 정신으로 무장한 민족이었다. 세계라는 잔혹한 경쟁의 무대에서 양은 그저 조용히 안주하기만을 바라지만, 잔혹한 늑대는 잠시도 쉬지 않고 틈을 노렸다. 강한 늑대도 언제나 더 강한 늑대에게 잡아 먹힐 위험 속에 살아가야 하는데, 약하고 병든 양이야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온갖 늑대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세계라는 숲 속에서 중화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농경민족이 가지고 있는 양의 약한 습성과 가축의 소극적인 기질을 철저하게 타파하여 자기 자신을 용맹스러운 늑대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 늑대의 정신과 늑대토템을 공경하고 우러러보는 마음이라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늑대를 통해 삶의 태도와 지혜를 배워야 함을 역설하는 이 소설에서 유목민족과 농경민족의 대립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전반적인 인류문화의 발전이 유목민족사회에서 농경민족사회의 흐름으로 넘어갔다면 생태계의 보전이나 삶의 균형을 위해 지혜로운 유목생활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책의 태도는 다소 흥미로웠다.

 

★★★☆

 

110.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저자: 볼테르 / 역자: 이봉지

출판사: 열린책들 / 분야: 소설 / 정가: 8800

시작일: 2013년 9월 18일 / 종료일: 2013년 9월 22일 / 페이지: 220

 

감상:

러시아 소설이나 고전들 속에서 스쳐 지나듯이 볼테르라는 이름을 너무 봐왔던 것 같다.

아주 유명한 작가인가 보다 하는 맘에 처음으로 볼테르의 문학을 접하게 되었다.

 

볼테르의 대표작이라는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캉디드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프랑스어로 순박하다는 뜻인데 바보스러운 낙관주의의 주인공을 유머와 풍자로 그리고 있다.

캉디드는 팡글로스 선생을 통해 ‘이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임을 교육받는데 책 전체를 통해 세상이 참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듯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어쨌든 아가씨, 나는 경험이 많고 세상을 잘 알아요. 한번 재미 삼아 승객들 모두에게 자기 과거를 얘기하라고 해보세요. 만일 자기 인생을 이따금씩 저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또 자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나를 바다에 거꾸로 처넣으세요.

 

기본적으로 읽기 어렵지 않게 쓰여진데다 스펙타클한 경험을 하는 캉디드의 이야기에 유머 섞인 풍자를 통해 펼쳐지는 당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비판은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당시의 부패한 종교계를 꾸준히 비판하는데 기독교나 카톨릭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도까지 부정적으로 그림으로써 구분 없는 일관된 비판을 보여준다.

 

아니, 그럼 이곳에는 성직자가 없단 말입니까? 가르치고 논쟁하고 통치하고 음모를 꾸미고 자기네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불태워 죽이는 그런 사람들이 없단 말입니까?

 

이것저것 비판하고 세상이 참 살아가기 힘든 곳임을 이야기하는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렇게 재치 있게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재주는 참으로 놀랍다.

 

엄청난 부를 소유하게 되지만 돈만으로도 행복할 수 없고, 최고 수준의 음악이나 책 예술로도 행복을 살 수 없음을 볼테르는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약혼자 퀴네콩드를 찾으면 모든 행복을 얻을 것 같았지만, 그것도 현실은 끔찍했다.

신에 대한 믿음마저도 거의 포기해버린 듯한 볼테르의 선택은 그냥 현실을 잊기 위해 생각 없이 일하는 것. 씁쓸하지만 현실 속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는 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