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론

저자: 쇼펜하우어 

출판사: 육문사 / 분야: 서양철학

시작일: 2013년 6월 10일 / 종료일: 2013년 6월 19일 / 페이지: 424

 

쇼펜하우어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대표작이 있지만 따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인생론을 다 읽은 후 러셀의 ‘서양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 부분만 따로 읽어본 게 전부다.

인생론은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적인 이야기를 다방면의 주제에서 담고 있다. 러셀도 인생론 속의 쇼펜하우어 정도를 비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쇼펜하우어의 책 치고는 쉬운 편이라 초심자들이 가볍게 쇼펜하우어를 훑고 지나기에 좋은 책인 듯 하다. 물론 철학가의 책이니만큼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도서갤러리 6월의 도서이기 때문에 읽고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매월 도서갤러리의 선정 도서만을 독후감을 쓰고 있는데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달에 읽었던 당신들의 천국도 그랬고, 이번 책도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이번 달 읽었던 129페이지 분량의 ‘피로사회’가 내게는 훨씬 더 좋았다. (인생론은 훨씬 더 큰 크기에다 424페이지를 자랑한다.)

 

인생론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철학과 삶, 종교, 독서, 여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사상을 펼치는데 결국은 쇼펜하우어의 중심사상이라 할 수 있는 염세주의와 삶에의 의지. 둘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의지가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는 학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러셀은 ‘서양철학사’에서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살짝 맛만 보고 칸트는 그 정평이 난 난해함에 손도 대 보지 못한 본인으로서는 자세히 논하기는 힘이 부친다. 그저 쇼펜하우어 본인도 책에서 이야기 하듯이, 플라톤이 이데아라고 이야기 했던 것을 칸트가 순수 이성으로, 그리고 쇼펜하우어는 의지로 그것을 표현만 달리 했다는 것으로 어렴풋이 이해를 할 뿐이다. 진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질과 가짜의 현상으로서의 세계가 있다는 것. 그 정도.

 

쇼펜하우어의 세계는 투쟁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살고자 하는 의지를 철학의 근본 원리로 삼았지만 그것마저도 악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감정 중 고통과 불행을 더욱 적극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건강에서 오는 즐거움과 병마에 시달릴 때의 괴로움을 비교해보면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반응하는 것은 괴로움이라는 것.

가난한 사람은 가난으로 인해 불행하고 일에 치여 사는 사람은 그 일의 무게에 짓눌려 불행하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 있게 되면 인간은 권태를 느낀다. 따라서 인간의 삶은 행복할 수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생각이다.

 

어차피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삶이므로 오히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그는 살고자 하는 의지의 극단적 표현은 자살이라고 까지 표현을 한다. 삶 가운데 죽음이 있음을 인지하고 참된 구원을 위한 최고의 윤리적 목표에 도달 해야 함을 설파하지만, 그는 염세주의자이다. 불행만이 가득하고 인간보다는 동물이 더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그의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일관성도 부족하고 설득력도 부족해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불교나 도교 등의 동양 철학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사색을 강조하고 철학자가 되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 이야기한다. 자신의 내부에서 발견하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정신의 행복을 갈망하지만 염세주의자의 이야기에는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역시나 빠져있다.

 

천재는 현시대에서는 불행 할 수 밖에 없다. 동시대인들은 그를 그릇된 길로 인도할 뿐이므로 멀어져야 할 대상이다. 후세대를 위해 무언가를 남기는 천재가 되기를 열망하고 높은 단계의 철학자가 되어야 함을 쇼펜하우어는 역설한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비유에서 그 스스로가 이야기 했듯,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이세상에서 더 똑똑해 진다는 것은 더욱 불행해진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최고로 똑똑한 철학자, 천재는 행복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런 사람이 되기를 쇼펜하우어는 바랬던 걸까.

 

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신을 멀리 해야 한다고 쇼펜하우어는 이야기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 주장에 타당한 논거는 없어 보인다. 철학자로 살아도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의 염세론 이다. 사실 철학자중에 깨달음을 얻었다 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알려진 사람은 철학자로 봐도 될 지 모르겠지만, 동양의 석가모니나 노자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석가모니는 태어날 때부터 보통의 인류와는 다른,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에 인도의 작은 왕가의 왕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자는 도덕경이라는 책 한 권 이외에는 워낙 불분명한 인물이고, 저 유명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쇼펜하우어가 계속 언급하며 존경을 표해왔던-그의 생활방식마저도 일부 차용하며-칸트 조차도, 훌륭한 철학자는 많지만 깨달음을 얻었다라는 수준은 아니다. 거의 없다. 결국 초인이 아닌, 인간이 가기에는 불가능한 길로 불행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 자신은 아닌가?

 

그는 기독교를 비판하지만, 그의 염세철학은 현재를 사는 인간들에게 불행만을 낳는다.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현재 우리의 삶은 원죄로 인한 지옥임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의 열쇠를 마련한다.

결국 열쇠를 마련하지 못한 그의 철학보다는 신을 믿는 것만이 인간이 가야 할 길이라는 해답을 도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쇼펜하우어 철학의 아이러니는 책의 곳곳에서 나타나는 그 주장의 일관성 결여 중 하나이다.

 

결여된 일관성은 독서에 대한 그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한세기에 몇 권도 탄생되기 힘든 것이 양서라 주장한다. 그리고 대중의 시야를 흐리고 양서, 즉 고전을 읽지 못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악서들을 비판한다. 대중들에 의해 소비되는 넘쳐나는 뉴스와 잡지 등을 또한 악서라 지칭한다. 최근 인터넷의 기사 등을 생각 없이 훑고 지나며 시간을 축냈던 것들에 대한 반성이 되어 개인적으로 좋았다.

 

그는 독서 그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데 타인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과 스스로의 사색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은 다른 것이라 주장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나 학습을 통해 지렛대의 원리를 배우는 것보다는 경험과 사색을 통해 지렛대의 원리를 깨닫는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사색을 통한 깨달음을 중요시 하고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강조하는 것에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좋은 방향일지라도 사람의 생각을-스스로의 사색에 의해서 바뀌는 게 아닌-바꿀 수 있는, 책 자체를 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말미에 다른 챕터에서 고전문학을 찬양하고 그것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실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한 그가 행복론을 이야기하고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

 

쇼펜하우어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야기 하기 위해 다시 러셀의 ‘서양철학사’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그의 염세주의 사상은 모든 악이 설명되어 사라질 수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지 않고도 인간이 철학에 몰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것은 염세주의가 해독제로서 유용하다는 뜻이다.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낙관주의와 염세주의는 둘 다 반론의 여지가 충분한 입장이다. 낙관주의는 우주란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입증하려 하지만, 염세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는 우리를 불쾌하고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낙관주의이든 염세주의이든 우리와 관련된다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 염세주의자가 되느냐, 낙관주의자가 되느냐는 기질의 문제이지 이성의 문제가 아니다.

 

염세철학을 바탕으로 이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우울한 깨달음’을 위해 사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정상적인 사람들의 긍정적인 사고, 혹은 구원이 있는 기독교적 종교관 아래 사는 것이 좋을지는 꼭 철학자의 판단에 맡길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쇼펜하우어는 참 똑똑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나쁜 성격의 강한 우울질로 보인다.

 

실존철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평생을 두고 읽을 만한 책!

대문호 괴테가 극찬하고 철학자 니체를 탄생시킨 독일 최고의

염세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인생철학.

 

위는 출판사 서평이다.

 

실존주의 철학가에 여러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 아직까지도 영향력 있는 쇼펜하우어.

물론 한 번 읽어 볼만은 하다.

하지만 평생을 읽기에는 너무 염세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