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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젊은 날의 초상
저자: 이문열 / 역자:
출판사: 민음사 / 분야: 소설 / 정가: 10000
시작일: 2013년 7월 25일 / 종료일: 2013년 8월 2일 / 페이지: 329

감상: 일단 좋은 일이 있다. 본인이 주로 책을 구입하고 블로그의 글을 옮기고 있는 인터파크에서 나를 파워 북피니언 13기로 선정해주셨다. 짝짝짝!
독후감을 조금 더 신경 써서 쓸 수 있는 동기가 된 것 같고, 몇 가지 소소한 혜택들도 있으니 나에겐 잘 된 일인 것 같다.
블로그나 북피니언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좀더 좋은 글을 볼 수 있을 테니 더 좋은 일일 것이다. 축하해 주시라.^^

본론으로 들어가서, 젊은 날의 초상은 내가 사람의 아들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이문열의 소설이다.
과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였지만 오늘날 보수적 성향의 작가로 대표되는 그의 다소 부정적인 정치적 성향 탓에 나도 그의 소설은 사람의 아들 정도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진보적 성향을 지지하지만, 이외수나 공지영의 소설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작품 밖에서 조차 특정 성향으로 치우쳐져, 세력화되어버린 것 같은 작가들은 뻔해 보여 재미없다고나 할까? 어쨌든 비슷한 이유로 이문열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2000년 대 들어서 주목 받는 우리나라의 남성 작가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작가 2인은 김훈과 박민규다. 두 분 모두 독특한 문체를 바탕으로 한 좋은 글을 쓸 줄 아는 작가들이다. 둘 다 내가 너무 좋아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좋은 작가이긴 하지만 사람의 아들이나 젊은 날의 초상을 썼던 '젊은 날의 이문열'보다는 소위 말하는 ‘필력’에서는 한 수 아래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이문열은, 그의 문제적 언행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쓴다.
독특하거나 비유가 많이 섞인 문장은 아니다. 읽기 편한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체. 과하지 않게 잘 그려주고 느껴주고 말해주는 문제. 이문열은 정공법으로 좋은 글을 쓸 줄 안다. 그렇게 타고난 것 같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왕년' 이야기는 재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비록 턱없는 감상과 애정 때문에 극적인 과장과 미화(美化)의 폐해를 입고 있긴 해도 이 갈피갈피에는 무슨 열병처럼 지나온 내 젊은 날들이 영원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숨쉬고 있다. 앞으로 내가 문학적으로는 이보다 얼마나 더 완벽한 글을 쓰게 되든, 그리고 또 어떤 평자가 어떤 평을 하든, 내 가장 큰 애착은 항상 이 책 위에 머무를 것이다.
이문열(소설가)

위의 발췌된 작가의 고백처럼 자전적 성격이 강한 이 소설은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 해 겨울’로 이어지는 3부작이다. 각각의 작품이 독립된 중편인데 젊은 날의 방황에 대한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기쁜 젊은 날 파트에 있는 에피소드들이 가장 재미있고 좋았다. 마치 큰 머리를 안고 있으나 그걸 지탱할 힘이 없는 것 같은, 미성년의 완숙하지 않는 모습. 깊은 사상 속에 보여지는 조금씩 철없는 모습들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얼마 전에 읽었던 도스또예프스키의 미성년과 비교하며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도스또예프스키의 미성년에서도 주인공이 1인칭의 작자로 (소설가는 아니지만) 나오고, 또 다양한 미성년의 인물 등장과 성장을 묘사하는데,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는 면에서 두 작품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들에서 인물 묘사를 통한 그 당시 사상의 표현이 큰 재미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두 소설 모두 젊은 날의 미성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의 깊이나 재미는 별로 없다는 것은 단점. 그래서 사실 전에 읽었던 사람의 아들이 더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 문호 도스또예프스키의 5대 장편 중 하나와 비교하는 건, 젊은 날의 초상이 그만큼 좋은 작품이었다는 이야기이니 취향 따라 호 불호는 갈릴 수 있을 것이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스토리를 원하는 이들은 다소 밋밋한 결말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성장이라는 게 그렇게 눈에 띄게 딱 하고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만족스럽게 봤다.

민음사의 젊은 날의 초상 책 뒤편에는 마찬가지로 이문열의 작품인 들소가 같이 들어있었다.
이것도 일종의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원시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육체적으로 허약한, 한 예술가의 삶과 성장에 대해 그리고 있다.
하지만 들소를 100% 성장 소설로만 볼 수는 없다.
원시시대 씨족사회에서 군주사회로 넘어가는 길목의 역사적 상황, 계급의 분화를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다른 큰 축으로 그리고 있다. 과거의 막을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을 보고, 또 현재를 둘러본다면 좋을 것 같다.
들소가 그냥 읽기에는 짧아서 읽기도 좋고,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