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노름꾼

저자: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키 / 역자: 이재필

출판사: 열린책들 / 분야: 소설 / 정가: 9800

시작일: 2013년 8월 9일 / 종료일: 2013년 8월 12일 / 페이지: 308

 

감상: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죄와 벌, 백치, 미성년, 악령. 이렇게 다섯 작품을 도스또예프스키의 5대 장편소설이라 한다. 악령 외에는 모두 읽었고, 노름꾼은 중편 소설로는 처음 읽어보는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이다.

 

러시아 이름은 성과 이름 그리고 부칭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래서 도스또예프스키나 톨스토이 등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길고 비슷한 이름 때문에 참 곤혹스럽다. 열린책들 번역의 도스또예프스키 장편들은 앞 부분에 등장인물들의 소개가 나와있어서 참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는데 노름꾼은 중편이라 그런지 인물 소개가 없어서 처음에 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중편이라 등장인물이 적어서인지 다행히 이름이 헷갈리지는 않는다. 안심하시길.

 

노름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도박장에서의 룰렛과 같은 도박과 그것에 빠지는 사람들에 관한 묘사가 주를 이루는 소설이다. 도스또예프스키는 다소 과장된 성격의 인물들이 엄청난 개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곤 한다. 노름꾼은 도박에 관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 광기에 사로잡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 톨스토이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겠다. 세계 문학 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닌 두 거장. 이들의 소설은 대부분 철학이나 종교, 인간에 관한 깊은 사색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잘 표현한다. 하지만 동시대를 같은 나라에서 살아온 두 사람의 삶에는 큰 차이가 있다. 톨스토이가 우등생 같다면 도스또예프스키는 껄렁해 보인다고 할까? (작품이 주는 느낌에서도 그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청빈과 금욕을 예찬하고, 한동안 문학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신학과 성서 연구에 전념할 정도로 기독교적이고 바른 생활 사나이였던 톨스토이.

 

그에 비해, 도스또예프스키의 삶은 (가장 중요한 문학부분만 제외하면) 형편없었다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폭군이었던 아버지. 거기다 그가 좋아한 어머니는 그가 16살 때에 죽었다. 사회주의 운동 단체 모임에 젊을 적 출입하다가 사형선고를 받았다. 다행히도 극적으로 형이 감형되어 10여 년간 감옥 생활 및 유형 생활을 한다. 그 충격 탓인지 간질을 앓고 살았다. 삶에서 늘 도박을 손에서 떼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궁핍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과장된 이야기이겠지만 도스또예프스키가 책을 쓴 건 돈을 벌어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 파란만장한 삶이다.

 

노름꾼 전반부의 각주의 일부분이다.

 

파리로 가는 길에 도스또예프스키는 비스바덴에 들러 노름을 한다. 그는 돈을 따고 게임의 규칙을 알아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비밀을 알아냈다. 그건 아주 바보 같고 간단한 것으로, 가끔은 기권하고, 게임의 단계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야. 또 흥분하지 않는 데 있어. 이게 다야. 이 게임에서 잃는다는 건 불가능해. > (1863년 9월 1일, 첫 부인의 동생 바르바라 꽁스땅에게 보낸 편지) 그러나 일주일 후 바덴바덴에서 보낸 편지에서 그는 처제에게 가진 것 전부를 잃었다고 알린다.

 

장편인 백치에서의 주인공의 간질 발작,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의 심정 표현 등, 직접 경험은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노름꾼에서의 룰렛, 도박장에서의 심리묘사는 도스또예프스키 본인이 도박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개 국어를 하는 지식인, 가난한 가정교사뿐만 아니라 다 쓸 수도 없을 만큼 돈을 가진 죽기 전의 노인까지도 룰렛에 빠진다. 그들이 룰렛으로 진정 원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돈은 단지 열망을 매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혹은 비열한 이든, 불나방같이 빠져드는 도박의 열병.

그건 사랑 받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지금, 현대사회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이들도 있지만,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행복해 보이는 대기업 총수가 자살을 한다.

한 번의 큰 성공을 이루어 낸 우리의 주인공은 얼핏 보기에 이해도 납득도 안 되는 파리 행을 택한다. 사랑을 얻지 못한 그는 상처받고 모든 걸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돈에 대한 욕심도, 삶의 목적도 모두 잃어버렸다.

사랑을 잃고 나서, 그리고 다시 사랑 받기 위하여 주인공은 다시 노름판으로 간다. 지켜보기에 그 모습은 참 슬퍼 보인다.

 

★★★☆

 

 

 

 

 

 

99. 처음 만나는 동양 고전
저자: 김경윤 / 역자:
출판사: 아포리아 / 분야: 동양 철학 / 정가: 15000
시작일: 2013년 8월 2일 / 종료일: 2013년 8월 8일 / 페이지: 280

 

감상: 책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전문가라는 집단의 종류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해보자.
이제 막 어떤 것을 알게 된 초보 전문가들은 전문가라는 (나 잘났네 하는) 간판을 달고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들만의 언어를 내뱉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전문가라기 보다는 그냥 아는 것이 많은, 하지만 타인과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필요 없는 사람에 불과하다.
진짜 능숙한 탑 클래스의 전문가들은 고객들에게 절대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본인이 어려운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할 지라도 이야기를 듣는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내용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 일반인들이 못하고 모르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 김경윤씨는 최고의 전문가 중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장 하나 하나에서 독자를 배려하는 따뜻함을 느꼈다. 작가 본인의 부부생활을 이야기함으로써 친숙함도 더 느낄 수가 있었다. 얼마 전 읽었던, 도덕경과 장자의 오강남씨의 해설 느낌보다도 더 따뜻하고 편한 느낌의 문체라 개인적으로 시작이 좋았다.

 

제목이 동양 고전이라 옛날 사람 이야기만 나올 것 같은데, 쑨원이나 마오쩌둥 등 가까운 과거의 인물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서양 철학자들 이름도 간간히 자주 나와서, 읽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고,
중국의 자유당과 공산당, 대립하는 두 정권의 정신적 스승으로 지지 받는 쑨원, 동양 사상가라기 보다는 합리적 이성을 강조한 서양 사상가 느낌의 한비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이 책은 초심자들을 위한 고전 입문 소개서의 성격을 지닌다.
책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고전을 제대로 읽으려면 그 고전의 원문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 해설서로 고전을 먼저 접하게 되면, 그 해설의 영향으로 원문을 읽을 때 조차도 잘못된 이해의 길 들어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고전 소개서이지 해설서는 아니다. 그리고 고전의 원문을 먼저 읽는데도 단점이 있는데, 고전 원문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들이나 동양 고전을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고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류의 책들이 가지는 가치가 있는 것. 일반 독자와 고전 철학의 간극을 연결해주는 작가의 섬세하고 친절한 접근은 이 책을 동양 철학의 소개로써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
특히나 작가는 깊은 철학 지식을 바탕으로 가볍지 않으면서도 초심자들도 읽기 쉬운 해석을 보여줌으로써 동양 철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동양철학은 대부분 인격수양,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자연 속에서 큰 이치나 사상을 발견해내고 그대로의 아름다움에서 풍류를 즐기고, 그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의 동양 철학이다. 동양철학자들은 인간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을 숭배하고 그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노자는 무위자연. 나중에 산으로 들어갔고, 약간은 다르지만 공자와 증자 등은 인간과의 관계. 교우관계나, 군신관계, 부부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그 사상은 단순히 인간끼리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를 다룬 공생적 사상에 가깝다.
반면, 서양철학은 분석과 해석을 좋아하고 결정적으로 개인, 인간 중심적이다. 동양에서는 인간의 기술이 자연을 파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양철학에서는 대부분 자연은 철저히 인간이 사용해야 하는 도구로 인식해왔다. 과학은 자연스런 환경의 원리를 거스르면서 발전과 탐구를 거듭해왔다. 산업화를 이루어낸 것도 서양이고 정보화의 기초를 설립한 것도 서양이다. 인간의 목적론적 관점에서 자연을 항상 이용해왔고, 이제는 같은 인간마저도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시대가 현재의 경쟁사회 자유주의 사회의 또다른 모습이다.
서양 철학 중심의 개인적이고 경쟁적인 현대의 인간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기적 나와 이타적 나의 갈림길에서 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타인을 생각하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 공존하는 길이 필요하다.
자유가 넘치는 현대사회. 오히려 그 자유로 인해 억눌리는 현대인들에 대한 고발은 이제 대한민국의 현재에도 해당하는 일 것이다. 사색하는 삶이 강조되는 이 때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통로로 동양의 고전이 하나의 해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막힌 곳을 뚫고 어려운 일의 해답을 찾을 때 우리는 고전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