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재미있어.ㅋㅋ 한적한 영국 시골마을인 치핑. 

블랙록양의 집에서 살인이 일어날거라는 마을 신문 기사가 실리면서 궁금해진 사람들이 그녀의 집으로 모이게 되고 

그 날 저녁 진짜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국의 시골마을에 대한 묘사덕분인지 눈 앞에 그 풍경이 그려지면서

 '테스'나 '오만과 편견'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까지만 해도 이런 중세시대의 풍경이 드러나는 소설은 안끌렸는데 이 책 읽으면서 

통통한 하인의 복장이 떠오르고 오리한테 모이를 주고 있는 장화신은 아가씨가 상상돼서 즐거워졌다.ㅎ 


 나는 마플양이 통통하고 인상좋은 중년인 줄 알았는데 할머니였네! 

왠지 쿠키냄새 날 것 같은 이름이었는데.ㅋㅋ 

푸아로와 비교하자면 추리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힌트를 크래독에게 주긴 하지만 소설 안에서는 추리를 해나가는 모습이 많이 보이진 않는다.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는 점 때문이다. 

블랙록양의 친구 도라 버너는 덤벙대고 건망증 심한데 순진해서 사랑스러워보이고, 

부엌일 하는 하녀 미치는 피해망상이 너무 심해서 조금만 신경 거슬려도 

난 오늘 밤에는 아무 식사준비도 하지 않고 내 방에 있을거에요! 말해놓고 얼마 지나서 

내 부엌은 손대지 말라고, 내가 할테니 이리 달라고ㅋㅋ 


그리고 머거스트로이와 힌클레어는 한 사람은 똑부러지고 한 사람은 어리버리한 친구인데 

자매처럼 한 집에서 같이 지내는 모습도 재미있어보였다.  


후반부에 어리버리한 머거스트로이양이 한 말은 소름이! 

허망한 표정으로 힌클레어를 바라보며 그 말을 건네는 모습이 상상이 되더라.

솔직히 초반부에 제일 의심스러운 사람은 이 사람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정답이었네! 

맞아 떨어져간다고 생각해나가면서도 그 사람이 왜? 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는데 

하나 둘 짜맞춰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영국 시골 마을의 느긋한 일상과 각각의 부부들, 가정의 일상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그리고 호감가는 인물들이 많아서 좋았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지도 않고 편안하게 읽은 작품이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애거서 전집이 번역도 깔끔하고 읽기 편한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책이 순서대로가 아니라는 거! 

애거서가 열 다섯번째로 쓴 추리 소설이 여기서는 7번으로 발간되었고 하는 그런 것 때문에 

순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눈보라가 치는 날 이스탄불-칼레 행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을 다룬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자꾸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기차에서 사라진 마술사 시체 편이었나? 그게 생각났다.ㅋㅋ 

아! 내용이 비슷하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순전히 열차 사건이라서!ㅋㅋ  


 등장인물이 많아서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었는데 시선이 자꾸 분산되더라. 

다 읽고 보니 눈가리고 아웅이었구나 싶어서 내가 왜 하나도 감을 잡지 못했는지 알겠더라. 

이 사람이 범인인가? 생각되다가 그 의심은 풀려버리고 저 사람이 의심스럽다가도 조사하다보면 또 아니었고.

어렴풋이 예상이 가능한 결말이긴 한데 진짜로 그런 결말인 줄은 몰랐어! 


이 소설은 그 하나의 결말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등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매번 많은 사람들을 한 사람씩 불러모으길래 

지금쯤이면 용의자 몇 명으로 추려져야 할 텐데, 이 사람 이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결말이 어떻게보면 진짜 특이한데 어떻게 보면 상징적이고 잘 완성된 한 편의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처음에 결말이 예상가능할 때쯤엔 엥?? 설마 진짜?? 이런 반응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오호~ 그렇..지? 라고.ㅋㅋ

완벽히 계획된 한 편의 완성작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중반부 넘어서까지도 감이 안잡혀서 답답하긴 했지만 말이다.ㅋㅋ

애거서 크리스티가 뽑은 베스트 10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3. 살인을 예고합니다
4. 오리엔트 특급 살인
5. 화요일 클럽의 살인
6. 0시를 향하여
7. 끝 없는 밤
8. 비뚤어진 집
9. 누명
10. 움직이는 손가락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밖에 본 적이 없는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가장 유명한 작품이란다. 추천작 안에 항상 드는 것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요 세 작품!

애거서 크리스티가 한 말 중에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이건 속임수잖아! 라고 말하며 논란이 되었다고 했는데 

후반부에 가서야 나도 설마..설마? 하며 가슴을 졸였다.

다 읽고 나서 앞부분부터 다시 찬찬히 읽었더니 크크 이제야 보이더라. 

알고 보는 거랑 모르고 보는 거랑 하늘과 땅 차이! 

교묘히 진실을 감추고 독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애거서의 솜씨에 박수를 쳐주고싶을 정도 였다.



누가 범인인지 맞추고싶고 그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나가는 과정을 느끼고 싶었는데 

단편 단편의 조각들로는 나한테는 너무 어려웠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의 등장과 그 속에 감춰진 비밀들, 새롭게 드러나는 관계 

그런 것들을 보면서 추리를 이끌어가는 푸아로는 진짜 대단하더라.

푸아로가 잘 생각해보라며 이건 왜 그런 걸까요? 하며 묻는데 나는 하나도 대답을 못했어!ㅋㅋ

생각해보면 글 속에 단서들을 하나 둘 배치해 놓았는데 그게 단서인 줄은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는거.


으~ 재미있어! 며칠 내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다시 읽고, 《오리엔트 특급살인》 도 꼭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