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같은 유진과 유진. 이 둘은 유치원 때 원장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다. 

같은 일을 겪은 둘은 그 일에 대한 어른들의 대처로 인해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 마음아팠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더더욱.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 애에게 못된 짓을 하는 원장이나, 

상처입은 아이를 보듬어 줄 만큼 강하지 못했던 부모님. 

학창시절에 성폭력에 대한 수업시간을 가졌을 때, 혹은 구성애 선생님의 아우성 강의를 티비로 봤을 때, 

그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무서워서 어린 마음에 심장이 벌렁벌렁 했던 것 같다.

어른들 때문에 상처 받는 아이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들의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흉흉한 범죄가 많아지고, 빈도수도 점점 더 높아지는 요즘 세상에 성폭력이라는 건 

특히나 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들어 그 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된다면 그건 한 사람을 죽인 것과 맞먹는 일 아닐까.

청소년기는 모든 고민들을 시작하는 단계로 그러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도 

어쩌면 두려움을 느끼는 시기인 것 같다.

20대인 나는 그런 고민들도 남들 다 하는 고민이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진 않지만

모든 게 처음인 사춘기시절에는 그러한 사건들이 그 자신의 인생 전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성폭력 자체는 없어져야 하겠지만 그런 못돼쳐먹은 사람에 의해 

안좋은 일을 겪는다고 해도 그게 자신의 잘못인 건 절대로 ! 아니라는 걸 잘 자각했으면 좋겠다. 

 

 동양의 정서에는 좀비물이 맞지 않는것일까? 

좀비소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말투도 완전 웃기고 리얼해서 마치 캐이블의 미스터리 드라마 SIGN 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좀비에게 물리자 마자 바로! 몇 초도 안되서 좀비로 변하고 

이게 다 장군과 국회의원과 재벌기업의 비밀 프로젝트 도중 일어난 사고라는 걸 알게 되니까 

좀비물은 원래 이렇게 다 시시해질 수 밖에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사장과 장기자, 조경감과 부하 등 그 들이 하는 말투 등, 암튼 그런건 진짜 재미있는데 

정작 좀비물이 되니까 딱히 긴박하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웬 싸구려 감동으로 마무리? 그런 기분이 더 든다. 

폭력경찰인 조경감이 어느 새 권력에 복종하는 자신을 버리고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게 닭살돋더라.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좀비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냥 제일 초기에 나왔을 것 같은 좀비영화의 소설버전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구태의연하게,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권력층의 비리, 비밀프로젝트 같은 것들. 

조금 더 신선한 좀비스토리가 나올 순 없는건가? 

한국의 대학로에서 벌어지는 좀비 스토리는 그 첫 시도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형광등 두개와 바나나가 든 비닐 봉투를 발 밑에 내려놓은 나는 
철제난간에 턱을 괴고 우리들의 집을 바라보았다. 
어느 방에도 사람은 없다. 
우리가 사는 방을 밖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참으로 기묘했다. 
그곳에 아무도 없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기묘했다. 
텅 빈 세개의 방에 누군가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괜찮은 책은 읽고 나면 아~ 잘 읽었다! 하며 후련한 기분이 드는데 

퍼레이드는 읽은 후에도 며칠동안 계속 거기에 신경이 가 있었다.

자려고 누우면 흠~ 하고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뭔데? 그런 반발심이 아니라 

내가 뭘 놓치고 있는거지? 하는 의아함.

어디를 어떤식으로 이해해야하나 하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  


자기가 존경하는 선배의 여자친구를 좋아하게 되어 본격! 개미남이 된 요스케와 

하루종일 티비를 보며 연예인남자친구의 연락만 기다리는 예쁜 고토, 

어릴 때 받은 충격으로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영화의 강간장면만 모아 편집한 dvd를 보며 안정을 찾는 미라이, 

타깃을 정해 모르는 사람이 집을 비우면 그 집에 몰래 들어가 집안을 살펴보는 사토루, 

애인도 있는 전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질질 끌고 있는 나오키. 

이렇게 다섯명의 이야기인데 미라이의 경우는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고 색달라서 

(게이바에 갔는데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에 해방감을 느낀다거나) 독특했다. 



사토루가 모르는 사람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 모르는 사람이 평소에 하는 것처럼 

홍차를 마셨던 흔적이 있는 컵으로 자신도 홍차를 마시고, 베란다에 나가 밖을 구경하고. 

그러면서 들어올 때는 흥미롭던 집이 두 시간만에 지겨워진다. 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공감이 가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은 남의 집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이 보여서 내가 그 집을 몰래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조마조마 하긴 했었다. 



사람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내가 왜 그랬지? 생각해봐도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는 일들도 많고. 

퍼레이드를 읽으면서 그냥 그게 당연하다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살래. 너도 니가 지금 살던대로 살아. 아무 말 안할테니.라고 다들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제일 믿고 있던 나오키한테 뒤통수를 맞았더니 좀 얼얼하더라.

진짜 인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