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표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네버랜드에서 네 명의 소년들이 겪는 기묘한 7일간


건물 있는 남학교의 기숙사 쇼라이칸. 
겨울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가운데, 네 명의 소년만의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휴가가 시작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진실 게임을 계기로 일어나는 사건들. 드디어 각자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노스텔지어의 마법사, 온다리쿠가 그리는 놀라움과 감동이 가득한 청춘 미스터리.



"좋아. 성야에 걸맞게 오사무가 원하는 대로 고해 대회를 하자. 다만 난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는 싫다. 
비밀은 워낙 무서운 거거든. 아까도 말했지만, 난 신부가 아냐. 
그러니까 서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게 규칙을 한 가지 생각했는데. 지켜줄 수 있겠냐?"
"규칙?"
오사무가 재빨리 반응했다.
"응. 딱 하나만 거짓말을 집어넣어라."

 

 

 

 

 와우 재미있어ㅎ 

겨울방학이라 모두가 나간 고등학교 기숙사 안에서 4명의 소년들이 지내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늦은 저녁의 전골파티와 거실에 모여 카드놀이 등을 즐기는 포근한 풍경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2층으로 된 기숙사건물에서 단 네명끼리의 생활이라니! 

목조건물의 삐걱대는 소리와 울퉁불퉁 오래된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 

으스스한 찬 기운이 느껴지는 2층 방의 나무복도.

그리고 매일매일 게임처럼 벌어지는 진실게임의 순간들도.  



온다리쿠가 쓴 후기에서 요시쿠니를 너무 정상적으로 그려 불만이라는 점과 

가장 즐겁게 써 내려간 인물이 오사무였다는 말에 백 번 공감했다. 

나 역시 오사무의 천진한 모습이 어찌나 유쾌하고 사랑스럽던지.ㅎ

한국에 온다 리쿠 팬이 많던데 왜 인기가 많은지 이 작품만으로도 알겠더라. 

읽고나면 소설의 배경이 내 머릿 속에서 아득한 네버랜드가 되어서 가만히 그 낭만 속에 빠져들어 있게 된다. 

모두 모인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간지는 신문을 보고 미쓰히로는 설거지를 하고 

요시쿠니는 텔레비전을 보고 그 옆에서 오사무는 요시쿠니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고.ㅎ 

그런 그들의 모습이 상상되서 절로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물론 미쓰히로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충격을 받긴 했지만 말이다. 



그냥 끝났으면 아쉬울 뻔 했는데 에필로그가 있어서 다행!ㅎ 

진짜 흡입력있어서 밥먹으면서도 책을 못놓겠더라. 

읽는 동안 책에 나오는 모둠전골 먹고싶어 혼났네!ㅋㅋ

"재석아, 내가 읽은 책 중에 《빠삐용》이라고 있었어."

"응. 옛날에 영화로 봤어."

"거기서 건달이었던 주인공이 꿈속에서 자신의 죄가 뭐냐고 항변하는 장면이 나와.

그는 사소한 죄로 억울하게 바다 건너 남미의 오지까지 귀양을 갔었거든."

"그래서?"

"그러자 꿈속의 판관들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알아?"

"기억이 안 나."

"너는 너의 젊음을 함부로 낭비한 죄다."

"..."

"그 꿈을 꾼 뒤 빠삐용은 자신이 유죄라고 인정했어."

 

 

 완득이를 아주 재미있게 봐서 비슷한 표지에 비슷한 두께에,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 자꾸 유재석이 생각나. 하며 웃음이 머금어졌고,  

책을 읽으면서는 재석이가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건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가 아니니라 ’재석이의 까칠함이 사라졌다’ 였네. 

그것도 모르고 계속 재석이가 언제 사라질까? 가출인가? 하면서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장애인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서 좀 더 열심히,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것과 

할아버지가 대단해서 나도 그런 점은 좀 본받아야겠다는 것과 묵향을 맡고싶다는 것 정도. 




 그런데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재석이가 보담이에게 반하게 되는 것도 작가 마음대로, 

결말에서 드러나는 반전같은 것도 작가 마음대로 라는 생각이 든다. 읽고 있으면 뭔가 시간아까운 생각이 드는거? 

내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불량서클에 있던 재석이가 

할아버지와 보담이에 의해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 깨닫고 탈퇴를 하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그냥 그런 이야기다.

 완득이처럼 10대 남고딩의 말투나 생각같은 게 진짜 같지 않고, 재석이와 바른생활소녀인 보담이 역시 

실제로 말하는 것 같지 않고 딱 소설 읽는 느낌.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적당히 감동주는 인터넷소설 한 편 읽은 느낌이다.

 물론 나쁜 길에 빠져서 살아가게 될 청소년이 제대로 꿈을 가지게 되고 노력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스토리는 감동을 주긴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얼기설기 짜여진 글을 읽은 느낌이라 후련하지 않고 찜찜하다.

작가가 등장인물들에게 완전히 애정을 가지고 쓴 글이 아니라 그냥 한 발자국 물러나서 

이리저리 스토리를 만들어낸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는 제목만 가벼운 책인 줄 알았는데 내용도 가벼운 느낌이다. 

"내가 갑자기 널 보자고 한 건.."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공책 한 권을 꺼내 나한테 내밀었다.

파란 표지의 공책, 나는 단번에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내가 재준이에게 선물했던 일기장이었다.

"이거, 재준이 일기장인데.. 어제 우연히 찾았거든. 그런데.. 이걸 네가 먼저 좀 읽어 봐 줬으면 해서..."

"네? 왜 직접 안 읽으시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별 생각없이 그 일기장을 받았다.

하지만 무심코 겉장을 넘기던 나는 첫 장에 쓰인 말을 읽곤 그만 화들짝 놀라 일기장을 도로 덮고 말았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중학교 2학년 재준이와 유미는 단짝친구인데 재준이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고 난 뒤 유미가 선물한 파란색 일기장에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라는 글귀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도 이 글귀를 읽을 때 심장이 덜컥하더라. 

그만큼 이 소설이 가진 몰입력이 대단하고 무겁지 않게 술술 읽어나가면서도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아주 잘 만들어진 글이다. 작가의 애정이 담뿍 묻어 나와서 더 그런 걸지도.

 작가가 쓴 글에서처럼 아직 날개를 펴기도 전에 사라져 간 아이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이 글을 썼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꼭 나이들어서만 맞게 되는 것은 아니다. 

순박한 재준이의 죽음을 통해 아직 어린 나이에 죽어 간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친구들과 시체놀이를 하다 문득 진짜 시체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 재준이는 순간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내가 지금 죽는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엉뚱하지만 기발한 생각. 

시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지내보니 그 졸리던 수학시간도 즐겁게 느껴지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내가 아끼는 찰리채플린의 dvd를 동생 인준이가 망가뜨렸을 때 너무 속상해서 자살을 했다고 생각을 하자 

그 휘몰아치던 분노가 가라앉고 웃음이 실실 난다. 

재준이가 혼자만 품고 있던 고민들과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행동, 행복함, 가족들에 대한 반항심 등을 읽으며 

유미는 재준이가 여전히 살아서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다고 느낌과 동시에 

재준이를 이제는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심하지만 순박하고 꿈이 있던 재준이를 보면서 어찌나 흐뭇함에 웃음이 지어지던지, 

눈물나면서도 웃음이 지어지는 글이었다. 

이런 시체놀이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내가 권태롭게 느꼈던 것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정말 잘 읽었다! 읽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