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읽고 소설에 대해 기대감이 있었다.

10회 "보헤미안 랩소디"부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큰비", "저스티스맨"까지 읽으면서 세계문학상은 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책도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세계문학상 다우면서도 조금은 다른 결을 갖고 있었다.

우선 이 소설은 가독성이 매우 좋다.

시간만 조금 있다면 책을 펼쳐서 쉬지않고 단숨에 읽을수 있을 정도의 가독성을 갖고 있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의 진행과 마치 우리의 생각을 단순히 글로 옮긴 것 같은 짧은 구어체는 가독성을 좋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런 빠르게 읽어나갈수 있는 장점때문에 빠르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우주여행, 지구귀환, 인기스타, 마지막 결말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다 휙하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약간의 허탈, 어무함이 느껴졌다.

 

주인공은 잊기 위해서 우주까지 간다.

무엇을 잊기 위함인지는 초반에는 정확하게 이야기 되지 않았지만, 중후분부에서부터 그가 우주로 떠나기전 어떤 상태였을지 짐작이 가게 된다.

분명, 우주여행중인데 주인공이 깨어난 환경은 지구와 닮아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낯선 지구의 어딘가의 모습이 아니라, 그가 경험한 곳, 먹은 음식들, 좋아했던 것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칼 라거펠트 영감처럼 생긴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칼 라거펠트 영감처럼 생긴 외계인과 자신의 경험했던 것들을 함께 하면서 2주를 보낸다.

칼 라거펠트 영감처럼 생긴 외계인은 2주후 지구귀환에 맞춰 그의 소원을 한가지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기억을 지우기 위해, 기억을 잊기 위해 우주에 왔지만, 2주간의 우주여행에서 오히려 잊고자 했 기억이 더욱 또렷해지고 그가 놓친것들을 기억해 낸다.

그래서 그는 기억을 지우는 것을 포기하고, 10월 28일에 폭우나 한번 내리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지구 귀환후 주인공은 삶은 180도 바뀌어 인기 스타, 남자친구 2위 등등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그는 이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그선택으로 인해서 우주여행 전후와는 다른 또다른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칼 라거펠트 영감처럼 생긴 외계인을 만나 진정한 소원을 빌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삶의 동서남북처럼 극단적으로 바뀌어 지면서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이 소설의 끝이 무엇일지 궁금해 하며 소설을 읽는다.

결국 롤러코스터를 타고나서 땅에 발을 디뎠을때의 느낌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책을 덮었을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타는 동안에는, 읽는 동안에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지만, 다 읽고나니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롤러코스터와 다른 점은 이 소설에서 제일 하이라이트는 후반부가 아니라 초반부였다는 것이다.

칼 라거펠트 영감처럼 생긴 외계인의 등장과 뇌로의 여행을 기발한 상상력을 표현한 부분이다.

늪, 팔딱팔딱 물고기등으로 뇌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이 꽤 재미있고 기발했다.

또한가지는 매력포인트는 주인공 캐릭터였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꽤 책을 읽는 내내 재미를 주었고, 화자이기도 하기에 가독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러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이다.

하지만, 몇년전만에도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러는 참 낯선 단어였다.

사회가 고도화, 다변화 되고, 교통수단, 과학기술들이 발달하고, 인구가 들어가면서 범죄 역시 잔인해지고 고도화되는 경향이 있다.

범죄의 양상이 지능화되며 더 잔혹해지는 범죄에 대응하는 방식역시 좀더 지능화되고 data와 증거기반으로 바뀌면서 과학수사, 프로파일링 같은 수사방식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졌다.

특히 연쇄살인범이 등장할때 더욱 이런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게 되고, 프로파일링, 과학수사가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은 지능적인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J대학교 대학원생인 범죄학 전공자와의 두뇌싸움을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리소설의 기본 형식을 따르고는 있지만, 스릴러적인 요소도 매우 강하고, 추격전은 없지만 추격전 같은 느낌이 강한 소설이었다.

 

J대학교 대학원에서 점죄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은 팡무이다.

그는 아픈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며, 대인관계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에게 친한 친구는 룸메이트인 두위가 전부이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두뇌와 프로파일링 능력으로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차오윈핑 교수의 애제자기이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J시에서 여성들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되고, 현장에는 범인이 죽은 여성들의 피와 다른 음료를 섞어 마시고 남은 것이 남아 있는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이 범인은 흡혈귀 살인마라 불리고, 경찰들은 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C시 딩수청 경관의 추천으로 사건담당 형사인 타이웨이는 J대학으로 팡무를 찾아가 사건해결을 위한 도움을 요청한다.

팡무의 도움을 받아 타이웨이 형사는 엽기적인 살인범을 잡게되는 쾌거를 거둔다.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J시는 다시 연쇄살인범의 설치는 무대가 된다.

특히 J대학교 교정에서 연달아 시체들이 발생하게 되고, 타이웨이는 다시 팡무를 찾게 된다.

팡무는 이 사건이 희대의 연쇄살인마들의 범죄 수법을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있고, 사건 현장에 다음 살인사건에 대한 예고를 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마치 찾을수 있으면 찾아보라는 도전장 같은 메시지에 팡무는 다시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살인사건과 피해자들을 부르고, 자신의 주변에서 자신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진정한 해결방안은 정면으로 사건에 맞써서 연쇄 살인자를 잡아야 하는 방법밖에 없기에 타이웨이 형사와 함께 사건 해결의 전면에 나선다.

 

몰아치는 살인사건에 책을 손에서 놓치 않고 있었으나, 잔혹한 수법들에 눈쌀이 찌푸려 진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팡무보다 빨리 범인을 눈치채어 찾아낸 것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만큼 힘든 상처는 없다는 생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사건의 잔인함에 다시 분노하게 되었다.

살인마의 살인행각의 원인을 알게 되고서는 천재와 악마는 상통하기 쉽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팡무주변에서 그를 아끼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 이사회를 악마의 소굴에서 빛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곰탕>이라는 제목에 좀 황당하기도 하였다.

분명, 곰탕이 내가 아는 곰탕이 맞다면, 소의 한마리나 반마리의 살, 뼈, 내장을 모두 넣고 끓인 것이 맞다면, 어떻게 미래에서 온 살인자라는 단어와 연결되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래서, 김영탁 작가가 무슨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펼칠지 너무 궁금했다.

더구나 이 책은 책을 만나기 전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기대감도 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이 책을 쓴 김영탁의 상상력과 자유로움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래에 사라질 가축들. 그리고 그 가축을 이용해 맛을 내던 과거를 연결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왔다.

개인적으로 박민규등 몇몇 없는 한국작가들만이 이런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유로운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곰탕>을 읽고 그들중에서 한명으로 기억될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63년 미래. 이우환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

그는 44살의 노총각으로 어릴적 고아원에서 자랐고, 18살 고아원에서 나와 한 식당에 취직한 이후로 주방보조로 44살까지 살아온 남자이다.

처음부터 형편없고 돌이킬수 없는 어른이었다는 생각을 갖고 살면서, 더 높은 월급과 주방의 레시피를 배울 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식당주인의 제안에 시간여행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면서 반이 죽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나머지 반이 죽어서 한번도 시간여행을 하고 온 사람이 없는 그런 여행을 하게 된다.

그저, 이렇게 사는 것이나 시간여행을 하다 죽는 것이나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에 기꺼이 시간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도착한 2019년.

그가 2019년에 도착한 곳은 그가 2063년을 사는 부산이었고, 바다가 그리 멀리 멀어지지 않고, 윗동네 아랫동네 구분없이 살아가는 부산이었다.

그 여행에서 우환과 김화영이라는 18살 앳된 소년만이 살아남는다.

소년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왔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게 되고, 자신은 아롱사태와 곰탕을 찾아 "부산 곰탕"이라는 식당을 찾아간다.

거기서 만난 곰탕을 먹어보고 왜 2063년 식당 주인이 그렇게 침 튀기며 곰탕을 부르짖었는지 이해하게 되고, 곰탕을 만드는 비법을 익히기 위해 "부산 곰탕"집에 취직한다.

이후 이우환의 삶을 상당히 꼬여만 간다.

자신이 고아원에서 들었던 이름과 같은 주먹꽤나 쓰는 날라리 이순희와 숑카를 타고다니는 대담한 불량소녀 유강희를 만나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2019년을 살아가는 부산의 형사 양창근, 강도영, 법의학자 탁성진은 1초만에 나타난 시체와 그 시체의 배의 일부가 레이저총으로 깔끔하게 도려져 사라진 것을 보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우환과 같이 시간여행에서 살아남은 김화영이라는 킬러와 수상한 부동산 사장 박종대까지.

꽤 요란한 일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그렇지만 복잡하기 않게 빠르게 진행된다.

 

책을 읽고 당연히 <곰탕 2>를 읽을 예정이다.

꼭 끝을 보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그리고, 김영탁 작가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하려고 한다.

그의 다음 작품이 나오면 놓치지 않고 읽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