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샤를로트의 우울>이라는 제목에서 우울, melancholy라는 단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 이 책 제목이 <샤를로트의 우울>이었다는 것을 잊을 만큼 유쾌하다.
은퇴 경찰견인 샤를로트를 맞이하게 된 마스미와 고스케 부부의 이야기였다.
두번째 불임 치료에 실패한 후에 아이를 갖는 것보다는 우울함을 없애기 위해 반려견을 입양하기로 결정한 마스미와 고스케.
처음에는 작은 개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잘 훈련되었으며 경찰견업무에서 은퇴한 샤를로트를 만나면서 깨졌고, 외모적으로는 위협적인 대형견을 입양하게 된다.
아이가 없는 우울감은 샤를로트를 입양하면서 알게 되었고, 섬세한 마스미와 고스케 부부의 특성대로 샤를로트의 생각과 노림수를 읽고 서로 맞춰가면서 행복하게 지낸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이 소설은 그냥 그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서 주변 지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로인해 겪게되는 이상한 사건들이 진행된다.
무심코 지나가버려도 될만한 일일수도 있지만, 마스미와 고스케는 그 일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때로는 샤를로트를 위해, 때로는 단순 호기심때문에, 때로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씀씀이 덕분에 마치 추리탐정처럼 마스미와 고스케는 사건들의 이상한 점을 알아채고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낸다.
샤를로트는 크고 검은 색 털의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얌전하고 겁쟁이에 상냥한 성격에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이상함은 항상 샤를로트에서 시작되어 마스미와 고스케가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마스미와 고스케의 집에 든 범인들을 해결하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한 아이의 마음을 알아내고, 아내를 속이는 전남편의 악행을 밝혀내고, 고양이 집회를 통해 앤지를 만나게 되고, 한 여자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병도 밝혀내고, 개를 좋아하는 한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샤를로트를 키우지 않았다면 알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놓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마스미와 고스케의 모습이 사랑스러운 샤를로트의 모습과 겹쳐져서 매우 즐겁게 책을 읽었다.
어릴적 나도 개를 키운적 꽤 있다.
내 기억상 약 4마리 정도였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릴적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개도 있는듯 했다.
어릴적 아빠가 샤를로트와 같은 세퍼트를 키웠고, 어린 내가 세퍼트의 등을 타고 놀았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그 기억은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중, 고등학교시절 내곁에 항상 있어준 재크라는 강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사랑한 개였다.
재크는 발바리견으로 샤를로트처럼 훈련이 된 청소년기에 우리집에 왔다.
재크는 참 영리했으며, 눈치도 빨라서 자신의 행동중에서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는 일은 빨리 고쳤으며, 가족들이 좋아하는 일은 항상 했다.
특히 내가 우울감에 계단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조용히 와서 내 곁에 기대어 앉았다.
마치 '힘내,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거칠고 조금 뻣뻣하지만 털을 만져주면 벌러덩 누워 나를 보던 그 눈빛이 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샤를로트의 우울>을 매우 즐겁게 볼수 있었던 것 같다.
개를 키우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 그로 인해 겪게되는 다양한 이야기가 어릴적 추억과 겹쳐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인간의 유일한 동반자 같은 동물 개.
개를 좋아하는 애견인이라면 읽어보면 좋은 책일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