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난감하다. 책을 '야심차게' 펼쳐든지도 거의 3주가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골랐던 자체가 문제였다. 소설인듯, 소설아닌, 소설같은 책. 다큐인듯, 다큐아닌, 다큐같은 책.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작품인데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많은' 관심을 갖었지만 다소 실망스럽기만 하다. 주인공은 십대의 소녀, 책의 내용은 성에 대한 호기심을 당당히 몸으로 부딪쳐 깨쳐나가는 일종의 음란한 성장소설. 이쯤되면 흥미를 가질법도 한데 왜 책장을 넘기기가 힘든가~하면 마치 포르노 동영상을 보는것과 흡사하다고 설명할수 있겠다. 처음엔 재미있다. 침도 꼴깍 삼키기도 하며 화면속에 빠져들어 급흥분하지만,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화면을 십분이상 보기 어려운 것과 같다. 점점 재미는 떨어지고, 마침내 지루하기까지 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파워 몸동작이 가당키나 한지도 의문이고, 너무 노골적으로 펼쳐지는 신비로운(?), 신비로워야 할(!) 행위들이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질때쯤 시간이 흐르면 하품이 절로 나는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야한 장면은 보일듯말듯 아슬아슬한 옷차림이라고 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거기다 다리까지 쫙 벌린 모습은 십초 이상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이 책이 그렇다. 물론 성애소설이나, 독자들의 관음증을 유발하는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실망스럽다고 평하는것은 아니다. 다만 이책을 아직 접하지 않았거나 나처럼 '잘못' 기대하고 있을 분들이 있다면 솔직하게 기대를 저버려라고 충고하는 의미다.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는 물론 여성작가이자 프랑스인이다. 따라서 성이 개방된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십대를 거쳐온 작가가 자신이 기록한 일기를 토대로 가상의 소녀 솔랑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소녀의 성이야기를 쓴 작품이 바로 이 책 '가시내' 되시겠다. 이 작가의 전작인 '암퇘지'라는 책 역시 출간되자마자 끊임없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논란거리가 됐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이 작가는 평범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닌듯하다. 뭔가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범상한 사람들은 시도조차 겁낼만한, 파격적인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인 듯. 또한 성을 표현하는 자세 또한 거침이 없다. 아마 남자 작가라면 절대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는 못할것이다. 우리나라도 보면 주로 성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는 작가는 대부분이 여성작가들이다. 본인들 스스로가 억압된 시기를 살아오다 보니 작품속에서나마 사회의 편견과 여성에 대한 성의 억압을 깨부수는데 압장을 서고 싶은 심리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난 언제쯤 이 책을 다 읽을수 있을까. 아니 마지막장까지 넘길수는 있을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집중해 보련다.

토마토 출판사에서 나오는 영어회화 시리즈의 제목이 '꼭 필요한 영어회화~' 다. 베스트 표현 1200, 베스트 패턴 66, 베스트 영문법 68, 그리고 이 책 표현 900 등이 있다. 꼭 필요한 영어회화 베스트 표현 1200 의 경우 여행, 관광객 입장에서 꼭 필요한 표현들을 정리한 책이라면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법을 정리한 책이다. 마치 영어를 처음 접하는 중학 영어처럼 - 하기사 지금은 초등학교때 영어교육이 시작되지만 - 기본적인 문법을 소개하고 점점 응용해서 복잡한 표현으로 발전하는 식으로 내용이 정리되었다. 예를 들어 ~하고 싶다, I Want to~,  이의 좀더 정중한 표현인 I'd like to~,  ~를 아세요? Do you know~?, ~하는 방법을 아세요? Do you know how to ~ 이런 식의 패턴 900개를 소개해놨다. 이 책 한번 봤다고 영어가 엄청 느는것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처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하는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책도 작은 포켓 사이즈여서 - 포켓크기보다는 크다- 해외에 갈 일이 있으면 한번 공부한 후에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을때 빼내서 얼른 찾아볼 수도 있겠다. 사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때 중요한게 이런 패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할것이다. 이 책에서는 따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을 소개해주지는 않는다. 그렇듯 이 책으로 완벽히 해결되는건 아니라는걸 염두에 두고 단어공부와 병행한다면 정말이지 초급영어는 이 책 하나로 충분할 듯 싶다

영어, 정말 안된다. 중학교때부터 대학교까지만 생각해 보더라도 10년째고 왠만한 직장인들이 취업후에도 영어공부를 계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15년정도 -의무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면서 살아간다고 봐야한다. 그럼 이정도면 거의 원어민 수준이 되야하는거 아닐까? 그런데도 영어에 자신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혹여 외국인이 나에게 말을 걸지나 않을지 걱정하면서 살아간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대답은 누구나 다 알고있다. 우리는 문법공부에만 치중했지, 듣기, 말하기에 약하기 때문이다. 독해와 작문에 치중된 교육은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한마디도 못하는 영어 벙어리만 양산해 왔다. 이 책은 그래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듣기, 말하기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회화 중심의 영어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처음에 책을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쨋든 간에 이 책은 영어교육책이지 않는가. 그래서 책의 대부분이 영어 표현법이나 단어, 숙어 위주로 진행될지 알았다. 그런데 책은 차라리 소설에 가까웠다. 문법, 단어, 숙어 이런건 거의 보이지 않고 십년넘게 영어를 배워왔지만 정작 한마디 영어도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 그리고 잘못된 영어교육을 바로잡는 법에 대한 교훈을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술술 읽힐 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생기더라. 이렇게 공부한다면 지금이라도 나도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 이번 기회에 나도 다시한번 시작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