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흥미로웠던 이 책은 <착한 에너지 기행>의 후속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착한 에너지 기행>을 읽을 기회가 없었지만 <나쁜 에너지 기행>을 읽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지구 전체가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 이상기후에 시달리는 중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쓴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처음에 나쁜 에너지 라는 단어에서 궁금증이 시작했다. 나쁜 에너지가 있고, 착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위협하는 에너지를 나쁘다고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 나쁜 에너지 기행이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었을까. 나의 궁금증은 책을 읽는 즉시 해결되었다.
가난해서 슬픈 피해자들
동남아시아의 국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행기는 각국에 파견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들이 각각 써내려 간 글이다. 에너지 갈등으로 힘겨운 필리핀, 관광과 농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태국의 농민들, 무분별한 댐 건설 계획으로 흙으로 밟히고 있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우습게도 라오스의 댐 건설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참여하기도 하여서 마음이 씁쓸하였다. 가난해서 불평등한 에너지 박탈과 수탈에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현지 상황을 중계하고 있는 이 책은 이 여행을 ‘슬픈 에너지 기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평등한 에너지, 기후정의!
책의 중반이 넘어서자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을 중계해주며 지금 세계가 의논하고 있는 기후정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소개한다. 물론 그 협약의 의논 수준은 참으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주장과 개발도상국 입장이 부딪혀 생기는 마찰을 자세히 설명하여 협상 결렬 원인과 그 배경을 서술했다. 또 칸쿤에 몰려든 세계의 크고 작은 환경 NGO의 활동을 소개하여 한번 더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물론 이 챕터가 유독 지루하고 길게 서술되어 집중하기가 어렵기는 했으나, 꼭 필요한 설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외치던 녹색 성장에 대한 부스를 소개하며 환경 NGO가 주장하는 기후정의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가도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깨끗한 부스에 좋은 사은품을 나눠준다고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기후정의에 대한 인식을 보고 크게 반성한 동시에 우리나라의 낮은 세계시민의식에 얼굴이 화끈했다.
우리의 소원은 탈핵
후반기에 소개된 독일과 일본의 에너지평등운동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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