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스라엘, 배낭여행

박정원의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

홍대리 시리즈는 꽤나 유명한 직장인 대상 자기계발서다. 그 중 하나로 나온 것으로 짐작되는 이 책을 손에 쥐고 나는 꽤나 깜짝 놀랐다. 박정원. 이게 누구신가. 그 대단하신 박코치님이시다. 하하하. 나도 꽤나 도움을 받고 있는 박코치의 학습법을 여기서 또 만났다는 것이 너무 기뻐, 꽤나 정신없게 읽은 것 같다. 



박코치의 학습법을 아시나요

책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박코치 기적의 영어학습법>과 매우 흡사하다. 박코치의 학습법은 말문이 막힌 한국인이 매일 피해 다니던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컨텐츠의 주인공처럼 연기하고 즐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3500단어를 이용한 대화 방법, 소리 그릇을 만드는 방법 등등은 앞서 읽었던 책과 그 방법은 유사하다. 그러나 홍대리 시리즈의 장점이 무엇이던가. 그렇게 줄줄 나열한 방법을 소설로 만들어 더 재미있게 더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던가. 



이제 실천이다!

<박코치 기적의 영어학습법>에서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방법을, 이 책에서는 문제 많은 홍대강 대리와 우리의 영웅 박코치가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고 종종 혼나고 싸우면서 그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금빛이라는 여자친구를 통해 박코치를 소개받은 문제의 직장인, 홍대리는 좀 더 쉬운 방법과 요령만 찾아 영어회화 학원을 돌아다니지만 – 결국 방법은 꾸준히 듣고 말하는 박코치의 코칭을 따르게 된다. 

6개월만에 영어 프리젠테이션을 성공리에 마친다는 이 책 흐름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6개월 코칭 진도표가 나와있어서(p.139) 한 번쯤 도전할만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이익훈 어학원에서 현재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는 ‘박코치의 쌍코피 훈련소’에서 이러한 방법들을 이용하여 많은 분들을 프리토킹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니 

관심있는 분들은, Go, Go!  

영어, 프리토킹, 박코치, 홍대리

나무, 땅 그리고 바람과 말하다

이시카와 다쿠지의 <기적의 사과>

문제의 NHK 방송을 먼저 본 주변 이의 추천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적의 사과? 사과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고, 달면 얼마나 달단 말인가. 최근에 읽었던 <기적의 나뭇잎, 이도로리> 풍의 일본 농촌 관련 체험기라고 우습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내 생각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번졌다. 


세 번의 눈물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오랜시간 독서, 영화감상 등의 스토리 위주의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보면서 얻게 된 것은, 괴팍하다고 할 정도로 까탈스런 입담과 왠만한 이야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담담한 가슴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세 번 울었다. 눈물은 많으나 감동하기 어려운 나 같은 인간도 감히 감사히 읽고 또 가슴 떨리게 눈물 흘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진리를, 농부의 눈으로 입으로 전달해 주는 소박한 이 책 구성에 있다.

 
다큐먼터리 같은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서술

 다큐먼터리 전문 작가인 이시카와 다쿠지가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일생을 마치 한 편의 다큐먼터리처럼 담담히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실 첫부분은 이러한 구성이 조금 지루했다. 앞서 읽었던 <기적의 나뭇잎, 이도로리>와 비교했을 때, <기적의 사과>의 경우 본인이 쓴 내용이 아니었기에 내용이 딱딱하게 흐를 가능성이 많았다. 위인전처럼 누군가의 일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고 그 때의 문화를 설명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런 까닭으로 처음 두 장의 경우 지루했다. 

 하지만 내가 이시카와 다쿠지의 서술을 이 책의 단점이자 가장 큰 장점으로 뽑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적의 나뭇잎, 이도로리>의 경우, 저자가 곧 주인공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설명보다는 주관적인 느낌과 상황 설명이 많아서 자칫 글의 요점이 흐트러지기 쉽다. 읽을 때에는 술술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어떤 문구도, 장면도 마음에 남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유명 자서전처럼(여기서는 대필형식을 말함) 가식적인 전개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이끄는 실감나고 현장감 있는 서술도 좋지만, 이시카와 다쿠지의 글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엇보다도 감동을 강요하지 않아서 매우 편하고 좋았다. 

 
인간 역시 자연이니

 이 책을 읽고 가장 감동한 것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아키노리씨의 일생이다. 그가 농약 없이는 단 한 개의 열매도 맺을 수 없는 사과를 농약 없이 재배하겠다는 다소 황당무개한 결심을 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긴 시간동안 아키노리씨의 가족들은 농약 없이 죽어가는 사과나무를, 손수 벌레를 잡아가며 지키고 보살폈다. 그 중 가장 감동했던 부분은 아키노리씨가 과수원 일이 다 끝나고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다.

	그 때는 사과나무에게 부탁을 하며 다녔지. 사과나무가 점점 약해졌으니까. 아마 뿌리까지 못 쓰게 되었을 거야. 살짝 밀기만 해도 나무가 흔들흔들했거든. 그런 상태라면 이내 말라서 죽어 버릴 것 같았지.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어.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말아 주세요”라고 사과나무에게 말을 건넸어. 그때는 뭘 해야 좋을지 막막했으니까. 사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사과나무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페이지 : 136

 절실해 보이는 삽화가 그 안타까운 마음을 참으로 정확히 전달해준다.  

요즘 세상의 농부들은 어떨까. 아니 농부님들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새 에너지다, 종자 전쟁이다, GMO다! 우리는 자연을 자연으로 보는 것을까. 한없이 너그럽고 따스한 우리의 모태를 잊어버린 채 편협한 인간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들이 해야하는 일을 성실히도 하고 있는데 말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던 내게, 아키노리씨의 말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과나무에 사과 아니 꽃 한 송이 제대로 피지 못하고 있는데 사과나무에게 말을 걸고 사과한다니. 나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생물이다. 라이트 형제나 갈릴레이가 현대인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비행기도 지동설도 오늘날에는 이미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지 : 173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친가에서 의절당하면서도 무농약 사과 재배의 꿈을 접지 못한 아키노리씨를 묘사하는 필자의 이야기가 비장하게 느껴졌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입으로 소리내서 말하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무겁고 숭고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 바보를 꿈꾼다 

	“하지만 죽을 마음을 먹을 정도라면 그전에 한번 바보가 되어 보는 것도 좋아. 똑 같은 생각을 품어 본 선배로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한 가지에 미치면 언젠가는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지.”
페이지 : 31

 이 책은 무농약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과나무를, 농약 없이 키워내고 열매맺게 한 대단한 농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열매를 어떻게 하면 많이 맺고 그게 어떤 값어치를 한다라는 계산은 들어있지 않다. 오직 땅의 향기를 맡고 바람을 뺨으로 느끼고 손으로 벌레를 쓰다듬으며 시간과 자연에 순응하는 독실한 인간의 이야기만 들어있을 뿐이다. 

 책의 표지 좌측에 있는 이가 다 빠져 헤 웃고 있는 늙은 노인의 사진은, 정말 ‘바보’같아 보인다. 그 사과가 무엇이라고 그러한 고생을 하고 고집을 피워 이 일을 해낸 것일까. 일본 NHK에서 이 방송이 방영된 이후 700통이 넘는 메일과 편지가 방송국으로 쏟아졌다고 한다. 단순히 사과나무를 가꾸는 농부의 이야기라면 일본 열도를 그렇게도 달굴 수 있었을까. 빌딩 숲, 어느 곳에서 스트레스로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당신에게 어떤 바보님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이 책의 감동은 짧막한 리뷰로 맺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별다른 책 이야기를 실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자연을 한없이 사랑하는 ‘바보’같은 한 인간의 이야기이니, 잠시라도 바람과 땅과 나무가 하는 이야기가 듣고 싶은 분은 이 책을 찾아보시길 빈다. 

기적의사과, 아키노리, NHK, 무농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