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을때마다 나 자신에게 자문해본다. 나에게 있어 학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난 무얼 배우고 무얼 얻었는지 등을.

그런데 항상 똑같은 결론을 내게 된다. 결코 학교는 나에게 따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지금과 같은 하루 24시간이었는데, 어쩜 그렇게 다양한 일들을 그 하룻사이에 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움을 선사했던 기억이 난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을 가르쳐 주기 위해 제목을 이렇게 선정했을수도 있겠다 싶다. 내 인생 최악의 학교가 결국은 나를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던 공간이었음을 잊지 말라는.

윔피키드를 즐겨봤는데, 다이어리를 정리하면서도 문득문득 오늘의 내 기분을 콩트처럼 끄적여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책에 이런 구성이 도입되었던것이 또 신선했던 것 같다.

힉스빌 중학교의 악동 레이프를 오빠로 둔 덕에 조지아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요주의인물이 되어있다. 동생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수 없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학교에 보내도 우리아이가 별탈없이 잘 적응하고 있나, 친구들과 관계는 원만한지 등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것 같다. 부푼 꿈을 안고 자신은 오빠 레이프와 달리 모범생이기때문에 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인기를 얻을거라 생각했던 조지아. 그렇지만 촌스러운 외모때문에 공주파에 찍히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자신이 왕따를 당하게 되면 왜 그러는지, 자신은 예외일수 있다는 생각하에 자신을 바꿔서라도 왕따를 주도하는 주류에 합류하려 하듯이 조지아 역시 자신의 옷차림과 외모를 바꾸는 노력을 통해 공주파에게 잘보이려 하지만, 그게 헛일임을 깨닫게 된다.

조지아가 누구인가? 결코 만만하게 당하고 있을 아이가 아님은 이미 레이프의 여동생이라는 전제조건에서 확실해진다. 그녀의 반격이 어떻게 진행될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열심히 책장을 넘기게 된다.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도 머릿속에 계속 맴맴 돌았던 생각은 학업성적도 좋고 말도 잘하는 조지아가 왕따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했다. 그리고 오빠 레이프가 제아무리 학교내에서 유명한 악동이었다 할지라도 조지아를 겪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학생을 항상 보듬어안아주고 무한한 응원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선생님도 선입견을 가질수 있다는 사실이 또 씁쓸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진정한 친구와 자신을 믿어주는 단한명의 사람이 있어도 충분히 그 시간을 이겨낼수 있다는 생각도 하며 책을 읽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더글라스 케네디다. 도대체 그의 무한대로 펼쳐지는 글의 소재는 어디서 비롯됨일까?

이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게끔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며 일정간격으로 책을 펴낼 정도라면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풀어내지 않고 담아둔 이야기 소재가 많다는 소리일텐데.

참 부럽기만 하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가 자주로 활용하는 마지막 반전 카드. 강한 한방이 이 작품에도 보여진다.

알래스카에서도 냉장고를 팔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세일즈의 귀재라 칭송받고, 고속 승진을 하던 네드 앨런이 주인공이다.

그는 처음에는 지극히 평범하면서, 자신의 직원들을 보듬어 안아주려는 포용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도를 지켜야 한다라는 원칙과 자신들에게 주어진 목표치는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중에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고 방황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를 하던 찰나에 회사가 인수합병되는 순간을 맞이했고, 꼭 그런 과정중에는 구조조정이 있기 마련이다. 네드는 어쩜 순진한 구석이 있었기에, 철저히 농락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과 함께 일했던 동료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될것이라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철저히 자신을 악용하기 위한 가진자의 횡포였음을 뒤늦게 알았으니 그의 배신감은 더할나위 없이 컸을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하강을 해야 했다.

사람이 약해지고, 뭔가 의기소침해져 있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추락을 경험한 그 시점에 다가오는 악마의 속삭임은 제대로 판단을 내릴수 없게끔 달콤한 제안이 될 것이다.

네드가 그랬다. 그가 평상시의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거기에 어떤 함정이 있을것인지 생각해냈겠지만, 그는 그런 여유를 가질수 없었다. 위험은 느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다시 부상하기 위해 그는 고교동창생 제리가 제안하는 돈세탁을 돕는 비자금 운반책이 된다.

제리의 접근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왜 사람들은 그 상대가 최악의 상황일때 도와주기 위해 손을 내밀기 보다는 그 자체를 이용하거나, 더 웅덩이로 밀어넣는 한방을 가하는지 모르겠다. 제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없애고 그 범행을 뒤짚어 쓸수 있는 사람을 계획적으로 선별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는 그렇게 네드를 끝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치몰지는 않는다. 그의 매력은 항상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때, 주인공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절대 강자를 이길수 없는데 라는 불변진리를 뒤짚어놓는 마지막 강한 한방을 남겨둔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그의 책은 한번 잡게 되면 끝까지 쉼없이 달려야 그 맛이 제대로 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