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면서, 표정의 변화가 없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뜻을 제대고 관철시킬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거기다 분명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맞고 상대가 주장하는 바가 억지스럽다고 모든 사람이 공감을 한다손치더라도 그게 먹히지 않을 경우 흥분하게 되고 목소리가 높아질수 있건만 난 손석희님이 흥분한다는 것 그래서 목소리 톤이 격앙된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다.

<100분토론>을 손석희때문에 봤던 기억도 있다. 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맞고, 자신이 가는 방향이 정도라고 울부짖는 틈바구니속에서 그는 그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정해진 룰안에서 이야기할수 있도록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했다. 분명 그도 사람이기에, 그사람중에 어느 한사람의 의견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을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절대 흔들림없는 중간자 입장을 취했다. 그모습이 어찌나 빛나보이던지.

이 책의 내용 모두 읽으면서 이게 바로 손석희가 말하는 법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난 <손석희가 말하는 법>과 <우리가 말하는 법>을 비교해놓은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정면에 드러내놓고 불편한 흐름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이 주장하는 말에서 허점을 찾게끔,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어느한쪽에 치우쳐있지 않나 되돌아보게끔 의문을 제시하는 대화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한때 정말 우리나라 개고기 음식문화때문에 마치 우리를 미개인취급하는 사람에게, 인도의 소를 예로 들어 개와 소의 차이를 생각하게 했고, 정작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먹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지 되물었고, 단순히 어떤 비교치나 설을 가지고 그게 마치 진실인냥 떠드는 사람에게 주장을 하기 앞서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라고 충고하는 식의 대화법을 보면서, 왜 그에 대한 대화법을 알려고 하는 사람이 차츰 늘고 있는지 알겠다.

나 역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전혀 나의 의도와는 달리 해석하는 사람을 보면서, 참 말이라는 것이 무섭구나를 느끼곤 하는데, 손석희님처럼 말을 한다면 그 어떤 비난도 비껴갈수 있겠다 싶다. 물론 비난 자체가 두렵다기 보다는 전혀 의도치 않은 오해때문에 정신적인 소모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큰 가점을 줄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점차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주장하기 앞서 요령지게, 효과있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책에는 손석희 발언외에도 말잘하기로 소문난 위인들의 예를 담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대화법엔 어떤것이 있는지 생각하게끔 도와준다.

<성균관>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마도 <성균관유생들의 나날들>이라는 책의 대박에 이어 드라마때문에도 숱한 사람들이 성균관이라는 말이 붙은 책과 기사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때가 있었다.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책이 그누군가가 읽고 반납코너에 놔둔것을 보았다. 본것도 같고, 안본것도 같은 헷갈림을 안고 책을 빌려오게 되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에도 수많은 규칙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안에서 공부하는 유생들도 어느 사람들과 똑같이 불만불평이 있었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뭉치는 모습도 보여줬다.

성균관 유생이 되기 위해 아주 어렸을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했던 그들. 들어와서는 체계적인 교수법에 따라 수업을 했고, 또 나름 평가를 받아야만 했는데, 어쩜 그때나 지금이나 컨닝이 존재했나 싶다.

그리고 제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유생들의 집합촌이라 하더라도 그들끼리 다투기도 했고, 또 밥이 맛없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술에 진탕 취해 인사불성지경까지 가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 훈훈했다.

성균관 유생정도 되었다 하면 어느정도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았다 생각할수도 있는데, 그들도 그 나이대의 젊은이들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고,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책을 읽다가, 새롭게 알았던 사실은 정약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또한가지, 제아무리 모의고사를 잘봐도 본고사를 못보면 말짱 헛일이라는 것을 정약용이 제대로 보여줬다고나 할까.

성균관에서 치러지는 시험의 종류는 참 다양했다. 무슨무슨 시험이 그리도 많던지. 정말 그당시 유생들의 고충이 그대로 전해졌다.

정약용은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세상박으로 나왔다. 성균관에서 치러지는 시험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뒀고, 정조로부터 친히 칭찬도 듣고 승승장구할 판인데, 이상하게 대과에서 계속 낙방을 하는 것이다. 보다못한 정조가 정약용을 불러내 도대체 언제 대과에 합격할거냐고 묻기까지 했으니.

아무튼 몇번의 고배끝에 정약용이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모의고사와 본고사때 실력차이가 나버리면 그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성균관 유생들의 이모저모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 정말 책이 너무 어렵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복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섣불리 시도하지 말자 하면서도 또 심리와 관련된 내용을 접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을 부리게 되는 이유는 뭘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