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나게 읽을수 있었다. 난 고양이를 비롯하여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한다면 무섭다. 멀리서 보는 것은 괜찮은데, 강아지 보다 좀 큰 몸집의 개가 내 옆을 지나갈라치면 정말 숨이 딱 멈춘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서 들었던 아주 최악의 악몽사건이 있어, 고양이는 눈빛만 봐도 무섭다. 고양이는 자신을아끼고 사랑할때는 살살거리고 예쁜짓도 곧잘하지만 만약 그 주인이 자신에게 해꼬지를 한다거나, 배신을 하면 처절하게 복수를 할수 있을정도로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이 책에 등장하는 루푸스는 너무 귀엽다. 인간과 대화를 할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게 된 루푸스가 과연 우리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충고는 무엇일지.

물론 루푸스가 들려주는 조언들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하고, 항상 명심해야 할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역으로 루푸스도 그와 같은 고양이 세계에서 그렇게 똑부러지게 살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왜냐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현실과 이상은 항상 어느정도의 갭이 있음을 알기에.

고양이 철학자 루푸스는 항상 우리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또 자신을 닦달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행복을 찾아 먼 길 떠나려 하지 말고, 내가 가지고 있고 속해 있는 이 공간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보라고 조언도 아낌없이 들려준다.

책에 보면 고양이는 현실주의자라 결코 많은 것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현실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고개를 반절 정도 끄덕이게 된다. 어찌보면 고양이 루푸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모두 100% 진실이거나 공감가지는 않는다. 다만 루푸스의 조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내 생각을 다듬어볼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던져주는 장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공감하며 베껴썼던 구절은 기회가 다가오면 확 낚아채라는 것, 기회를 놓칠것 같고 그 꽁무니만 보이는 찰나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그 끝자락이라도 잡으려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기회라는 것은 넉넉하게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을뿐만 아니라, 한번 지나고 나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놓치고 난 후에 아쉬워하며 바닥을 칠 것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결코 변할수 없는 진리를 깨닫게 도와준다.

지금은 워낙에 스트레스 요인이 각양각색이 되어 어떨지 모르겠으나, 몇년전만 해도, 배우자의 사망이 스트레스요인의 1위를 차지했던때가 있다. 그만큼 부부로 인연을 맺고 살아가던 두사람중 어느날 갑자기 한사람이 떠나는 것만큼 크나큰 상실감은 없을 것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아내는 너무나도 현명했고,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무서웠을텐데 남은자,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또다른 준비를 했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남성보다 여성이 더 감성적이고, 이성적일수 있겠다 싶다.

교도소내 직업훈련교사로 일하는 구라시마는 아내의 장례후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아주 오래전 박신양과 최진실 주연의 <편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아내는 자신의 유골을 고향 바다에 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나가사키 우체국에서 한통의 편지를 찾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 편지를 받을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아내와의 여행을 계획했던 터라 구라시마는 아내의 유골을 싣고 아내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 여행길에서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있고, 저마다 가슴한켠에 묻어두었던 상처들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살아가야 할 어떤 명분과 목적이 있음을 서로서로 대화하며 부대끼며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러한 우연한 만남조차도 하늘나라에 간 아내가 의도한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마침내 도착하였고,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는 아내의 마지막 편지를 받아든 순간 그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슬픔을 토해내듯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아내의 고향인 어촌에 오기까지 그는 많은 생각과 많은 상념에 빠졌다.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곳에 대한 기억, 또 이젠 혼자구나라는 외로움과 맞서야 했고, 자신의 푸념과 말을 들어줄 이가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과도 싸워야 했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자칫 흐뜨러질수도 있고, 삶에 대한 목표를 잃어버린채 흔들릴수 있는 소지가 분명 있었지만 그는 아내의 편지를 읽어냄으로써 스칼렛 오하라의 독백처럼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것이다.

너무 멋진 좌우명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것은 베껴쓰고, 인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타인과 과거는 바꿀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따. 그리고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로 되뇌여보려 한다.

젊게 살고픈 마음, 나이에 비해 뭐든 젊어보이고 싶은 심리는 어느나라나 다 같나 보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외모가 자신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이 되어 있음도 부인할수 없는 것 같다.

항상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꾸고, 그 내적미를 발견할수 있는 시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일단 내가 어느것을 추구하고 있든 상관없이 첫만남에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이때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아마 외모일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무탈없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아가던 한 여성이 우연히 자신들 부부가 찍힌 사진을 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고, 또 그안에 담긴 인물들의 무표정과 세상을 다 산듯한 표정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인 젊어지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일단 건강을 위해서나 미모를 위해서나 필수요건이 다이어트였다. 그리고 적잖이 투자하여 외모를 시대를 거스르게 할수 있게끔 성형도 한다. 물론 딱히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않아 그게 안타까울뿐이다.

처음에는 아내 알리스가 하는 행동들이 마냥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이던 남편 니콜라 역시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된다. 신구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어느한쪽을 고수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로 어느한쪽을 향해 달려갈수만 없는 것도 우리 현대인의 고민일것이다. 니콜라는 광고회사의 제2인자로 살고 있었는데, 자신의 직업상 젊은 사람과 접촉하고 또 신세대문물과 접촉하는 순간들이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제때 읽지 못했기에, 자신이 어쩔수 없는 딱 그나이에 맞는 구세대임을 드러내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그는 젊은이들의 흐름에 대해 알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즐겨듣는 음악과 패션등을 섭렵하려 했고 또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한다.

이렇게 알리스와 니콜라는 서로 각자 원하는 바에 의해 영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되었고, 어느정도의 성공을 얻어낼수도 있었지만, 그게 성공했다고 하여 마냥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긍정모드인것은 아니다. 전혀 의도치 않은 자잘한 트러블이 생겨났고, 그 트러블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렇듯 시대를 역행하여 젊게 산다는 것이 뭔가 자신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으나, 또 나이를 먹음에 따라 신체와 정신에 깃드는 변화가 비단 부정적이지만은 않음도 알아야 할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늘어나는 평균수명과 달리 항상 탱탱한 피부를 자랑할수 없듯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변화에도 잘 대처하고 먹은 나이만큼의 성숙도도 멋지게 보여줄수 있어야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