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가 참 산뜻하다. 흔들리는 바람에 떠도는 꽃을 연상케도 하고, 표지색깔이 산뜻해서 무엇보다 눈에 띈 작품이다.

총6편의 단편이 함께 어울려 있는 <망향>은 미나토가나에의 글이다. 그는 전작인 <고백>이 자신의 대표작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키우며 책을 썼다고 한다. 히트를 친 책을 뛰어넘는 다음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이 작가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요인이 될지 미뤄 짐작이 가능했다.

일본소설은 분명 우리나라와 다른나라의 작품과는 좀 다른면이 있다. 구구절절 묘사하는 것보다는 일상적인 어쩜 참 밋밋하게 글을 흘려보내면서도 마지막에는 아하~ 그렇지 하고 느끼게끔 하는 그런 형식을 취하는 것 같다.

제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귤꽃> 남자와 야반도주를 했다는 언니, 그 언니가 유명작가가 되어 다시 돌아와 자신의 고향인 섬을 미화하고 찬미(?)하는 듯한 시를 읊는다.

귤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세모녀.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것도 슬픈일인데, 그 사고차량에 학교르 갓 졸업한  아가씨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세모녀는 동네에세 핍박을 받게 된다. 차라리 나이어린 화자는 그나마 괜찮았다. 그렇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던 언니는 괴롭힘을 상당히 당했다. 그것을 꿋꿋이 버텨내나 싶었는데, 그 언니가 난데없이 사라진것이다.

그리고 25년만에 그 언니가 돌아온것이다. 마치 마실을 갔다 돌아온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이제껏 연락한번 없던 언니가 무슨 심정으로 돌아왔는지보다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돌아와 행동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다. 그렇지만 언니와의 짧다면 짧은 대화를 통해 언니가 마을을 떠나기전 어떤 사실을 목도했는지, 그리고 그녀가 누구를 보호하려 했는지를 깨달으면서 언니가 섬을 떠나 자신의 역할을 이어나가야 한다면 자신이 해줄 일은 언니의 안녕을 기원해주는 것 밖에 없음을 절실히 느끼며 <잘가, 언니>로 끝맺음 하는 그 단편이 난 참 맘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아팠던 내용은 <구름줄>이었다. 폭행을 견디다 못해 아빠를 죽인 엄마.  그 사건때문에 가족들은 마을사람들로부터 갖은 놀림과 핍박을 당하는 가족들. 그곳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남자. 결국은 유명아티스트가 되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전화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직까지도 자신을 업신여기고 자신들의 밑으로 보는 안하무인격의 인간들과 마주해야 하고, 아직까지도 그 날카로운 시선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엄마의 모습때문에 마음아파한다. 당당히 싫다 소리를 못하는 것이 오로지 아들에게 해꼬지를 할까 두려워서인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선택한 것은 극단의 결정이었다. 그 끝에서 다시 살아난 남자는 누나를 통해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행을 참다가 폭발할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섬이라는 사실.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역행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서겠다고, 콘서트를 열고 제일 좋은 자리에 엄마와 누나르 초대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그의 모습.

그 소리를 듣고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을 끝까지 모른척하겠다고 다짐하는 마지막 문구 앞에서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모도 견뎌낼 힘을 내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어느것 하나 놓칠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 책이 미스터리 더 시리즈중 한권이라는 것을 알고, 이제는 또 역순으로 1편과 2편도 찾아봐야겠구나 싶으니까 일단 설레기도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책 목록때문에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난 이 책을 읽을때, 처음에는 소개된 소품들의 그림만을 뚫어져라 봤다. 그리고 그것을 내방으로 옮겨왔을때 어떻게 배치할것인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선사해준 책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어떤곳에 자리하고 있고,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느냐도 꽤 중요하다.

이렇게 예쁘고 깜찍한 감성소품들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그리고 저자는 이 모든것을 다 갖추고 있을까, 그럼 얼마나 날마다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저자는 엄선해놓은 특별한 85가지 소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살아오면서 무뎌지고, 잊고 지내는 감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냄새>편에 소개된 풀잎의 모습을 재현한 볼펜을 내 사무실 책상위에 올려놨을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의심하면서 신기해할지... 책을 읽으면서 제목처럼 탐나는 물건들이 몇개 있었지만, 삭막하고 기계적인 공간속에 이 풀잎은 꼭 들여놔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 방에 들여놓고 감상하고 음미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했던 것은 <별은 있다>에 소개된 울림별이었다. 노래를 듣다보면 스피커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수 있다. 울림별을 이용하여, 음악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울려오는 그 노랫소리에 심취되어 하루의 피곤을 다 털어낼수 있을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들었다.

내가 찜해놓은 몇가지의 소품들이 내 품안으로 오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를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때까지는 이 책을 몇번이고 뒤적이며 행복한 상상을 하려한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도, 매번 답보상태인것 같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때면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하는 의구심이 들때가 더러 있었을 것이다.

나역시도 그렇다. 정말 하루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려고 누우면 오늘 내가 한 일이 뭐였지? 그게 진정 오늘 했어야 하는 일이고, 내가 밀춰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린것이 맞나 싶을때가 있다.

아무튼 이 책의 표지그림처럼 한없이 내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그순간부터 밝게 받아들일수 있는 사안이 한개도 없을것이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다양한 사례를 갖고 찾아온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내적인 불안요소를 거둬들이고, 행복해질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찾아가는 정석을 제시하고 있다.

뭐든 자신이 생각하고 맘 먹기에 따라 달라질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나 쉽게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역시도 사실이다.

책을 읽다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내가 기분이 나쁘고, 뭔가 꺼림칙하고, 언짢은 느낌이 들었을때 그 당시를 기록해보라고.

어느 순간에 내가 기분이 상했고, 누구랑 대화를 할때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등을 기록하다보면, 분명 이유를 확인할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까지 않더라도 솔직히 기분이 언짢아지는 순간을 우리는 분명 그 즉시로 느낄때가 있다. 그렇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자기최면을 걸고 꿀꺽 삼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결국은 내 기분을 다운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또 기록을 매번 하다보면 동일한 패턴을 발견할수도 있고, 일어난 일에 대한 불편한 심경일수도 있지만 의외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지금 당장의 기분을 망치는 경우도 있음을 알수 있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그런 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자신의 내면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원인을 찾을수 있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한걸음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힘을 얻을수 있을거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습관을 행복을 부르는 긍정적인 습관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호사다마라고, 결코 좋고 나쁨이 어느한쪽으로 치우칠리 없음을 우리는 살면서 매순간 느끼게 된다. 그처럼 나 자신을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하는 것들중에서 분명 개선하고 고칠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매순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어쩜 자기자신을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지하고 채찍질할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일것이다. 그렇기에 자기자신이 빠지기 쉬운 부정적인 생각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냉철히 파악해야 하고,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자기비하하는 습관이 있었다면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시킬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자기자신에 대해 혹독한 평을 내리려 애쓰지 말고 칭찬해주고 다독여주는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우리 삶의 목적은 어쩜 다 같을 것이다. 다들 잘먹고 잘살고 행복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의 만족을 뒤로 미루는 어리석음은 버릴 필요가 절대적으로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에 충실하면서, 자기자신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며 다독일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생활할때야 말로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