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작품중에서 가장 따끈한 소설.
그러나 기대한만큼, 아껴뒀던만큼 맛있지는 않았지.
이미 5권을 먹어치웠는지라 내 혀가, 내 감각이 적응한 탓일까?
그건 아니라고 하고 싶다.
29개의 작은 구슬로 된 목걸이는 21번째 구슬에서야 기욤 뮈소의 작품이란 걸 알게 해준다.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긴장감이나 독특함, 기발함, 영상미마저 봄눈처럼 사라지고 없다.
1. 그 해 여름, 위대한 첫사랑이 그녀(가브리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해 여름, 위대한 첫사랑이 그(마르탱)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얼마나 흥분되고 설레고 기대되는 문구인가. 그러나 이들은 맥없이 헤어지고 13년동안 각자 방황의 길을 걷는다.
그들이 재회할때까지 주로 경찰(마르탱)과 도둑(아키볼드)과의 밀고 당기는 긴 이야기는 지루하다.
도대체 가브리엘은 어디서 뭐하는지...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을 나누나 엉성하고 억지같아서 감동도 없다.
왠지 뒤죽박죽 골없이 20명의 선수들이 열심히 달리기만 하는 전후반 축구경기를 보는 듯하다.
이대로 끝이 나면 믿고 기대했던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흠잡으며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을 뒷담화로 풀 것이다.
그러나 박지성이 선발이면 새벽에라도 일어나 맨유경기를 꼭 보고야 마는 축구사랑, 지성사랑처럼...
더 꼬집고 싶지만 기욤 뮈소의 첫 작품에 반한 팬으로서,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준 고마운 이의 정성을 봐서...여기까지!
다만,
왜 가브리엘은 잘못한 일이 전혀 없음에도 마치 벌 받는 것처럼 살아가는지...p.264
오드리 헵번을 닮은 섹시하고 귀여운 한국여성 오문진의 등장과 퇴장은 개운하지 않다. 왜 PPL 느낌이 들지?
어색하고 가라앉는 대사와 눈물을 강요하는 결말이 꼭 한국영화나 드라마 같은지...어휴~ 번역문제라면 오히려 위로가 되겠어.
오죽하면 내가 둔하여 놓친 부분이 있었나싶어 첨부터 다시 차근차근 읽어볼까 생각했을까.
우후~ 결국 다 말하고 말았군~
암튼, 너무 천천히 흐르다가 막판에 급물살을 만나 정신없게 빠져들었지만 왠지 더부룩한 이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둥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