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그 사건이 만들어지게된 원인에게도 시선이 쏠리게 마련이다. 외부와의 왕래가 끊겼거나 드문 곳은 살인이라는 음습한 일이 벌어지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 같다.

 

특히 외부와 고립된 섬이라는 지형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열개의 인디언인형처럼 구성원 전체가 몰살당하는 일이 벌어지는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한 곳이 아니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창조해낸 옥문도는 글자 그대로 지옥과 다를 바 없는 곳이다. 섬이라는 폐쇄적인 곳에 수백년간 죄인들이 유배되었던 사연까지 겹친 이상 살인이라는 연극이 펼쳐지기에는 더 없이 적당한 무대가 아닐까?

 

패전 후 귀국선에서 병으로 죽어가는 전우의 알 수 없는 부탁을 받은 긴다이치 고스케가 첫발을 내디디는 순간 살인이라는 음침한 속삭임이 옥문도에 불어닥친다. 한 때는 왜 일본인들이 우리들보다 더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더 잘 쓰고 더 열광할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반세기전에 씌여진 책 한권을 가지고 해답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무리지만 옥문도는 일본인들이 살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차례로 죽어가는 세 자매의 죽음은 각각의 징표이자 이야기들이다.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한 날 것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죽음이 하나의 격식이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누군가의 죽음은 안타까운 사연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연결고리나 이야기에 불과한 듯 하다.  얼마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소년탐정 김전일에 관한 우스개소리처럼 살인은 김전일의 천재적인 두뇌를 빛내주는 조연이나 장치에 불과하다. 살인이 가져온 삶의 단절이나 죽음은 고통은 트릭을 깨기 위한 추리의 시작점으로나 존재하고 만다. 오랜 정서상 죽음이 가지는 그대로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물론 우리들도 살인에 관한 뒤틀린 이야기들을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에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고 믿는 그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긴다이치 고스케는 실패한 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폐쇄된 섬에서 누가 다음 목표물인지 뻔한 상황에서 살인을 막지 못했다. 마치 살인의 완성을 기다린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정서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죽음의 무게는 다르지 않지만 보는 시선이 담는 생각들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