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김재익 수석에 관해 그동안 나온 책들은 몇 년 전에 다 읽었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읽을 책이 있나 찾다가 발견한 책이다. 김재익 수석의 국민장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사진의 울림이 너무 커서 바로 서점에서 샀다. / 찬찬히 글을 읽어보니,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했다는 저자의 경제상식 수준이 내가 기대하는 바와 비교할 때 흡족한 편은 아니지만, 오래된 기억을 꺼내어 책을 쓴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만점을 줄 수는 없었다. 400여 페이지 가까운 책이 중반을 넘어가며 신파적 경향을 보이는 것이...매우 애석하다.)
...故 김재익 수석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1980년대 한국 경제의 모습을 기획하고 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했던 사람이다. 저자는 당시의 경제상황을 얘기하면서 잘 되었던 점을 거의 모두 김재익 수석의 공으로 돌리고 있는데 - 1980년대 자료를 자세히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만 -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3저 호황이 없었다면 한국경제가 도약할 수 있었을까? 특히, 부가가치세를 언급한 부분은 저자가 '세금'에 대해 매우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고 '조세'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간접세로 세수가 증가한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한국은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조세의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직접세 비중이 높아야 공정한 조세제도'라는 사항은...조세론이나 재정학을 배웠던 이들에게는 아주 기초에 속하는 것이다.)
...김재익은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다고 한다. 그의 형제 자매 중 여섯 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런 집안이었고, 김재익의 집안은 아주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소학교를 부친이 세울 만큼 넉넉한 집안이었다. 물론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부친과 형들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이 있었지만...(1938년생인 김재익 수석과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거의 모두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 전쟁은 우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던 사건이었다.)
...그는 정식으로 공무원 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된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한국은행에 들어가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의 뛰어난 학식 때문이었다. 요즘 같으면, 매우 큰 비난에 둘러싸였겠지만...인사청문회법이 통과된 것도 2000년 이후로 알고 있다.(1980년대 체육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전두환에게 무서운 것이 있었을까? 김재익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한국 경제의 수장을 맡게 되었고, 그의 생각을 상당 시간 집권자의 지원 아래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다.)
...경제학자 미제스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미제스의 책도 몇 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후기를 줄이며 이런 생각이 든다. 김재익이 아니라 전두환이 아웅산 테러로 사망했다면 한국의 현대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김재익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재익의 정책은 어떤 것도 현실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두환 다음에 누가 집권하였을까? 역시 군부세력이었을 것이다. 1983년 당시의 상황은 그러했다고 나는 기억한다. / 역사를 읽으면서 '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고 있다. 숱한 역사적 인물들이 명멸하는 세계사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꼭 다시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인물이 한국에 많이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새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