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도 본 '실락원'이다. - 한글 맞춤법으로는 '실낙원'이 맞다고 한다. -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눈에 띄어 샀다. 책을 읽으며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니...새삼 느낌이 남다르다. 최근 개봉한 '갈증'에서 실락원에서 남자 주인공을 했던 '야쿠쇼 코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

 

...나름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에게 불현듯 한 나비가 날아든다. 문화센터에서 서예를 가르치는 여인이 그의 눈에 들어와 그를 사로잡았다. 아니, 남자와 여자 모두 자석이 서로 이끌리듯 붙어 버렸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치명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영화를 많은 이들이 봤기 때문에 세세히 얘기하고 싶지 않다. 결말만 간단히 얘기하면, 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 서로의 몸을 결합한 상태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영화를 보시길...)

 

...'사랑'이란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정욕의 산물일까? 아니면 정신적 교감일까? 의학적으로 설명하는 어느 의사에 따르면, 초콜릿을 먹는 상황과 사랑을 느끼는 상황의 신체 변화가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사랑'은 단순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의사의 설명이 그렇다는 것이다.

 

...'사랑' : 인류의 영원한 로망이자 숙제라고 생각한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 본능에 따른 성욕으로 수컷이 암컷을 탐한 것도 사랑이고, 고차원적 정신적 교감을 주고 받으며 오랜 기간 플라토닉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사랑일 것이다. 어떻게 사랑을 몇 마디로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테마이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21세기에 많이 사라질 직업이다. 저자가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고 쓴 것은 아니겠지만, 잡지를 주로 펴내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이들의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서예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남자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많이 볼 수 없는 직업군이다.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남녀 주인공이 함께 떠난 것이 그들이 오랜 기간 일했던 직업의 마지막 모습인 것처럼 느껴져...애잔한 느낌이 많이 든다.

 

 (예전 영화,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출판사에 전화를 했더니 내년까지 개정판을 낼 생각은 없다고 한다. 개정판을 기다리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일본을 읽고자 하는 이라면 꼭 사서 기본 text로 활용하기 바란다.)

 

...'들어가며'에 있는 글을 천천히 곱씹어 읽어보기 바란다. 한국의 교수들이, 한국의 교사들이 얼마나 일본에 대해 무지한가를 책을 쓴 저자가 설명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재가 전무했다고 한다. 정말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게 식민지 지배를 그렇게 오래 당했으면서 1945년 해방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일본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기본으로 쓸 교재 하나 제대로 만들지 않았단 말인가? 도대체 그 많은 수의 교수, 그 많은 교사들은 뭘 했으며 교육예산은 다 어디에 썼단 말인가?......

 

...'러일전쟁'에 관한 책을 찾다가 일본 지도를 한참 찾았었다.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서점 몇 곳을 돌았으나 찾을 수 없었고 일반적인 지도로는 내가 알고 싶은 사항을 알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아틀라스 일본사'를 도서관에서 찾아서 이제 '일본 읽기의 기본 text'로 활용하고 있다.(개정판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인류 역사는 상대방과의 탐색으로 시작했다. 먼 고대에 원시인이라고 가정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맹수와 싸운다고 하자. 뭘 먼저 해야겠는가? 맹수의 습성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아니겠는가? '극일'을 외친다면, 일본에 대해서 정확하고 세밀하고 아는 것이 기본일텐데, 우리의 학계는 너무도 무지했다. 정말 무지했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를 모두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시대만을 읽는다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게 되고 잘못된 인식에 빠지기 쉽다. 오랜 기간 일본에 대해 얘기했던 이들이 겪었던 오류의 원인이 이것이 아닌가 한다.(나는 그런 오류에 빠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일본, 일본인, 일본사를 이해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일본의 역사에 대한 책과 함께 '아틀라스 일본사'를 놓고 일본의 경제와 지리, 역사를 함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아울러 일본의 중세와 조선, 일본의 19세기와 구한말, 일본의 20세기와 경제부흥, 한국의 경제성장에 관한 책을 덧붙여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보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래전 사 두었던 책이다. 몇 번을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2014년을 며칠 남기고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 책의 의미는...예전과 너무도 다른 느낌으로, 내게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후쿠자와 유키치"를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하면, 그의 성장배경에 대한 자료가 나온다. 그도 매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그런 이유로 난학을 비롯한 양학에 매진했다고 쓰여 있다. 그렇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꿀 수 있는 것은 기존의 가치 체계가 아니다. 그가 쓴 "학문의 권장'이 수많은 이들이 읽었던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일본인 다수가 '시대의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학문의 권장에 대한 별 평점은 의미없는, 아니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기대되는 책이 몇이나 있을까?...)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학문의 권장'이 주장하는 바는 인간은 평등하며 배움으로 진정한 인격을 가진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국가와 세계에 참여하는 진정한 세계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 근원에 '배움'이 있다.

 

 (한국은...'학문의 권장'과 매우 거리가 먼 사회라고 단언한다. 단언하는 이유는, 40년이 넘게 한국에 살면서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사람이나 만났던 사람, 여러 장소와 기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종합했을 때...'음주가무'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서도 기본적인 교양과 상식을 위한 독서에는 무지한 존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카데미적 삶을 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내가 국민 전체를 겪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책을 많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대학의 교수 사회나 초중고 교사에 관한 여러 뉴스들은, 그들이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없는 모습이 너무도 많다. 더하여,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거나 논술 토론 교사로 일하는 이들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확인했던 몇몇 교사도 그러했고, 역사를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는 이들도 그러했다. 국립대학 미국사 전공 교수가 '남북전쟁' 관련 원서를 읽은 경험이 없다는데, 무슨 말을 덧붙이겠는가?...)

 

...배움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요즘은 태교라고 해서 얼마나 신경쓰는가? 그런데 신경쓰는 것은 신경쓰는 것이고, 술담배하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학원의 광고를 믿고 아무런 분석 없이 아이를 출퇴근시키는 어머니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가 그저 학원의 수업만 따라가고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성장한다면 과연, 진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절대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이다. 오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음주가무와 잡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기본적인 교양과 상식을 위해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아질 때, 대다수가 그렇게 욕하는 정치판이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학문의 권장'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