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가난한 사람들

저자: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 역자: 석영중

출판사: 열린책들 / 분야: 소설 / 정가: 9800

시작일: 2013년 9월 6일 / 종료일: 2013년 9월 13일 / 페이지: 248

 

감상:

도스토예프스키가 20대 중반이 되어 완성한 처녀작이다.

20대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니. 도스토예프스키는 타고난 작가랄 수 밖에 없다. 상당히 흡입력이 있는 글이다.

마까르 알렉세예비치라는 늙고 가난한 하급관리와 그의 먼 친척 뻘이며 부모를 잃고 역시 가난한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이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연애 편지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원래 가난했던 두 주인공이지만 마까르 알렉셰예비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둘의 상황은 더욱 힘들어진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가난이 먼저인지 그 어리석음이 먼저인지?

마까르 알렉세예비치는 가난한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되도록 결정지어 졌다는 운명론적, 체념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어리석은 생각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어리석은 생각들이 결국 그를 가난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나의 생명이신 당신, 제게도 약간의 희망이 생겼기에 서둘러 당신께 알려 드리는 바입니다. 소중한 사람, 당신은 저보고 돈을 꾸지 말라고 하셨죠? 하지만, 내 귀여운 사람, 돈을 꾸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제 사정이 너무 안 좋아요. 당신에게도 갑자기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당신은 너무 몸이 약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돈은 꼭 꿔야 합니다. 자, 무슨 희망이 생겼다는 건지 말씀 드리죠.

 

가난과 그로 인한 어리석음과 피해의식, 걱정 때문에 점점 무너져 내려가는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의 모습. 사랑하는 이마저도 멀어지게 하고 파멸시키는 가난의 모습을 너무도 잘 묘사하고 있다.

어리석고 가난하지만 사랑이 있는 이와 함께하는 것이 좋은지, 부자이지만 사랑이 없는 이와 함께하는 것이 좋은지?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의 마지막 선택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

 

 

 

예전에 쓴 감상을 약간 고쳐 옮긴다.

 

"젊어서는 삼국지를 읽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젊어서 읽으면 용기와 지혜가 생기고, 늙어서 읽으면 교활해진다는 의미일까?

지혜니 뭐니 따지기 전에 일단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음으로 시작하는 중국, 한나라 말기의 한 시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이야기 만으로도 일단 우리를 흥분 시킬 만한 요인이 충분하다. 그 훌륭한 재미에 고전이라는 이유가 덧붙여지면 10권에 달하는, 가격도 만만치 않은 책을 살 이유도 충분해 진다.

어렸을 적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를 2~3회 정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무난하게 이문열의 삼국지를 구입할까 생각하다가, 결국은 김구용 역의 삼국지를 구입하게 되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첫째로 나는 이문열을 별로 안 좋아한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다. 이문열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우선 그 사람에게 인세를 주는 것이 싫었다. 

또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가 오역과 왜곡으로 여러 가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릴 적 처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삼국지였으나 구입하기도 읽기도 싫었다. 사실 이문열은 삼국지에 대한 비판을 여러 차례 듣고, 내가 왜 아르바이트 하듯이 쓴 번역을 이유로 욕을 먹어야 되는 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나도 주워들었다. 어쨌든. 이런 이문열을 내가 어찌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김구용의 삼국지는 나관중이 지은 원문에 가장 충실한 번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읽으면서 계속 느꼈지만 '삼국지 연의' 라는 것이 처음 나오며 우리에게 전달하려 한 교훈과 재미를 가장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번역이 김구용의 이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김구용 역 삼국지연의를 구입하게 되었다. 황석영의 삼국지도 고려해봤으나 이문열이 싫다는 이유로 황석영의 삼국지를 읽는다면 너무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나는 나름 중도를 지키려 하는 사람이다.

삼국지는 정사 삼국지가 있고 나관중이 지은 소설인 삼국지연의가 있다. 소설이다 보니까 사실이 아닌 내용도 꽤 있다. 근데 왜 중국 사람, 한국 사람 가릴 것도 없이 정사보단 소설인 삼국지 연의를 많이 읽을까? 

첫 번째, 연의가 훨씬 재미있다. 내가 삼국지연의를 읽은 역시나,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계속 반복해 말하는 것 같지만 삼국지는 정말로 읽기에 재미가 있다. 역사 책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시험 준비나 특별히 공부가 목적이 아닌 이상 읽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중국인들도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재미있는 걸 선택했다.

소설 삼국지가 많이 읽힌, 아니 읽히게 만든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 일 것이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를 쓰기에 앞서 연의란 무엇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책 서문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연演 은 '발전시켜 풀어낸다'는 뜻이고, 의義는 경서에 담긴 뜻이다. 물론 경서에 담긴 뜻은 유가 사상이다. 유가 사상에서 강조하는 이런 저런 덕목을 부연 설명하는 것이 바로 '연의'라고 한다. 

삼국지연의에 정통 관념이나 충효 관념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의 옛 어르신들은 워낙 에 유가 사상에 빠져있던 분들이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약간의 각색, 양념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역사 그대로가 100% 유교 사상에 부합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듯이. 씁쓸하다. 어쨌든.

역사 소설 등장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사적인 실례를 통해 경서에서 강조하는 유가 사상의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 하는 것이다. 

10권이나 되는 분량의 책을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다 읽어버렸다. 유학의 '충 의 예 지 신’을 시종일관 이야기하면서도, 이 만큼이나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책이라니! 참 좋다. 

삼국지연의를 읽으며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책을 즐기되 그 내용 안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주제를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 가서 나 삼국지 좀 읽어봤소 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