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실제로는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제발 그런 척하지 마).




나는 반지를 끼지 않아.
반지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지.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는 2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9년 더 남았다.




거식증 환자들의
의지가 부러워.





그가 날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걸 알아요.

사장이 미워서 사무실 물건을 마구 씁니다. 
일하면서 뽑은 스테플러 심을 모두 모아요.
내 책상 서랍 안에 1.5파운드(0.7kg)도 넘게 있어요.
(사진은 원래 두 장인데 한 장밖에 못구했다.ㅎ)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봤는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학원 마치고 바로 도서관가서 읽는데 내 비밀과 비슷한 엽서가 있으면 
뜨끔하기도 하고 이렇게 엽서로 보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용기낸 것일까 싶어서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싶었다.


유쾌한 비밀도, 안타까운 비밀도 모아놓으니까 다들 보듬어주고싶다는 생각도 들고 세상엔 참 다양한 고민들과 비밀들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헐!!! 싶은 비밀도 있어서 거기에는 킁.. 하기도 하고.ㅎ 예를 들면,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다른 게 먹고싶어서 
머리카락을 넣은 적이 있다는 비밀 같은 것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비밀인 경우도 있고, 내가 이런 행동을 했었다는 것이 비밀 일 수 도 있고.  
헐!싶은 비밀을 읽을 땐 아니!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싶기도 했지만 이걸 고백하기까지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싶어서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요만큼도 안들었다. 


각 개인 개인의 모두 다른 고민, 다른 글씨체, 다른 엽서들을 한 데 모아놓으니까 다들 비밀 하나씩은 있다는 게 실감나기도 하고.ㅎ 우리나라에도 이런 이벤트 했음 좋겠어!  아, 찾아보니까 한겨레에서 몇 년전에 이런 이벤트를 했었네!   
한국판 비밀엽서들을 보고싶다면 한겨레21에서 [비밀엽서]를 검색해보시길. 한글로 비밀이 적힌 엽서를 보니까 마음이 더 짠하고 
그들이 고민하고 상처받고 또 아파하는게 이 비밀엽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크 스코필드는 붙임성 있는 중년 남자로 직업은 증권 중개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바닥에서 하는 말로 조버였다. 그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는 자신이 그런 조그만 재주로 그렇게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에 스스로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창피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속으로는 사실 자신이 마권 영업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냥하고 품위가 넘치지만, 까놓고 보면 파렴치한 마권없자에 불과한 사람. 
그는 자기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문학이나 미술 쪽 취향을 계발하고, 그림, 음악, 책 같은 것들을 수집하는 등 교양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라인 산 포도주와 모젤 산 포도주에 대한 이런 작은 설교 역시 바로 그런 것, 즉 그가 추구하는 교양의 일부였다. 

 

(이런 식의 문체!)

 

성석제가 한 말처럼 로알드 달의 이야기들은 하나 하나가 모두 완결성이 있다. 은희경의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라는 소설은 읽고 몇 달이 지나면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되더라? 하고 암만 생각을 해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맛』은 모든 이야기가 제대로 매듭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 하나 하나가 어찌나 재미있고 다들 색다른 이야기들인지. 다 읽고 나서의 그 미묘한 감정들이 마치 작가가 ’내 얘기 어땠어?’ 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이 노인네 참!ㅋ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사실 웃음이 나왔다기 보다는 당혹감으로 으헉..! 으아.....! 헉! 하는 신음으로 나타났지만 말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이 작가의 능글맞은 성격에 적응되어 오호~ 하며 재미를 즐겼다. 



이 책은 10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졌는데 한 편 읽고 작가 사진보고, 한 편 읽고 또 작가 사진 보면서 작가 소개를 읽었더니 특히, 손님 편과 정복왕 에드워드 편에서 로알드 달이 주인공인것처럼 받아들여져서 재미있기도 하고, 선술집에 앉아서 나이 든 친구들 모아놓고 능청스럽고도 유쾌하게, 사람들을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특유의 입담과 은근한 장난스러움이 배인 눈동자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나가는 모습이 상상됐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로알드 달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친근하고 미워할 수 없는 능글능글한 매력이 있는지.ㅋㅋ  이야기 열 편을 다 읽으니 이야기 꾼!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한 편 한 편이 재미있다. 번역한 정영목씨가 쓴 글에 남쪽 남자 편에 나왔던 손가락 거는 내기를 인용하면서 한 편 한 편을 읽어나가는 독자가 한 편 한편마다 로알드 달과 손가락 내기를 했다면 지금 몇 손가락이 남아있을 지 상상해 보라는 식으로 쓰여있었는데 나는 서슴없이 아홉손가락을 내기로 로알드 달에게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넘겨주지 않은 내 한 손가락은 정복왕 에드워드 편. 그 편은 보고 나서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ㅜㅜ 끝 부분만 빼고 정말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내가 고양이를 키워서.... 그 소설은 괜히 읽었다는 생각.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거일테니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진 않지싶다. 



 

아무튼 괜히 세계적인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게 아니구나 싶다. 
천명관의 장편 소설 『고래』도 읽으면서 어머어머 어쩜! 진짜 이야기꾼이 따로없네! 하는 생각 했었는데 
(고래는 워낙 재미있는 이야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로알드 달 외에도 우리나라의 천명관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로알드 달의 맛이 어른들이 읽는 동화같은 느낌이라면 천명관의 고래는 60년대 한국 여성의 일대기를 기발하게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그래도 이야기꾼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니만큼 읽어도 후회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