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누군가 물어온다면 제법 빠르게 대답할 수 없는 광범위한 질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저 역사란 '무언가가 살아온 내력이나 그것이 형성되고 전개되어온 총체적 기록이다' 따위의
너저분한 말로 짧게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질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정도의 대답을 받자고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여전히 어려운 대상이며, 동시에 계속되는 현재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대상이다.
즉 사전류의 정체적 정의로 판단할 수 없을만큼 역사는 살아있는 동적 개념인 탓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소중하다.
역사의 정의는 물론 역사 연구가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갈등,
그리고 역사해석을 둘러싼 여러가지 시각들을 조화롭게 정의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서인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의 총합을 드러내면서도
마치 수학책처럼 정교하게 읽히는 구석이 있다.
역사, 인간, 시간의 단어로 시작된 1장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집요한 역사인식은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다.
마치 인간의 지식을 다 합한 상태에서 역사적 삶을 성찰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 책에는 도무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도드라진다.
독자들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비핀적 방법의 논리학적 시론' 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부분에 끊임없이 매료당한다.
'워털루 전쟁에서 각인된 나폴레옹의 패배' 라는 역사적 사건을 탐색해가는 저자의 시선은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일깨워준다.
또한 합리성을 가장한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오류적인 시선을 담아낸 것인지
다시 한번 고찰하게 만들어준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역사에 대한 교훈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교훈을 준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역사를 짓는 방법이 아니라 역사를 담아내는 방법을 이 책이 주는 것처럼 말이다.
한때의 독서로는 만족하지 못할만큼 깊은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이
여전히 미래에도 영행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역사를위한변명,
마르크블로크,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