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문에는 자살과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바로 “높은 지대 살면, 자살률 증가한다" 는 제목을 단 기사였다.
기사에 의하면 고도가 높은 지역, 즉 높은 지대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자살률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층아파트 거주자중 자살자가 유독 많은 현실을 생각해보면
꽤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연구가 대개 갖다 부치기식 연구결과,
즉 결과를 먼저 도출해놓고 그럴듯한 원인을 나중에 대충 찾아 붙여두는
시원찮은 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시덥잖은 연구결과를 많이도 보아왔는가.
최근에는 여드름 치료 후 개선되지 않은 사회생활에 좌절감이나 우울증을 느껴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연구도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그동안 여드름 치료 약물은
자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제약회사의 숨은 음모와 의사들의 협작이 만들어내고
그야말로 ‘자살이면 무조건 우울증으로 몰고가면 된다’는 풍조가
합심해서 이룬 연구결과일지 모른다.
물론 내가 의심이 많을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변명을 해보자면
나역시 OECD국중 자살증가율이 꾸준하게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보니 자살현상에 관심을 안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담보로 한 극단적 선택이라 할 자살을
누가 함부로 재단할 수 있고,
심지어 누가 함부로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 ‘자살의 연구’ 는
매우 반가운 책이다.
더군다나 저자 알바레즈는 어줍잖은 낭설을 늘어놓거나
불명확한 말들로 바닥을 깔아놓는 시시껄렁한 짓도 하지 않는다.
그는 오랜 경력을 지닌 고참재단사처럼
자살을 명확히 재단한다.
성능좋은 재봉틀을 돌려 꼼꼼하게 바느질을 해나가듯
자살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정확히 우리의 인식체계위에 박아넣는다.
자살을 다룬 신화에서부터 시작해
자살과 관련한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펼쳐주는 것은 물론
자살에 이르는 다양한 길목들에 자리잡은 공통적인 정서와 심리,
갈등과 본능적 감정들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그뿐이 아니다.
자살과 관련한 문학사적 자료들을 분석하고,
사회적 영역에서 개인적 영역에 이르는 자살의 의미들을
하나씩 풀어 헤쳐준다.
어찌보면 이 책은 나의 자살을 예방케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다른 이들의 자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공개적이고도 객관적인 지침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 공개적이고도 객관적인 지침이
결국 남의 자살을 단순하게 혹은 함부로 보지 않도록 돕는 것은 물론,
자살위험에 빠진 그 누군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세상은 당신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죽을 용기로 살아.’
아마도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된다면
위의 말들이 실은 별로 자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살의연구,
청하,
알바레즈,
최승자,
인류문화